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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안드로메다은하 옆에서 발견된 이상한 천체의 정체는?

산소 원자로만 구성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 구름 포착

2023.02.27(Mon) 10:11:08

[비즈한국] 우리 은하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은하 중 하나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안드로메다은하를 보며 살아왔다. 1923년 에드윈 허블은 안드로메다가 사실 우리 은하 바깥에 있는 별개의 우주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지금까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뿐 아니라 자외선, 적외선, 전파 등 온갖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안드로메다를 관측했다. 그래서 안드로메다의 어지간한 구조와 모습은 꽤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안드로메다 주변 하늘에서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놀라운 구조가 발견됐다. 아직 어떤 천문학자도 이 구조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것이 안드로메다은하의 구조인지 아니면 안드로메다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곳에 우연히 놓인 별개의 구조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최근 안드로메다은하 곁에서 발견된 수상한 가스 구름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마추어 천문학자 마르셀 드레츨러(Marcel Drechsler)와 자비에르 스트로트너(Xavier Strottner)는 다양한 필터로 밤하늘의 천체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우연히 특정한 필터로 찍은 안드로메다 사진에서 다른 사진에선 보이지 않는 이상한 구조를 발견했다. 무언가 희미하고 커다란 가스 구름이 안드로메다 주변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이 구조물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담기 위해 또 다른 전문 천체 사진가 얀 세인티(Yann Sainty)에게 소식을 전했다. 얀은 훨씬 큰 2.5m 망원경을 활용해 다시 안드로메다 사진을 담았다. 

 

사진=Marcel Drechsler, Xavier Strottner, Yann Sainty

 

놀랍게도 앞서 드레츨러와 스트로트너가 발견한 가스 구름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사진은 두 번 이온화된 산소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을 담을 수 있는 필터로 찍은 것이다. 재밌는 건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등 다른 파장으로 찍으면 이 가스 구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단 하나, 산소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을 볼 때만 이 가스 구름이 나타난다. 

 

세인티는 이 가스 구름이 정말 안드로메다와 연결된 가스 구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 안드로메다은하 안팎에 퍼져 있는 수소 가스 구름을 찍을 수 있는 적외선으로도 안드로메다를 찍었다.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 주변 수소 가스 구름의 분포는 새로 발견된 푸르스름한 유령 가스 구름과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즉 유령 가스 구름은 거의 순수하게 이온화된 산소 원자만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다. 

 

이 놀라운 가스 구름의 존재는 최근에서야 공식적으로 국제 천문학계에 알려져 많은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유령 가스 구름은 존재를 처음 발견하고 검증한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이름을 붙여 ‘SDSO-1(Strottner-Drechsler-Sainty Object 1)’이라고 부른다. 이후 5곳의 천문대에서 독립적인 관측을 진행했고 모두 이 가스 구름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것은 현재 우리 은하 주변 가까운 우주에서 발견된 가장 미스터리한 천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안드로메다 주변 영역을 이온화된 산소 빛을 볼 수 있는 필터로 촬영한 사진. 사진=Yann Sainty

 

그렇다면 이 수상한 가스 구름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한 가지 가능성은 실제 안드로메다은하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안드로메다은하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비슷한 거리에 가스 구름이 펼쳐져 있을 거라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사진을 얼핏 보면 기다랗게 퍼져 있는 유령 가스 구름의 분포가 납작한 안드로메다 원반과 비슷한 방향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안드로메다은하 쪽 방향을 중심으로 살짝 둥글게 말려 있는 모습도 안드로메다에서 벌어진 어떤 현상으로 인해 둥글게 가스 구름이 퍼져나갔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예를 들면 안드로메다은하 안에서 오래전에 벌어진 아주 강력한 초신성 폭발의 여파, 또는 은하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물질 분출의 흔적일 가능성이다. 

 

안드로메다은하 원반 쪽을 들여다보면 원반 위에도 푸르스름한 산소 가스 구름이 분포한다. 사진=Yann Sainty

 

실제로 이번 관측 사진에서 안드로메다은하 원반 쪽 구석을 잘 들여다보면 은하 원반에서도 희미한 산소 원자의 빛을 포착할 수 있다. 은하 원반에서 무언가 산소 원자들을 빠르게 뱉어낸 폭발적인 현상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은하 원반에서 짧게 뻗어나가는 푸른 산소 가스 필라멘트 방향을 쭉 따라가면 마침 이번에 발견된 거대한 산소 가스 구름으로 이어진다. 다만 아쉽게도 은하 원반에서 산소 가스 구름까지 쭉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별의 폭발, 블랙홀의 물질 분출은 산소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원소들도 함께 남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이 새로운 가스 구름은 오직 산소 방출선만 보인다. 다른 원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안드로메다은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수소 가스 구름들의 분포와도 아무런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 가스 구름이 정말 안드로메다은하 바로 옆에 인접했다면 그 크기도 어마어마해야 한다. 이 가스 구름은 지구의 하늘에서 꽤 큰 크기로 펼쳐져 있다. 대략 보름달 하나 정도 너비다. 따라서 안드로메다처럼 250만 광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면 실제 크기가 무려 3만 광년 정도가 된다. 하지만 별도 없이 오직 가스 구름 혼자 이런 수만 광년 스케일로 펼쳐져 있는 모습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번에 발견된 가스 구름은 안드로메다 주변 별 흐름과 그 어떤 연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Yann Sainty

 

또 다른 재밌는 가능성이 있다. 바로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본격적인 충돌 시작을 알리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두 은하는 서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으며, 앞으로 약 70억 년 뒤에 두 은하 원반이 반죽되는 본격적인 은하 병합이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모두 각각 은하 원반의 열 배 넘는 너비로 퍼져 있는 거대한 가스 헤일로로 에워싸여 있다. 은하 원반이 직접 부딪히려면 아직 수십억 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은하를 감싸고 있는 헤일로는 이미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는 앞서 다른 연구들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어쩌면 이미 본격적으로 서로 맞부딪히기 시작하는 두 은하의 헤일로 충돌면에서 헤일로 가스 물질이 서로 반죽되면서 이런 흥미로운 구조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이 가설 역시 오직 이온화된 산소 원자만 보인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두 은하의 헤일로도 대부분은 수소 가스로 채워져 있다. 당연히 두 가스 헤일로가 충돌하면서 반죽된다면 많은 양의 수소 성분이 함께 검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스 구름은 수소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유령 가스 구름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가스 구름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말 안드로메다와 비슷한 거리에 떨어진 채 안드로메다 바로 옆에 연결된 구조물인지, 안드로메다와는 상관없는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성운 조각이 우연히 비슷한 방향에 겹쳐 보였을 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속에서 빛나는 별 하나도 없는 이런 가스 거품은 거리를 재는 것이 정말 어렵다. 가스 구름 속에서 별이 몇 개라도 보인다면 정말 그 별이 가스 구름에 속해 있는지만 확인한 후 별까지의 거리를 재서 그것을 가스 구름까지 거리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엔 어떤 별도 없다. 애초에 가스 구름의 실제 크기도 거리를 알아야 유추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스 구름의 크기를 통해 거리를 유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참 재밌게도 밤하늘에서 정확하게 똑같은 곳에서 100년 전 벌어진 천문학의 대혼란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오래전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서 아름답게 소용돌이치는 가스 구름, 나선 성운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은하에 속한 작은 성운인지, 우리 은하 바깥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커다란 별개의 천체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안드로메다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혼란의 시대, 1923년 가을 하늘에서 에드윈 허블은 당시까지 성운이라 불리던 안드로메다를 관측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미세하게 반짝이며 밝기가 변화하는 별을 발견했고, 그것을 통해 최초로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를 유추해냈다. 당시 허블이 추정한 결과는 비록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250만 광년의 절반도 안 되는 100만 광년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바깥의 또 다른 은하라는 발견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또다시 정확하게 바로 그 자리, 안드로메다은하 쪽 하늘에서 똑같은 혼란이 시작됐다. 아직 천문학자들은 별도 아무것도 없이 홀로 떠도는 가스 구름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은 이 산소 유령 가스 구름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다. 정말 이 유령 가스 구름이 안드로메다의 일부인지, 전혀 상관없는 우리 은하에 속한 별개의 성운 조각인지, 이곳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재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인류는 다시 한번 100년 전의 혼란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도 정확히 같은 곳에서. 

 

참고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a-recently-discovered-gas-cloud-near-andromeda-stumps-astronomers/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515-5172/acaf7e

https://www.astrobin.com/1d8ivk/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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