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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임상실습을 보건소에서?" 정원 늘어난 의과대학 실습처 확보 가능할까

내년 의대 증원분 더하면 한해 4567명 현장 실습 이뤄져야…의대 교수들 "참관 수준에 그칠 것"

2024.07.04(Thu) 17:31:11

[비즈한국] 최근 한 의대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3학년 학생들을 지역 보건소에서 임상실습을 받도록 한다고 밝혀 화제다. 발표 이후 “도지사는 보건소에서 실습한 의사에게 수술받으라”, “가르칠 장소와 사람이 없으니 밖으로 돌리는 시간 때우기 용도” 등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다만 취재 결과 대학병원에서의 실습은 그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증원분 규모가 상당한 만큼 보건소 실습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로 인한 학교와 교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교육 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충북의 한 학교가 지자체와 의과대학 3학년 학생들이 보건소에서 임상실습을 하는 내용이 담긴 협약을 맺어 논란이 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복도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보건소에서 임상실습? 학교 측 “정원 증원에 따른 실습처 확보 차원”

 

지난달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은 충주시와 보건소 의료 실습 협약을 맺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지역 의료서비스 발전과 우호 증진을 위해 다양한 보건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3학년 학생 40명이 충주시 보건소와 산하 기관에서 임상실습을 하는 등의 인적 교류 부문이 담겼다. 하지만 일부 보도로 ‘보건소’와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진행해 온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의료질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취재 결과 대학병원에서의 실습은 그대로 진행되며, 다만 보건소 실습이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학교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지 않았나. 이에 맞춰 실습처를 확보하기 위해 협조 요청을 드렸다. 앞서 시 의료원과도 교류한 적이 있다. 대학교 병원을 활용한 실습은 당연히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보건소 측에 따르면 학생 40명이 5명씩 한 조를 이뤄 보건소를 비롯한 시 산하 의료기관에서 이틀간 실습한다. 13개 보건지소, 노인전문병원, 국립병원 등이 대상이며, 학점 인정도 받는다. 보건소 관계자는 “예방접종, 보건사업 프로그램 참여 등을 예상한다. 학생 신분으로 진료를 볼 수는 없어 공중보건의를 보조하거나 참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는 지역의료 발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협약 체결 당시 보건소장은 “학생들이 의사로서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지역 보건의료서비스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보건소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연고지가 충북이 아니고 서울이나 경기권인 의대생이 많다. 의사가 지방으로 잘 안 내려온다. 실습을 하면서 지역에 애정이 생겨 나중에 이곳에서 개원을 할 수도 있고,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소, 진료과목 및 교육 인력 ‘미흡’ 지적도

 

당장 2, 3차 의료기관에서 보건소로 실습기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도부터 의대 증원분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보건소 실습’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의 대학교도 “증원을 앞두고 실습처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증원분을 학교별로 살펴보면 △가천대 225% △인하대 144.9% △성균관대 175% △아주대 175% △차의과대 100% △가톨릭관동대 104.1% △을지대 150% △건양대 104.1% △단국대 천안 100% △충북대 155.1% △건국대 충주 150% △동국대 경주 144.9% △대구가톨릭대 100% △울산대 175% △동아대 104.1%다. 

 

보건소 등 1차 의료기관에서의 실습은 지역의료 발전과 인력 유인 등의 긍정적 효과도 분명하다. 하지만 ‘교육기관’인 만큼 교육의 수준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보건소는 만성질환자가 주로 내원하다 보니 고혈압, 당뇨, 퇴행성 질환 등을 진료과목으로 둔다. 2, 3차 의료기관에 비해 경험할 수 있는 임상실습의 범위가 한정적이다. 학점 인정 없이 하루, 이틀 정도 동네의원이나 응급실 등에 실습을 나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보건소에서 학점 인정을 받으며 실습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지역의대 교수 A 씨는 “보건소에 환자들이 가는지부터 묻고 싶다. 사람이 없다. 참관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실습을 보건소에서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한데, 보건소에 있는 인력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너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여서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대학병원 상황이 안 좋을 수는 있지만 그런 식으로 (증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런 해결책이면 그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의사의 자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졸업은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50% 이상이 전공의 사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 사진=최준필 기자

 

실제로 상당수 보건소 내 의료 인력은 공보의가 유일하다. 보건소에서 실습이 진행되면 공보의가 학생들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다. 최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공보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의는 전체 응답자의 20%에 불과했다. 인턴의 45.2%, 일반의 33.7%로 집계됐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타 의료기관으로의 파견에 “본인 수준을 넘어선 술기 및 업무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공보의도 파견 공보의의 35.2%에 달했다. 

 

#의대 증원 관련 사업비 5조 추정…차관은 “정확한 자료 없다” 

 

앞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성명서를 통해 “의평원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일시에 대규모로 이루어진다면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음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음을 밝힌다. 각 대학의 교육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발표된 정부의 증원과 배분안은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룩한 의학교육을 퇴보시킬 것이며, 양질의 의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생 규모에 걸맞은 교육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충분한 숫자의 교수 확보, 교육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교육역량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의대 정원 증원분이 확정되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걷고 있다. 교수단체의 반발도 적지 않아 당장 내년도 교육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7개 의대(증원률 40% 이상)에서 교육 공간, 기자재, 교수 확보 등에는 5조 75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교수들은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26일 청문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사업비가 얼마 정도 소요되느냐”는 물음에 “정확한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해 무책임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한편 전국 40개 의대가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와 협의하기로 한 의정 합의서를 파기하고 초법적으로 증원 정책을 추진해 촉발된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는 비과학적이고 몰상식적인 정책을 추진해 지난 넉 달간 1조 원가량 건강보험 재정을 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는데, 더는 곳간을 축내지 말고 무모한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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