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만화진흥위원회(만진위)가 지난달 정식 출범한 가운데 위원 구성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만진위는 만화·웹툰 분야 첫 국가 단위 정책 자문기구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웹툰에 대한 지원을 지자체 중심에서 정부 주도로 전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각 주체가 참여하는 소통 채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활동을 본격 개시하기도 전에 구성 불균형 지적, ‘부실 검증’ 논란 등에 부딪혔다.
지난달 21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만화진흥위원회가 첫 출범했다. 2020년 12월 개정 만화진흥법에 설치 근거가 마련된 만진위는 관련 업계의 숙원 중 하나로 꼽힌다. 2012년 제정 당시 초안에 있던 만진위 구상이 빠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 추진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 구체적인 계획이 잡혔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초 부천시 산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주축으로 이뤄지던 만화 산업 지원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만진위 설립 계획을 못 박았다.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별도 기관 형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개별 진흥위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크다.
1기 위원은 창작자, 산업계(플랫폼·제작사), 학계, 기술 전문가, 법조계 등 총 15인으로 선정됐다. 문체부가 1기 위원 위촉 당시 “산업 전체의 균형을 우선하면서도 산업생태계 외부의 시각과 미래 비전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와 같이 큰 틀에서는 각 분야 스피커를 다양하게 확보한 구성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구성 비율을 놓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광철 만화평론가는 “제작사로 분류된 키다리스튜디오의 경우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3위권 플랫폼인데, 플랫폼 측 이해관계와 분리해서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여섯 자리가 할당된 창작자 부문은 비교적 넓게 해석돼 만화 작가 외에도 스튜디오 대표, 일러스트 분야 등이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라며 “최근까지 만화계에서는 작가에 대한 불공정 문제가 가장 큰 화두인데 이 사안에 대해 작가 측의 대표성이 충분히 확보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위원 세부 구성은 △창작자 부문 6인 △플랫폼 부문 3인 △제작사 부문 3인 △학계·기술·법조 부문 각 1인 등이다. 플랫폼 부문에는 네이버웹툰 이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과 함께 중소 플랫폼 대표가 포함됐다. 플랫폼에 웹툰을 제공하는 제작사 부문에는 업계 주요 업체 임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키다리스튜디오는 웹툰 업계 3위 업체로 ‘양대 산맥’ 네이버·카카오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웹툰 제작사이기도 하지만, 2018년 웹툰 플랫폼 봄툰 운영사 ‘봄코믹스’를 흡수합병한 후 현재는 봄툰·레진코믹스·델리툰 등으로 여러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인선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를 두고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만진위 1기 위원 명단에 과거 한국만화가협회에서 발생한 사문서 위조 사건에 연관된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다만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열악하던 만화계 협회·단체에서 국고보조금을 운용하면서 관행적으로 그렇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자금을 사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위원 측은 “협회 소속 전 이미 진행되고 있던 국고보조금 사업을 승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이후 업무 수행 시 관련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는 위원 선정 시스템 구축과 현 자문위원들의 전문성 및 공정성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 관계자는 “그간 현장에서는 문체부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협회·단체와 교차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산업 진흥 계획을 다루는 정책자문 위원 선정에 좀 더 철저한 검증 절차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측도 관련 질의에 “이번 만진위 구성 과정에서 협회·단체를 통한 최소한의 검증 또는 의견 청취 과정이 없었던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1기 위원 임기는 2년으로 2026년 6월 말까지다.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위원회 구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자 문체부는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용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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