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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 나온 '힐링 캠핑장'도 불법…무허가 야영장 조심하세요

"여름철 반짝 열어도 2000만 원" 노동력 대비 고수익에 급증…지자체서 적발해도 경찰 고발 외엔 방법 없어

2024.07.03(Wed) 10:35:33

[비즈한국]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전국 각지의 캠핑장에는 벌써부터 예약 마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기 캠핑장 중에도 ‘야영장업’으로 허가 받지 않은 채 불법 영업 중인 곳이 적지 않다. 미등록 불법 캠핑장을 신고하는 이용객도 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자체에서 단속하기 어려워 방치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불법 캠핑장은 안전 문제 등의 우려가 큰 만큼 이용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캠핑장 운영이 노동 대비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소문나면서, 개인 소유 부동산에 캠핑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야영장업으로 허가 받지 않은 불법 캠핑장이다. 사진=pixabay

 

#여름에만 갈 수 있는 계곡 앞 캠핑장, 알고 보니 미등록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한적하게 자연을 즐기기 위해 캠핑장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캠핑이 크게 유행하던 때보다는 인기가 다소 사그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캠핑장 ​주말 ​예약은 빠르게 마감되고 캠핑장 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캠핑장협회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캠핑장 수가 3900개가량이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30% 이상 늘었다”며 “최근 몇 달 사이에만 새로 생긴 캠핑장이 10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캠핑장 운영이 투입하는 노동력 대비 고수익이 난다고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1시간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캠핑장은 주말(금~일) 예약이 거의 마감이다.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보니 주말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인데, 손님들이 퇴실하는 날에만 청소 등의 업무를 하다 보니 일이 많지 않다”며 “보통 데크 이용료가 5만 원 선이고, 성수기 가격은 그 이상으로 오른다. 여름철 7~8월만 운영해도 20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수기에만 반짝 영업을 하는 캠핑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캠핑장은 대부분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캠핑장, 야영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광등록증을 부여 받아 야영장업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한 채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의 A 캠핑장은 여름철에만 문을 연다. 샤워시설도 없이, 이용 가능 시설이라고는 간이 화장실이 전부지만 계곡 바로 앞이라는 이유로 가족 단위 캠핑족의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야영장업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캠핑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불법 캠핑장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제는 많이 정리가 된 편이다. 하지만 성수기인 여름철만 되면 슬금슬금 불법 영업장이 늘어난다”며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곳들은 그나마 단속이 가능한데, 여름 시즌에만 반짝 운영하는 곳은 단속이 어렵다. 간판도 따로 없고, 여름에만 시설물을 잠깐 꺼내 놨다가 다시 걷는 식이다. 언뜻 봐서는 야영장인지, 개인이 와서 텐트를 친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단속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객들이 불법 캠핑장을 신고해도 지자체에서는 단속 권한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사진=pixabay​

 

#걸려도 벌금 내면 끝 “등록 어렵다며 허가 안 받고 불법 영업”

 

야영장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캠핑장을 이용객이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가족과 캠핑을 즐기는 박 아무개 씨는 “캠핑장을 예약하기 전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캠핑장을 검색한다.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으면 불법 미등록 업체”라며 “미등록 업체를 찾으면 신고하는데,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B 캠핑장은 경기도 가평에서 ‘힐링 캠핑’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넓은 숲속에서 조용히 캠핑을 즐기고 싶은 캠퍼들의 예약이 줄을 잇고 있으며,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소개됐다. 서울 근교 캠핑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사실 이곳은 미등록 캠핑장이다.

 

지자체에 이 캠핑장을 불법 영업으로 신고한 캠퍼들도 많다. 한 캠퍼는 “1년 전 업체를 미등록 불법 캠핑장으로 신고했다. 지자체에서 ‘미등록 야영장업이 확인돼 행정조치를 완료했다’는 답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더라. 어떤 행정조치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평군에서는 이 업체에 고발 조치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설명한다. 가평군 관계자는 “작년부터 B 캠핑장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다. 현장 방문을 통해 미등록 업체라는 것을 확인했고, 이후 경찰에 고발 의뢰를 여러 번 해왔다. 현재도 민원이 접수돼 경찰에 고발 의뢰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는 미등록 캠핑장을 적발하더라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가평군 관계자는 “적법한 영업소가 아닌 경우 관할 기관장이 영업종료 등의 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으나, 야영장업은 폐쇄 조치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법 규정상 지자체에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경찰에 고발 의뢰를 하는 게 최선이다. 검찰에서 기소하면 벌금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야영장업으로 등록·허가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업체들이 벌금 처분을 받으면서 불법 영업을 이어간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이 수익을 내려고 캠핑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캠핑장으로 허가받는 게 상당히 까다롭다. 불법 영업하는 곳은 대부분 토지용도(지목)를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곳들이다. 지목 변경 과정에서 도시개발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부담되다 보니 대부분 허가 받는 것을 포기하고 불법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캠핑장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 대한캠핑장협회 관계자는 “야영장업 허가 조건에는 안전규칙 등도 포함된다. 불법 영업장에서는 안전 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우려가 크다”며 “사고 시 보상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곳이 많다. 불법 캠핑장을 이용하다 사고 나면 이용객이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허가 야영장, 캠핑장은 가지 말자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이러한 내용이 적극적으로 알려져야 하는데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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