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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실패 뒤로 하고 6G 출사표 던진 통신업계, 이번엔 뭔가 다를까

'세계 최초' 타이틀 갖고도 3사 모두 5G '실패' 자인…관건은 속도 아닌 '킬러 서비스' 확보

2024.07.04(Thu) 17:45:32

[비즈한국] 전 세계 이동통신 주도권 경쟁이 5G에서 6G로 옮겨가는 가운데 최근 정부와 통신업계가 6G(6세대) 준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이 2019년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로 5G의 문을 열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다소 부진했던 만큼 이번엔 기술과 ICT 트렌드를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5G 품질을 두고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통신3사 앞에는 5G 안정화와 6G 상용화라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6G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부와 국내 업계가 관련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5세대(5G)·6G 이동통신과 위성, 인공지능(AI) 등이 주목받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내 업계 6G 백서 출간하고 ‘RIS’ 개발·검증 ‘속도’

 

6G 시대에는 전 사물의 지능화, 더 생생한 홀로그램, 하늘과 해저에서의 통신망 구축 등 정보기술(IT) 업계를 뒤바꿔놓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6G의 표준 기술과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주요 성능 기준으로는 1000기가비피에스(Gbps) 최대 속도, 100마이크로초(μsec, 100만분의 1초) 무선 지연 등이 거론된다. 위성 통신을 중심으로 공간 제약이 줄어들고, 5G 대비 최대 50배 빠른 전송 속도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무선 지연 등이 핵심이다. 

 

국내 첫 6G 백서를 내놓은 SKT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6G 후보 주파수를 통과시키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건물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Low-E’ 유리에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RIS)’을 적용한 기술인데, RIS는 전파가 통과하기 어려운 건물 내부에 투명한 유리나 반사체를 부착해 전파 도달 범위를 늘리는 기술로 6G 상용화를 위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SKT는 올 1월 6G 주파수 및 망 구조 연구를 본격화했고 2월에는 AI(인공지능) 무선 송수신 기술 및 저지연 코어망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KT도 RIS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LG전자·코닝과 6G 주파수 후보대역별로 작동하는 RIS를 개발해 무선통신 성능을 개선한 결과를 얻었고 올해 2월에는 서울대학교 연구팀과 5G 무선 통신 주파수 3.5GHz 대역과 KT스카이라이프 위성 주파수 12GHz 대역에서 작동하는 RIS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제조사 노키아와 글로벌 업무협약을 체결해 오픈랜 기술과 6G 후보 주파수를 이용한 초 광대역 무선 접속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SK(위)와 LG유플러스는 6G 백서를 출간해 공개했다. 사진=각 사 제공


LG유플러스도 기술 검증과 함께 6G 백서를 발간 등 사업 분야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노키아와 가상화 기지국과 관련한 6G 클라우드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기지국 하드웨어 고장이나 회선 문제, 소프트웨어 고장 등의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 장애를 복구하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주도권 잡아라” 정부·기업 분주하지만…

 

6G에 대한 정부와 통신3사의 의욕은 남다르다. 차세대 통신 기술을 주도한 국가가 경제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익히 경험한 주요국들은 이미 6G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물밑 경쟁에 한창이다. 구글, 애플, 메타(전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4G 흐름 속에서 모바일 기반 초고속 인터넷망 확산 시기에 성장한 바 있다. 5G 특허 1위 중국은 2018년 2월부터 범정부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한 해 뒤 6G 전담기구를 갖춰 기술 연구를 본격화했다. 미국은 2020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인텔, 퀄컴, AT&T, 인텔, 버라이존 등이 모두 참여하는 ‘넥스트G 얼라이언스’를 꾸려 중국의 대척점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도 6G 기술 개발 지원에 힘을 주고 있다. 자율주행, 6G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이 올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데 이어 이동통신과 위성통신 양자 간 협의체 격인 ‘6G 소사이어티’가 정부 주도로 4일 발족했다. 

 

서울 시내 전자상가에 부착된 이동통신사 광고판.사진=비즈한국DB


한국 5G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 ‘일본·미국보다 2배 빠른 속도’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상용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5G 서비스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초고속·초연결·초지연을 목표로 한 차원 진화된 기술을 선보였지만 이용자들이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차이가 뚜렷하지 않고 이를 활용한 ‘킬러콘텐츠’가 부족한 탓이다. SK텔레콤을 필두로 KT와 LG유플러스 모두 5G 품질 관련 소비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4G(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속도는 제한된 범위의 지역화한 네트워크에서만 달성됐고, 더 광역적인 범위에서는 이용되지 않고 있다. 

 

산업 전략적으로는 통신장비업계가 5G 장비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 5G 통신장비에 대한 수요가 적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점유율 증가는 두드러지지 않거나 감소하는 반면 화웨이는 장비 퇴출 움직임이 있는 와중에도 견고하다”고 짚었다. 미국이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지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는 화웨이였다.

 

5G도 안정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6G를 띄우는 노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3사는 LTE보다 20배 빠른 5G 주파수 29GHz에서 손을 떼고 반쪽짜리 5G 서비스를 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5G 서비스의 미흡한 성과를 인정한다. SK텔레콤은 6G 백서에서 5G 시장 활성화 실패의 원인으로 시장을 형성할 핵 ‘킬러 서비스’가 성장할 제반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1G는 음성 통화, 2G는 문자, 3G는 무선 데이터 통신, LTE는 앱 사용 등 인터넷 혁신을 이끌었지만 5G만의 특징적인 서비스는 부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6G 진입을 준비하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G 상용화 5년이 사실 긴 기간은 아니다. 다만 6G는 속도전보다 내실 있는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장은 “6G는 별도의 새로운 기술이 아닌 통신과 AI의 결합 등 5G의 연장선상에 있다. 5G 네트워크의 밀리미터웨이브 기술은 커버리지가 넓지 않아서 너무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했고 기업들이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6G는 주파수를 낮추고 커버리지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6G 시대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킬러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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