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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암흑물질로만 이루어진 별 '다크 스타' 포착?!

2022년 발견한 초기 은하가 사실은 '다크 스타'일지도 모른다는 추측 제기

2023.10.23(Mon) 11:17:03

[비즈한국] 우주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훨씬 더 많다. 빛나지 않고 오직 중력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 암흑 물질이 있다. 일반적인 별, 가스 구름, 행성, 우리의 몸, 원자들은 모두 일반 물질, 바리온이다. 반면 암흑 물질은 바리온과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으며 숨어 있다. 일반적인 바리온에 비해 암흑 물질은 약 5배는 더 많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말로 우주에 암흑 물질이 그렇게 많다면 암흑 물질만으로 만들어진 별과 은하도 어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암흑 물질만으로 만들어진 행성, 생명체도 어딘가 존재하지 않을까? 물론 그러한 존재가 정말 우주 어딘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존재를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일부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이라면, 암흑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전설 속의 별 ‘다크 스타’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는 과감한 제안을 던졌다. 

 

제임스 웹이 이미 다크 스타를 포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다크 스타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태양과 같은 평범한 별에 대해 생각해보자. 별에는 크게 두 가지의 힘이 작용한다. 하나는 별 자체의 질량에 해당하는 중력이다. 중력은 별을 한가운데로 붕괴, 수축시키려고 한다. 또 다른 힘은 별 내부의 높은 온도로 인해 반대로 별을 팽창시키려고 하는 압력이다. 별 내부에서 가벼운 수소 원자핵이 헬륨 원자핵으로 융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벌어진다. 여기서 많은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별 내부는 계속 뜨겁게 탈 수 있다. 이 압력이 별의 중력과 힘겨루기를 한다. 그래서 별은 곧바로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덩치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별이 내부의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압력과 중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부피를 유지하는 것을 정역학 평형이라고 한다.

 

따라서 만약 암흑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다크 스타가 존재하려면, 다크 스타 역시 정역학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다크 스타에서도 그 질량만큼 별을 붕괴시키려고 하는 중력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역학 평형이 되려면 그 중력에 대항해 반대로 별을 팽창시키려는 어떤 힘이 함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암흑 물질만 갖고는 핵융합 반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별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 암흑 물질 세계에서의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충돌하면서 높은 에너지를 남기는 쌍소멸(annihilation)이다. 쌍소멸은 실제 일반 물질의 세계에서도 확인된다. 암흑 물질의 세계에서도 물질과 반물질이란 게 있다면 그들 역시 서로 만나면 쌍소멸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쌍소멸은 아주 막대한 에너지를 만든다. 사실상 원래 존재하던 물질과 반물질, 질량 전체가 사실상 사라지고 그대로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아인슈타인의 E=mc²에서 전체 질량 m이 다 에너지로 쓰이는 셈이다. 

 

암흑 물질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암흑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가 무엇인지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 전통적으로 암흑 물질 입자로 이야기되는 개념으로 ‘WIMP(Weak interacting massive particle)’가 있다. WIMP란 그 이름 그대로 상호작용을 아주 약하게만 하는 무거운 입자란 뜻이다. 실제 존재가 확인된 입자는 아니다. 단지 암흑 물질 입자라면 이런 성질을 갖고 있을 거라고 가정한 이론적인 입자다. 

 

만약 이런 식으로 암흑 물질 입자가 존재한다면 그에 대응되는 반물질 WIMP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충돌하면서 감마선, 엑스선 영역에서 감지될 수 있는 에너지를 남길 수도 있다. 당연히 그 흔적은 암흑 물질이 더 바글바글 높은 밀도로 모여 있는 곳일수록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WIMP의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더 자주 충돌하면서 쌍소멸이 빈번할 테니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처럼! 

 

실제로 이러한 가정에 근거해 WIMP의 존재를 관측으로 입증하려는 연구가 있었다.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감마선을 관측하는 페르미 우주 망원경으로 우리 은하 중심을 겨냥했다. 은하 중심에서 바글바글 모여 있는 WIMP끼리 충돌하면서 새어나올지 모르는 감마선을 기다렸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일반적인 평범한 별과 블랙홀 활동 정도만 고려해서는 설명되지 않는 미세한 추가 감마선이 감지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너무 미미하고 확실치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당시의 관측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남아 있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감마선 초과 현상이 학인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아직은 확실치 않다. 사진=NASA/DOE/FERMI LAT COLLABORATION; T. LINDEN/UNIVERSITY OF CHICAGO


어쩌면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 정도의 환경도 WIMP끼리의 쌍소멸을 기대하기에는 밀도가 조금 부족했는지 모른다. 훨씬 더 높은 밀도로, 아주 좁은 부피 안에 WIMP가 정말 우글우글 모여 있는 환경이어야만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빅뱅 직후, 우주가 지금에 비해 훨씬 덜 팽창했던 시기라면 어떨까? 지금보다 우주 자체의 밀도가 훨씬 높았던 시절, 이때라면 일반적인 수소, 헬륨 원자뿐 아니라 암흑 물질 입자, 즉 WIMP만으로도 별을 만드는 게 가능했을 수 있다!

 

초기 우주에서 아주 무거운 질량의 수소, 헬륨 가스 구름이 높은 밀도로 반죽된다. 당연히 그 중에는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암흑 물질 입자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런 환경이라면, 별 중심에 아주 높은 밀도로 암흑 물질이 농축되어 WIMP의 쌍소멸이 벌어질 수 있다. 여기서 발생된 막대한 에너지는 그 주변을 에워싼 가스 구름 속 수소, 헬륨 원자를 뜨겁게 가열시킨다. 그 덕분에 수소, 헬륨 원자의 핵융합이 아직 벌어지지 못하더라도, 거대한 가스 덩어리는 더 이상 중력 붕괴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며 버틸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일반적인 별처럼 아주 작은 크기로 가스 구름이 반죽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수축을 멈춘 거대한 가스 덩어리는 계속해서 주변의 더 많은 가스 물질, 암흑 물질을 끌어모은다. 중심에 더 많은 암흑 물질이 들어오고 쌍소멸도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이렇게 계속 주변 물질을 끌어모으며 성장한 거대한 반죽 덩어리는 무려 태양 질량의 1만 배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 이 수준에 이르면 반죽 덩어리의 한가운데에서 암흑 물질 입자들끼리의 아주 폭발적인 쌍소멸이 계속 벌어지게 된다. 그 에너지는 주변의 수소, 헬륨 원자를 아주 뜨겁게 달군다. 그리고 거대한 가스 덩어리 전체가 아주 밝게 빛날 수 있다. 

 

놀랍게도 모델에 따르면 그 밝기는 우리 은하 전체에 버금갈 정도로 밝을 수 있다. 가스 덩어리 하나의 반죽이 별 수조 개가 모여 있는 은하에 맞먹는 밝기로 빛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핵융합이 아니라 중심에 품고 있는 암흑 물질 입자끼리의 쌍소멸 때문에! 이것이 바로 최근 들어 천문학자들이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초거대질량 다크 스타(Supermassive Dark star)의 모습이다.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먼 은하들(JADES-GS-z13-0, JADES-GS-z12-0, JADES-GS-z11-0). 천문학자들은 이들이 사실 은하가 아니라 초기 우주에 존재한 암흑 물질 별일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사진=NASA/ESA


이것이 정말 가능하다면, 그리고 초기 우주에서 초거대질량 다크 스타가 한때 빛나고 있었다면 제임스 웹으로 그 모습을 포착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사실 제임스 웹이 올라가기 전부터 소수의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으로 다크 스타를 확인하는 게 가능할 것이란 주장을 했다. 

 

태양 질량의 백만 배 질량을 가진 거대한 다크 스타라면 그 표면 온도는 2만-5만 도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온도에 해당하는 열을 ‘흑체 복사’의 형태로 방출한다. (흑체 복사란 어떤 물체가 가진 고유한 온도에 해당하는 만큼 에너지를 사방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 우주에 빚어진 다크 스타이기 때문에 대부분 순수한 수소와 헬륨으로만 채워져 있을 것이다. 이 원자들은 특정한 파장에서 빛을 흡수하면서 스펙트럼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 

 

결국 다크 스타의 빛을 관측했을 때 그 스펙트럼의 모양이 어떨지 생각해보면, 아주 높은 수만 도의 흑체 복사의 형태를 보이면서 동시에 수소와 헬륨이 빛을 흡수하는 특정한 파장에서만 스펙트럼이 깊게 파여 있는 꼴을 갖게 될 것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통해 이런 형태의 모습을 보이는 천체만 발견한다면 그것이 실제 초기 우주의 다크 스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임스 웹이 최대 30개까지 다크 스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당시 이 주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의 10년 지난 뒤 제임스 웹이 우주에 올라갔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년에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 관측을 통해 우주 끝자락에 숨어 있던 아주 먼 초기 은하 네 개를 확인했다. 특히 이들은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무거운 원소가 거의 없는 아주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무거운 원소들이 채워지기도 한참 전에, 아주 먼 과거의 은하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대부분 빅뱅 이후 겨우 4억 5000만 년이 지난 시점에 존재했고, 질량은 태양 질량의 1000만에서 1억 배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뒤이어 다른 천문학자들이 이 원시 은하 네 개에 대해 아주 놀라운 주장을 제기했다. 넷 중 적어도 세 개가 그냥 원시 은하가 아니라 전설 속의 다크 스타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실제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로 파악한 스펙트럼의 형태를 보면 다크 스타라고 가정했을 때의 모델과도 잘 부합한다! 

 

물론 아직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우선 현재까지의 분석은 정확한 스펙트럼 전체 모양을 알 수 있는 분광 관측이 아닌, 몇 가지 다양한 파장에서 이미지를 관측해서 얻은 측광 관측 결과일 뿐이다. 제임스 웹의 성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아주 일부 몇 개의 파장에서만 밝기, 세기를 측정해서는 스펙트럼 전체의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 후보 천체들의 스펙트럼은 다크 스타 모델뿐 아니라, 좀 더 평범한 아주 먼 초기 은하라고 가정했을 때의 모델과도 잘 부합한다. 따라서 이것이 정말 태양 질량의 수천만 배 이상으로 반죽된 거대한 가스 덩어리 속에서 암흑 물질 입자들끼리의 쌍소멸로 폭발적으로 빛나고 있는 다크 스타일지, 아니면 단순히 초기 우주에서 이제 막 반죽된 비교적 가벼운 초기의 왜소은하일지 결론짓기는 어렵다. 

 

오늘날의 우주에서 암흑 물질은 그 어떤 빛도 내보내지 않는다.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그런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이러니하게도 빅뱅 직후, 초기 우주로 돌아가면 거대한 가스 구름 반죽 덩어리를 은하 하나만큼 밝게 빛나게 만들 수도 있다니, 참 오묘하다. 

 

전설로만 치부하던 다크 스타의 존재 가능성이 제임스 웹 관측과 함께 더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폭발적으로 탄생한 어린 별들의 항성풍과 막대한 초신성 폭발, 그리고 초기 은하 중심에서 성장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들의 에너지들이 초기 우주를 통째로 이온화하며 잠시 별과 은하의 탄생이 멈춘 시기가 있었다고 추정한다. 이를 우주의 재이온화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은하 하나에 견줄 만큼 밝게 빛났던 다크 스타란 게 실존했다면, 이 역시 초기 우주의 재이온화를 일으킨 또 다른 메커니즘이었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초기 우주의 평범한 별, 초신성, 블랙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막강한 에너지원이었을 수 있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과 달리 초기 우주의 재이온화의 진정한 숨은 주역은 다크 스타가 아닐까? 빛과는 가장 거리가 먼 어둠 그 자체로만 여겨졌던 암흑 물질의 정체가, 어쩌면 우주 끝자락 가장 밝게 빛나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밝혀질지도 모르겠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422/3/2164/104335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716/2/139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705/1/1031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305762120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3-01918-w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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