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관측과 우주배경복사로 구한 우주 팽창률 달라…제임스 웹 관측 결과도 기존 허블과 일치, 우주론 모델에 문제?
2023.10.16(Mon) 09:58:08
[비즈한국] 현대 천문학에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가 많다. 그 중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진 주제는 ‘허블 텐션’이다. 허블 텐션은 우주를 어떤 방식으로 관측하는지에 따라 우주의 팽창률이 다르게 측정되는 난제를 말한다. 허블 텐션이 독특하고 더 난감한 이유는 각 관측 데이터가 더 정밀해질수록 격차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과학의 역사를 보면, 데이터가 더 정밀해지면서 과거의 미스터리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블 텐션은 정반대다. 천문학자들은 점점 더 정밀하게 우주의 팽창률을 측정하지만, 여전히 방법에 따라 팽창률이 다르게 나온다.
제임스 웹이 이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제임스 웹이 보여준 최신 관측 데이터는 오히려 허블 텐션의 미스터리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던져 넣었다.
최근 제임스 웹은 앞서 허블로 관측했던 동일한 은하 속 변광성을 다시 관측했다. 과연 제임스 웹은 허블의 관측 결과를 지지해줄까?
천문학자들은 허블이 우주의 팽창을 처음 발견한 이후 쭉 관측해오고 있다.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에드윈 허블부터 이어지는 가장 전통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다. 다양한 거리에 있는 은하들이 각각 얼마나 빠르게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지 후퇴 속도와 거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우주 시공간이 통째로 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각 은하까지의 거리와 후퇴 속도만 관측해서 비교하면 우주의 팽창률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은하들의 실제 움직임을 관측해서 구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우주의 팽창률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은하를 관측하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빅뱅 이후 천천히 식으면서 우주 전역에 남은 잔열, 우주배경복사의 분포를 파악하는 것이다. 미지근하게 식은 자동차의 보닛을 만져보면서 자동차 시동이 언제쯤 꺼졌는지 파악하는 것처럼, 현재 미지근하게 식어 있는 우주의 온도를 통해 우주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빠르게 팽창해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첫 번째 방법에 비하면 간접적이다. 우주의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이 어느 정도로 채워져 있는지, 우주 진화론 모델에 의존적인 측면이 있다.
지상 관측만 가능했던 20세기 중반까지 추정한 우주의 팽창률은 50km/s/Mpc에서 100km/s/Mpc까지 아주 오차가 컸다. 하지만 1990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올라가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기 시작했고, 2% 내외의 작은 오차 범위에서 우주의 팽창률이 73km/s/Mpc 정도라는 값을 얻어냈다.
반면 우주배경복사를 통한 추정치는 조금 다르다. 최근에는 플랑크와 같은 우주 망원경 관측을 통해 우주 전역에 퍼져 있는 미세한 온도의 차이를 10만 분의 1 스케일까지 파악해나가고 있다. 이런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통해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은 대략 67km/s/Mpc다. 이 값은 은하를 관측해서 추정한 값 73보다 6이나 더 낮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 차이가 단순히 계산 결과의 오차로 생긴 사소한 문제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각 측정이 더 정밀해지다보면, 결국 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다. 은하를 직접 관측해서 구하는 첫 번째 방법과 우주배경복사로 추정하는 두 번째 방법, 두 가지로 구한 결과의 차이는 오히려 점점 더 선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껏 풀리지 않는 허블 텐션의 미스터리다. 말 그대로 하나의 우주를 두고 두 가지 값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고 있는 난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은하의 관측에서 무언가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주배경복사를 분석할 때 적용한 우주의 진화 모델에 아직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제임스 웹은 그 첫 번째 가능성,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과정에서 혹시 예상치 못한 오차가 있었던 게 아닐까를 점검하는 추가 관측을 진행했다. 천문학자들은 보통 은하 속에서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화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활용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한다. 앞서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빗이 마젤란은하 속 변광성을 분석하면서 발견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활용한다. 즉 변광성이 며칠 정도 주기로 밝기가 변화하는지 그 주기만 알면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는 별의 실제 밝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방법을 활용한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은하라면 세페이드 변광성도 희미해진다. 그 대신 훨씬 밝게 폭발하는 은하 속의 Ia형 초신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우리 은하 안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는 세페이드 변광성과 달리 초신성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우리 은하 안에서도 50~100년에 한 번꼴로 터진다.) 먼 은하들에서 간간이 초신성이 목격되고는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초신성의 실제 밝기가 얼마나 밝은지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초신성만으로 거리를 재는 것은 위험하다.
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애용하는 은하들이 있다. 세페이드 변광성과 Ia형 초신성, 둘 모두를 품고 있는 은하들이다. 우선 훨씬 정밀하고 익숙한 세페이드 변광성만 갖고 그 은하까지의 (비교적) 정확한 거리를 구한 뒤 그 거리를 초신성에 다시 적용하면 초신성의 실제 밝기를 조금은 더 안전하게 구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고 안전한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오차가 크고 불확실한 초신성 거리 측정법을 칼리브레이션하는 셈이다.
이런 사전 작업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초신성 폭발만 겨우 관측되는 아주 먼 은하도 좀 더 안전하게 거리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비교적 가까운 우주에서 거리를 잴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그보다 좀 더 먼 우주의 거리를 재는 방법을 스텝 바이 스텝, 순서대로 칼리브레이션해나가는 개념을 천문학에서는 ‘거리 사다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더 먼 우주의 거리를 재는 방법은 결국 앞서 가까운 우주에서의 거리 측정법의 정확도에 의존적이라는 뜻이다. 아랫단계인 세페이드 변광성을 활용한 방법 자체가 어긋났다면, 그 윗단계인 초신성을 활용한 방법도 꼬일 수밖에 없다. 이 위험성을 다시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의 더 선명한 눈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을 겨냥했다.
천문학자들은 지난해 은하 NGC 1365에서 반짝이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제임스 웹으로 관측했다. 처음으로 제임스 웹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한 연구였다. 이 은하는 이미 오랫동안 우주 팽창률을 측정할 때 사용해온 초신성 중 하나인 SNIa 2012fr을 품고 있다. 이 은하에서 천문학자들은 기존 허블 관측으로 파악한 38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에 더해 제임스 웹 관측으로 24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추가 발견했다. 최근에는 NGC 4258과 NGC 5584, 또 다른 두 은하에서도 제임스 웹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했다.
제임스 웹은 아주 선명하게 더 작은 한 점의 모습으로 은하 속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해냈다. 앞서 허블이 관측한 이미지와 비교해보면 제임스 웹이 얼마나 더 선명하게 개별 변광성을 구분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변광성 관측에서는 별을 얼마나 더 작고 선명하게 볼 수 있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주변의 배경 별과 펑퍼짐하게 겹쳐 보인다면 변광성 혼자만의 밝기와 변화 주기를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으로 본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래프에서 회색점은 허블 관측 결과를, 빨간색은 이번 제임스 웹 관측 결과를 나타낸다. 확실히 제임스 웹의 결과가 더 좁은 범위에서 오차가 적게 분포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제임스 웹 관측 결과가 더 뛰어난 정밀도로 앞선 허블 관측 결과를 뒷받침해준다는 점이다!
하나의 우주를 보면서 두 가지 팽창률이 튀어나오는 허블 텐션의 미스터리. 결국 관측한 은하의 거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우주배경복사에 적용한 우주론 모델에 문제가 있었는지, 두 가지 축이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제임스 웹은 앞선 허블 관측 결과의 손을 들어준다. 제임스 웹의 훨씬 선명한 눈으로 다시 바라봐도 그동안 알고 있던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 그걸 이용해 구한 은하까지의 거리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답은 하나. 그간 우주배경복사로 우주의 팽창 속도, 팽창률을 구하기 위해 적용한 우주론 모델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그동안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 우주론 모델을 적용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우주의 진화 과정을 잘 재현해왔다. 그런데 이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상황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제임스 웹의 새로운 관측이 앞선 허블 관측에 실수가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면 차라리 문제는 쉽게 끝났을 것이다. 허블조차 관측 퀄리티가 부족했고, 제임스 웹으로 그 한계를 개선했더니 드디어 은하의 거리, 후퇴속도로 구한 우주 팽창률도 우주배경복사로 구했던 것과 동일한 67 정도가 나온다는 결말이 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오히려 허블의 결과를 더 강하게 지지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젠 더 난감한 두 가지를 두고 고민을 해야 한다. 허블뿐 아니라 제임스 웹도 똑같은 한계가 있고 둘 모두의 관측에 실수가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우주론 모델 자체에 수정이 필요한 건지. 결국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채 남게 되었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