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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6] 재평가하자, 베이비복스

섹시 걸그룹 콘셉트의 선구자, 한류의 선두주자

2016.12.20(Tue) 09:01:37

아이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색깔로는 분홍색과 흰색이 있고 옷으로는 치마가 있다. 수식어론 여자여자와 하늘하늘과 청순과 순수와 맑음이 있다. 왠지 눈은 엄청 클 것 같고, 생기가 넘칠 것 같다. 아차, 소녀라는 단어를 빼먹으면 안된다. 소녀를 떠올리니 교복까지 떠오르는데 ‘아청법’에 혼날까봐 상상을 멈춘다.

에이핑크는 전형적인 걸그룹이다. 사진=원더케이 유튜브 캡처


그런데 사실 청순과 소녀만이 아이돌 콘셉트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돌 역시 섹시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다. 에이핑크의 ‘Hush’처럼 잠깐의 변신이 아니라 그룹 자체의 축이 섹시인 아이돌은 있다. 레인보우처럼 섹시 콘셉트에서 러블리 콘셉트로 바꾼 적도 없고, 포미닛처럼 그룹은 파티걸이고 개인은 섹시한 콘셉트를 유지한 투트랙 전략도 아니다. 걸그룹계의 엄정화, 베이비복스가 그 주인공이다. 

베이비복스는 결성이 험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이지, 심은진, 윤은혜, 이희진, 간미연의 체제는 베이비복스 3집 때부터다. 베이비복스의 1집은 거나하게 망했고 2집은 소기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베이비복스의 성공가도는 위의 5인으로 섹시 콘셉트를 밀고 나갈 때부터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베이비복스. 사진=유튜브 캡처


1990년대 말은 청순 걸그룹의 시대였다. S.E.S와 핑클이 걸그룹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았다. 보이그룹마저 “제 애인은 팬분들이죠”라고 말할 정도로 순수와 청순이 강조되던 시절이다. 이와중에 베이비복스는 섹시한 걸그룹을 콘셉트로 잡았다. 그렇게 나온 노래가 ‘Get up’. 다른 걸그룹에 비해 키가 크고 늘씬했던 그룹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팔과 쇄골을 시원하게 깠다. 심지어 이지 누나는 복근도 보여줬다. 이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눈빛 역시 섹시하게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년 동안 얻지 못하던 1위 트로피를 불과 한 달 만에 얻었다.

성공은 이어졌다. 3집 후속곡 ‘Killer’에서 좀 더 강한 이미지를 선보였고 섹시함에 보이시함을 섞어 여자 팬들까지 끌어모았다. 당시 무대를 보면 남자팬들보다 여자팬들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4집 타이틀곡 ‘Why’를 통해 고혹스러움까지 얻어냈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도중에 SBS에서 진행하는 대한해협 횡단 프로젝트까지 참여했다. 무대 위에선 섹시하고 무대 바깥에선 열심히 수영하는 철인 걸그룹이었다. 다방면에서 활동했지만 가수로서 지위는 확고했다. 

이지 누나는 지금 봐도 이쁘다. 저때 방년 20살. 사진=유튜브 캡처


누가 뭐래도 S.E.S와 핑클에 이어 3인자였으며 섹시 콘셉트에선 엄정화의 뒤를 이었다. 해외까지 성공은 이어졌다. 앨범을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 등지에서도 선주문을 받는 등 한류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적어도 태국과 중국, 몽골 등지에선 S.E.S와 핑클보다 베이비복스가 왕이었다.  

인기와 업적만큼 다사다난했다. 3집 후속곡 ‘Killer’ 활동 중에 간미연은 당시 최전성기에 있던 H.O.T.의 리더 문희준과 스캔들에 휩싸였다. 당시 문희준은 대중 가요에 역사로 남은 그룹의 리더였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 리더와 스캔들 때문인지 간미연도 역사에 남았다. 그 역사의 이름은 협박이다. 문희준의 팬들은 당시 18세이던 간미연에게 눈을 도려낸 사진과 커터칼과 살해 협박 편지를 보냈다. 

걸그룹이 투팍 샘플링하면 안 될 이유가 뭐냐. 사진=유튜브 캡처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공중파 3사의 메인 타임 뉴스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였다. 2004년에는 선배 가수 DJ.DOC에게 ‘미아리복스’라는 모욕을 당했다. 미국 힙합 가수 투팍의 음원을 샘플링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금에서야 바비와 민호가 ‘​쇼미더머니’에 나오고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게 당연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아이돌은 힙합과 록을 하면 안 되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었다. 같이 무대에 올라가도 여자 아이돌이 올라가서 흔들면 창녀 소리를 듣는 시대였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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