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아이돌일기3] 아아, 나르샤가 나르샤

세 번 만에 성공, 브라운아이드걸스 성공기

2016.10.05(Wed) 11:08:20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지금에서야 ‘센 언니’라는 소리를 듣고 대형걸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받지만 2006년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진짜로 초라했다. ‘다가와서’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초창기 소울그룹을 지향했다. 3명의 메인보컬과 1명의 래퍼로 구성해 비슷한 이름을 가진 브라운아이즈, 브라운아이드소울처럼 강력한 소울 노래를 내세웠다. ‘다가와서’, ‘second’는 지금 들어도 세련된 R&B 넘버다.  

1집은 그렇게 죽었다. 사진=KBS1 화면 캡처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고 매서운 법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내게 다가왔지만 명성과 흥행은 그녀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짱짱한 작곡가들이 정성들여 쓴 노래들은 듣보잡 걸그룹의 데뷔 앨범으로 남았다.  

현재 지코가 피처링 섭외 넘버원이라면, 옛날 옛적엔 쿨의 이재훈이 피처링 섭외 넘버원이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2007년 6월 여름 그룹 쿨의 이재훈의 도움을 받아 ‘​오아시스​를 내보냈다. 나름 성공적이었다. 1집 타이틀은 몰라도 이재훈이 피처링한 그 노래는 아는 사람이 생겨났다. 

타이틀곡 제목처럼 팬들에게 시원하게 ‘​​속았다. 사진=브라운아이드걸스 2집 앨범 재킷.


이 기세로 2집을 냈다. 타이틀곡은 ‘​​다가와서’​와 비슷한 알앤비 넘버인 ‘​​너에게 속았다’​. 타이틀곡의 이름따라 그룹의 가세가 기운다고 했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타이틀곡 이름값처럼 팬들에게 시원하게 속고 시원하게 망했다. ‘​​오아시스’​에 환호한 팬들은 ‘​​너에게 속았다’​에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하필 같은 달 2007년 9월 원더걸스의 ‘​​Tell me​가 나왔다. 그렇게 브라운아이드걸스의 2집은 망했다. 

한국인은 숫자 3을 좋아한다. 3국유사, 3국사기, 3김 시대, 3연벙까지. 브라운아이드걸스는 ‘​​L.O.V.E​로 세 번째 도전을 한다. 그녀들의 도전은 세 번째 만에 성공적이었다. 색색스타킹을 입고 “야릇야릇한 널 향한 나의 마음 들리니 i need you, i love you”라며 팬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그녀들은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 입성에 성공했다. 2007년 겨울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 당시 최고의 제작자 용감한 형제와 ‘​​어쩌다’​를 성공시키고 2009년 여름대전에선 ​아브라카다브라’​로 승전보를 울렸다. 2ne1, 소녀시대와의 정면 승부에서 선방을 넘어 승리를 거둔 그녀들은 명실상부 최고의 성인돌 걸그룹이 됐다. 

세 번째에 성공했다, 드디어. 사진= KBS2 화면 캡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꽃길을 걷지 못했다. 꽃길만 걸어도 모자랄 누나들이지만, 가시밭길을 걸었다. 1집은 망하고, 싱글은 흥했는데 2집은 망했다. 색색스타킹이 아니었으면 그녀들은 아직도 듣보 알앤비 걸그룹일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길은 많은 걸그룹들이 배울 만하다. 가인과 나르샤 그리고 제아와 미료는 그룹의 성공 이후 성공적으로 솔로의 길을 걸었다. 가장 먼저 유명해진 가인은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와 ‘​​조선미녀삼총사’​에 출연했으며 솔로 가수로도 업적을 이루었다. 콘셉트를 표현하는 능력, 가창력, 캐릭터성까지 모두 가진 가인이다. 아직까지 가인의 ‘​​피어나’​만큼 세련되게 성을 표현한 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르샤는 라디오 진행을 비롯해 SNL부터 드라마까지 종횡무진했고 솔로 가수로도 성공적이었다. 

더 거만해져도 되니까 노래만 내주세요. 누나들. 사진=브아걸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 캡처


브라운아이드걸스가 그룹으로서 더 큰 성공을 이루기는 힘들지 모른다. 개인활동을 하다가 2년 만에 하나씩 나오는 평범한 앨범으로 다시 최정상 걸그룹이 되기는 힘들겠지. 초창기 소울그룹으로서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없지만, 헤쳐 모여서 그들만의 길을 걸어가는 지금의 브아걸도 좋다. 누나들 연애도 잘하고 결혼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세요. 그냥 가끔 스케치북 나와서 ‘​​다가와서'​만 불러주시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저는.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bizhk@bizhankook.com


[핫클릭]

· [아이돌일기1] ‘여자친구’ 찬양해
· [아이돌일기2] ‘소원을 말해봐’의 추억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