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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인야후, 네이버와 '헤어질 결심' 언제부터 했을까

신중호 CPO 이사회서 배제 '전원 일본인' 차지…일본 정부, 소뱅과 손잡았나 '의구심 증폭'

2024.05.08(Wed) 20:15:13

[비즈한국] 라인야후가 공동 운영사이자 라인 개발사인 네이버를 끊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종료하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네이버 출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네이버 몫인 기술개발 권한을 정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발표는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한 지 두 달 만에 공식화된 결정이다. 아직 지분 매각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양사의 지분 관계가 기울면 수혜자는 소프트뱅크가 될 여지가 크다. 일본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는 동안 공동 경영을 맡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공동체 혹은 혈맹으로까지 불리던 두 파트너 사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일자 시장 안팎에서는 네이버에 대한 라인 경영권 ‘강탈’ 위험성이 제기돼왔다. 라인 사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라인야후가 공동경영을 맡고 있던 네이버와의 위탁 계약을 순차 종료하고 기술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한다. 사진=라인 홈페이지


#네이버가 만든 일본 국민 메신저, 이사회 ‘전원 일본인’ 차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한국인인 네이버 측 신준호 CPO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소프트뱅크 측 사내이사 3명 중 오케타니 타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사직을 내려놓고 다른 두 인사는 잔류한다. 라인야후 사내인사 4인과 사외이사 3인 총 7인이었던 이사 구성은 사내 2인, 사외 4인 총 6인으로 변경된다. 이로써 라인야후 이사회는 한국인 없이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 행정 지도의 주된 메시지를 고려해 상호 합의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기술적 의존도를 해결하라는 행정지도에 대한 답변으로, 앞서 (일본 총무성에) 이미 보고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위탁 관계 종료’와 지분 매각은 별도의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의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네이버의 중장기 전략에 맞춰서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답변이다.

 

라인 사태가 본격화한 건 올해 3월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그 사이 라인야후가 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지난달 16일 다시 행정지도를 한다고 발표했다. 

 

라인은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사진=라인야후 홈페이지

 

라인은 현지 이용자들이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인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CPO가 2011년 개발을 맡아 시장에 내놓았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전화·문자 불통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에서 개발 착수 3개월 만에 서비스가 개시되며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일본 인구의 77% 수준인 약 9600만 명이 사용한다.  

 

#소프트뱅크의 ‘파트너’, 네이버일까 일본 정부일까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는 13년 간 라인을 개발하고 키워온 네이버로서 당황스러운 조치다. 사실상 네이버의 경영권을 넘기고 소프트뱅크의 지배력을 확대하라는 주문인데, 보안 강화를 앞세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데이터 플랫폼을 자국기업화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해 세운 합작 기업이다. 이 같은 공동경영은 2019년 계획 발표 뒤 추진됐는데, 양사가 함께 A홀딩스를 세우고, 그 아래 Z홀딩스를 출범시켜 라인과 야후재팬을 거느리는 형태다. A홀딩스는 Z홀딩스의 지분 64.78%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 합병에 이어 지난해에는 Z홀딩스를 중심으로 라인과 야후재팬 간 3자 합병이 이뤄지며 라인야후 법인이 출범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공동경영 체제에도 균열이 일게 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위)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네이버, 연합뉴스


라인야후는 현재 상호 합의에 따라 소프트뱅크 그룹이 경영권을, 네이버가 개발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데자와 CEO의 말대로 위탁 관계가 끝나고 기술 독립이 이뤄진다면 네이버의 역할은 사실상 불분명해진다. 네이버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반반 경영’ 형식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지분 구조 상 소프트뱅크가 한 주라도 더 가져가면 네이버가 경영 주도권을 잃게 된다. 

 

7인의 기존 이사회 구성에서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4인으로 과반수에 해당한 사실을 두고는 라인야후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소프트뱅크로 쏠려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가상융합대학 교수는 기울어진 이사회 구성을 지적하며 “모든 경영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프트뱅크에 유리한 구조다. 이 사태의 최대 수요자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합병, 합작회사 출범 시점부터 주도권은 이미 소프트뱅크에 넘어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분 양도가·해외 사업권에 촉각

 

소프트뱅크는 여태껏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동경영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가 두드러지면서 소프트뱅크의 역할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앞서 최 대표의 톤 다운된 입장을 두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물밑 작업이 네이버-소프트뱅크-일본 정부 3자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번 발표로 합작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일본 내 대응력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이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소프트뱅크의 의도에도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데자와 CEO는 이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대해 ‘중대한 사태이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해결하라는 조언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사업 시 현지 기업과 공동 출자나 조인트 벤처와 같은 방식으로 합작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 국면에서 소프트뱅크는 손을 놓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적극 소통하며 입장 표명과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매우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합작회사로 파트너 관계를 맺은 두 회사가 각각의 이해관계와 목적을 갖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 때 마음이 맞아 합작한 회사가 ‘결별’하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다. 사업 시너지가 기대만큼 일어나지 않을 때 양 사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지분을 정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지 정부가 자국 기업의 지분을 확대하라고 직접 지도 조치를 가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의 경영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자국 내 강력한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에 몽니를 부리는 것을 넘어,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원 팀’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옆집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공동경영사로서 적절하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모호한 입장이 결국 경영 주도권을 노리는 꼼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통합 직전까지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 세계 IT 공룡을 넘어서는 걸 목표로 한 배를 탔다. 

 

대만·태국·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점유율 1위 자리에 있는 라인은 네이버의 동남아 사업의 기반이기도 하다. 라인이라는 브랜드부터 데이터 인프라와 실물 앱을 활용하는 아시아 이용자들은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운 네이버의 자산으로 꼽힌다. 일본 시장만 잃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사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지분 매각 조건, 일본 외 지역의 사업권 등이 주요 논의 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교수는 “네이버 지분이 최종적으로 양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합자 법인에 대한 영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라인 서비스에 대한 네이버의 기여도, 지분 양도 가격 결정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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