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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2] ‘소원을 말해봐’의 추억

마린룩 콘셉트 완벽했으나 성적은...

2016.09.26(Mon) 15:53:27

소녀시대 노래 중 가장 아까운 건 〈소원을 말해봐〉다. 당시 상황을 보자. 원더걸스와 빅뱅에 밀려 만년 3인자이자 걸그룹 2인자였던 소녀시대는 2009년 초 〈Gee〉​로 드디어 1인자에 등극했다. 커다란 롤리팝 사탕을 들던 귀여운 소녀들이 작은 츄파춥스를 들고, 스키니진과 흰 티셔츠를 입고 돌아와서 가요계를 정복했다.

왕좌에 오르게 한 노래 <지(Gee)>.

 

그해 여름 소녀시대는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삽질하는 동안 자신들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출정했다. 그게 바로 〈소원을 말해봐〉였다. 

 

〈Gee〉​가 사실 소녀시대 버전 후크송이었다면 〈소원을 말해봐〉는 당시 후크송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통 콘셉트 댄스곡에 가까웠다. 물론 아직 후크송이 무엇인지 논란이 많다. 아이돌 전문 웹진 〈Idology〉는 후크송이 유령이라고 주장하고, 채널 예스는〈소원을 말해봐〉를 콘셉트에 치중을 둔 댄스곡인 콘셉트송이라 불렀다. 강현구와 고준훈이 쓴 〈K-POP의 음악 패턴 분석〉에선 〈소원을 말해봐〉를 후크송으로 정의했다. 후크송과 콘셉트송을 이분법적으로 정의내리기 힘들겠지만 〈소원을 말해봐〉 이전 이후 앨범을 들여다보면 〈소원을 말해봐〉는 콘셉트송에 가깝다.


<소원을 말해봐>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소녀시대의 콘셉트는 마린룩을 입은,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요정이었다. 이게 남성팬은 기본이요, 여성팬의 마음마저 훔쳤다. 멤버 개개인의 비주얼이 너무 이뻐서 팬들은 그저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남성커뮤니티에선 “헉헉, 유리 누나 절 가져요”, “사랑합니다. 제시카” 하는 말이 나왔고 여성커뮤니티에선 “유리 존예 ㅠㅠ” 등의 말이 나왔다. 

 

이 시기 제시카는 〈무한도전〉에서 냉면을 부르는데, 제시카를 ‘턱시카’, ‘다크템플러’라고 까는 안티들도 냉면 무대에선 그저 넋 놓고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해 연말 남초커뮤니티의 여신은 신세경과 소녀시대 유리였다.

 

2009년 7월 2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서울과의 친선경기가 열린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노래하는 소녀시대.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였던 시절. 사진=비즈한국DB

2009년 7월 2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서울과의 친선경기가 열린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노래하는 소녀시대.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였던 시절. 사진=비즈한국DB


콘셉트는 적절했고, 비주얼은 아름다웠고, 노래도 좋았으나, 성적은 아쉬웠다. 멜론 연간 차트 16위에 있었으나 로 상반기를 지배하던 소녀시대를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다. 라이벌이던 원더걸스는 2008년 연간 차트에 을 1위에, 를 4위에 박는 기염을 토했다. 이 원더걸스 트릴로지 중 체감 인기가 가장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차트에서 저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상반기를 지배했던 걸그룹의 왕이 작심하고 준비한 콘셉트송이 브아걸, 애프터스쿨, 손담비, 카라, 슈퍼주니어 등의 후크송에 가까웠던 노래들에 치였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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