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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호실적인데 분위기 '극과 극' 왜?

인원·규모 더 적은 하이닉스가 매출은 더 높아…삼성, 임원 주6일 출근 등 '위기감' 반영

2024.05.07(Tue) 09:50:03

[비즈한국] 웃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 대한민국 반도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 양산 시기를 올해 3분기로 앞당긴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만년 2등’에 머무르지 않고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실적도 긍정적이다. 1분기에만 2.9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파트)의 1.9조 원과 비교할 때 1조 원 이상 많다. 삼성전자는 주요 분야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6일 근무를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웃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두 기업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진=비즈한국 DB


#모두 반도체 호실적인데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은 지난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매출 12조 4296억 원, 영업이익 2조 8860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깜짝 실적이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4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3조 4023억 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매출만 따지만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며, 영업이익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734% 늘었다.

 

삼성전자도 1분기 실적이 좋다. 매출 71조 원, 영업이익 6조 606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6402억 원)는 물론이고 작년 연간 영업이익(6조 5670억 원)을 뛰어넘었다. 최근 꾸준히 상향된 증권사 추정치(컨센서스·영업이익 기준)를 20% 이상 웃돈 깜짝 실적이다. 두 반도체 회사의 호실적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덕분이라는 평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비상’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 분야 임원들을 중심으로 주6일 근무를 전격 시행했다. 밖으로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와 이스라엘·이란 전쟁 가능성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을 이유로 꼽지만,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뒤쳐진 것을 꼽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규모가 SK하이닉스의 2배 규모”라며 “그런데 오히려 실적은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비상이 걸린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가 최근 임원들의 주6일 근무를 실시한 것은 ‘2등’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최준필 기자


실제로 반도체만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직원 규모가 3만 1980명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DS사업 부문만 남성 5만 3372명, 여성 2만 671명으로 합치면 직원이 7만 4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반도체만 떼놓고 보면 SK하이닉스 매출이 더 효율적이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SK하이닉스가 23.2%로 삼성전자(8.25%)의 3배에 가깝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생산을 앞당길 수 있는 두둑한 실탄을 더 많이 확보한 셈이다. 

 

#기술에서도 치고 나서기 시작한 하이닉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대부분 완판됐다고 밝힌 상황이다. HBM 6세대인 HBM4 역시 기존에 2026년 양산을 예고했지만 내년으로 양산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일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HBM 총 매출액이 100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 밝혔는데, 같은 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간담회에서 “대략 100억 달러대 중반, 백수십억 달러일 것”이라고 답했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호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엔비디아 주최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 참가한 ​SK하이닉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특히 SK하이닉스는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HBM 시장에서 업계 큰손이자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실적을 견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최근 사내 행사에서 “AI 초기 시장에선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임원들의 주6일 근무를 실시한 것은 ‘2등’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2018년에만 해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5.6%를 책임질 정도로 핵심 분야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부문(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이 있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는 당연히 SK하이닉스를 앞서겠지만, 반도체라는 핵심 부품만 놓고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AI 상용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관련 부품 산업에서 우위를 잡기 위한 두 회사의 경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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