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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쥐 없는 바이오
④ 오가노이드 한계 극복할 ‘인간화 마우스’ 기술

프리클리나·씨앤에스알 등 연구개발 박차…신약 개발도 좋지만 ‘검증 인프라’ 지원도 이뤄져야

편집자 주
인간의 안전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당연시해온 동물실험 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 동물과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신약 후보물질 상당수가 임상에서 탈락하는 가운데, AI·오가노이드·장기 칩은 윤리와 정확성을 함께 요구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한국은 글로벌 규제 변화와 국내 산업의 현실을 통해 ‘실험쥐 없는 바이오’가 구호를 넘어 뉴노멀이 될 수 있을지 그 당위성과 가능성을 짚어본다.

[비즈한국]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움직임 속에 오가노이드와 같은 동물대체시험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사람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과 독성을 충분히 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신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기존 시험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사람의 면역체계를 일부 구현한 ‘인간화 마우스’를 활용해 원숭이 등 영장류 시험을 줄이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동물대체시험은 동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등동물 사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동물모델로 전환하는 것 역시 동물실험을 줄이는 한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인간 면역세포를 이식한 인간화 마우스가 기존 실험쥐와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생성형AI

“오가노이드만으로는 전신 면역반응 예측 어려워”

국내 비임상시험 전문가들은 오가노이드가 생체 외 모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영모 프리클리나 대표는 동물대체시험법이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가노이드는 특정 조직이나 세포 수준의 독성 및 효능 평가는 가능하지만, T세포와 B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면역세포가 여러 장기와 상호작용하며 나타나는 전신 면역반응까지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실험이라는 안전성 검증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임상에 진입하면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결국 환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미영 씨앤에스알 대표도 “오가노이드는 약동학(PK/PD) 평가가 제한적이고 세포 성숙도와 배양 배치 간 품질 편차 문제도 여전히 해결 과제”라며 “현 시점에서는 핵심 입증자료라기보다 기존 비임상 데이터를 보완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DA도 오가노이드 등 동물대체시험법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기존 동물실험을 일괄적으로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이 검증된 영역인 단클론항체 기반 바이오의약품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화 마우스…영장류 시험 줄이는 현실적 대안될 수도

이처럼 동물대체시험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업계가 주목하는 것이 ‘인간화 마우스’다. 인간 면역세포를 이식한 인간화 마우스는 사람의 면역반응을 비교적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어 면역항암제나 세포·유전자치료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등 사람 특이적 독성을 일반 실험쥐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사람 특이적으로 설계된 항체의약품 개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간화 마우스의 활용 가치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에 따르면 단일항체와 이중항체, ADC 등 상당수 바이오의약품은 설치류에서는 약리작용 자체가 나타나지 않아 영장류를 이용한 독성시험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 중국을 중심으로 ADC를 포함한 항체 신약 개발이 급증하면서 영장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회복까지 겹치며 실험용 원숭이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최대 10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영모 프리클리나 대표는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오가노이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동물시험 자체를 100% 대체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사진=박정훈 기자

강 대표는 “동물실험 축소의 의미는 동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원숭이 같은 영장류를 마우스로 대체해 실험동물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며 “인간화 마우스는 영장류 시험을 무조건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필요한 영장류 시험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프리클리나는 인간화 폐섬유증(BILF) 모델과 염증성 장질환(IBD) 모델 등을 개발했으며, 회사 측은 자가면역·알레르기 질환용 인간화 마우스 평가 플랫폼을 상용화한 기업은 현재 전 세계에서 자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5년 글로벌 파마테크 어워드에서 아시아 기업 최초로 베스트 CRO를 수상했으며 유럽과 미국에도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미영 씨앤에스알 대표는 동물대체시험법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임준선 기

씨앤에스알도 인간화 마우스의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한 표준화(QC)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인간 백혈구 공통항원(HLA)을 일정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암세포와 인간 면역세포 간 상호작용을 생체 내에서 관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해당 기술은 아피메즈의 천연물 유래 골관절염 치료제 아피톡신의 다발성경화증 적응증 확대 연구에도 적용됐다. 아피메즈는 인간화 마우스를 활용한 비임상 중간분석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며 향후 미국 임상 3상을 위한 가교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약만 지원 말고 검증 인프라도 투자해야”

업계는 국내 비임상 평가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은 신약 개발 자체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중국 CRO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비임상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흡수할 검증 인프라와 표준화 체계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정부가 대체기술 개발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된 오가노이드나 인간화 마우스 기술이 실제 생체 환경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검증하는 밸리데이션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영장류 시험이 제한적인 품목에 대해서는 인간화 마우스와 오가노이드 데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비임상 패키지를 인정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검증을 거친 데이터에 대해서는 영장류 시험 면제 기준과 품질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물대체시험법의 진정한 가치는 맹목적인 실험동물 퇴출이 아니라 신약의 인체 안전성 확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가노이드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고 고비용의 영장류 실험을 하향 대체하는 인간화 마우스는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비임상 기술력이 글로벌 지각변동 속에서 실질적인 수주 성과와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려면 유연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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