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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쥐 없는 바이오
② 동물실험 축소 위기 앞에서 ‘진화’하는 CRO

규제를 ‘혁신’의 계기로…비임상 사업 재편, 새 플랫폼 구축 등 시험 방식과 기업 역할 변화

편집자 주
인간의 안전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당연시해온 동물실험 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 동물과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신약 후보물질 상당수가 임상에서 탈락하는 가운데, AI·오가노이드·장기 칩은 윤리와 정확성을 함께 요구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한국은 글로벌 규제 변화와 국내 산업의 현실을 통해 ‘실험쥐 없는 바이오’가 구호를 넘어 뉴노멀이 될 수 있을지 그 당위성과 가능성을 짚어본다.

[비즈한국] 글로벌 규제 당국이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축소에 속도를 내면서, 실험동물 기반으로 성장해온 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동물실험이 줄어들면 비임상 시장 자체도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정작 생태계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예상과 조금 다르다. 이들은 동물실험 축소를 ‘사업의 끝’이 아니라 ‘사업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물실험이 필요한 영역은 더욱 고도화하고, 대체시험법이 가능한 분야는 적극 흡수하는 식이다. 규제 변화에 맞서기보다 변화 자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콜마바이오텍, 화장품·건기식 확장 및 ‘ADC 비임상’ 특화

동물실험을 축소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 콜마바이오텍은 화장품과 건기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ADC 특화 비임상 전략 수립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사진은 콜마바이오텍 동물실험센터 내부. 사진=콜마바이오텍 제공

의약품 동물실험 중심이던 우정바이오는 최근 콜마홀딩스에 인수돼 콜마바이오텍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 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존 의약품 중심이던 사업 목적도 손질했다.

새롭게 추가된 사업은 화장품 원료 연구개발과 제조·판매, 식품 원료 및 건강기능식품 소재 연구개발,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물용 의약품·사료·건강기능식품 등이다. 동물실험 축소 흐름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임상 사업에서 아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대체시험법으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달리티인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PDX(환자 유래 이종이식 모델)다. 개발 난도가 높은 만큼 비임상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영역이다.

이를 위해 인투셀에서 ADC 개발을 주도했던 강종수 본부장을 전무로 영입해 ADC 특화 비임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외부 ADME(약물동태) 전문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일본 글로벌 CRO인 SNBL 등 해외 기업과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이미 동물실험이 사실상 금지된 화장품 분야에서는 대체시험법을 적극 도입한다. 그룹 내 오가노이드 전문 계열사인 넥스트앤바이오와 협력해 3차원(3D) 오가노이드 기반 평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화장품 신원료와 건강기능식품 소재의 효능과 독성을 동물 없이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콜마바이오텍은 ‘동물실험을 계속할 것인가, 대체시험으로 갈 것인가’라는 양자택일보다는, 분야별로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비임상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셈이다.

콜마바이오텍 관계자는 “지금까지 축적한 바이오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약뿐 아니라 코스메틱과 헬스케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LB바이오스텝, 동물과 첨단 기술 결합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방

HLB바이오스텝은 AI, 오가노이드, 장기칩 등 다양한 동물대체시험법에 대응할 수 있는 비임상 플랫폼 기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HLB바이오스텝 제공

HLB바이오스텝 역시 방향은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기존 동물모델 기반 유효성 평가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AI, 오가노이드, 장기칩 등 동물대체시험법(NAMs)을 적극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 외부 전문기업과 손잡는 개방형 전략도 특징이다. 장기칩 분야에서는 네덜란드 기업 카이런과, AI 기반 예측 분야에서는 바스젠바이오와 협력해 인실리코 분석과 비임상 검증을 결합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시험을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비임상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고 해석해 신약 개발 초기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NAMs 기반 독성·효력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국제 가이드라인에 활용될 수 있는 글로벌 표준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체시험센터도 본격 가동했다. 3D 종양 스페로이드, 장관 투과성(Caco-2), 뇌혈관장벽(BBB) 평가 모델 등을 실제 고객 서비스로 연결해 사람 예측형 체외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인수한 HLB바이오코드의 GLP 기반 독성시험 역량과 결합해 기존 비임상 서비스의 활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백성진 HLB바이오스텝 대표는 “단순 시험대행을 넘어 임상시험계획(IND) 이전 단계부터 비임상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밸리데이션 CRO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규제가 바꾸는 것은 동물실험의 존폐가 아니라 CRO의 역할이다. 과거에는 ‘시험을 대신 수행하는 회사’였다면, 앞으로는 동물실험과 대체시험법을 적절히 조합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전략까지 제시하는 파트너로 진화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동물실험 축소가 전통 CRO를 밀어내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도록 만드는 변곡점이 된 셈이다.

용어 설명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신해 신약의 효능과 독성을 시험하고 분석하는 전문기업. 이 기사에서는 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 이전 단계를 담당하는 비임상 CRO를 뜻한다.
동물대체시험법(NAMs)
동물 사용을 줄이거나 대신하기 위해 사람 세포, 오가노이드, 장기칩, 컴퓨터 예측 등을 활용하는 시험 방법.
오가노이드
사람의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모델. 흔히 ‘미니 장기’라고 부른다.
ADC(항체-약물 접합체)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강력한 약물을 결합한 치료제. 개발과 검증이 까다로워 전문적인 비임상시험 역량이 필요한 분야다.

실험쥐 없는 바이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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