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약 개발 과정의 윤리적 문제와 기존 동물실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동물대체시험법(NAMs) 연구가 산업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동물 개체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하기 위해 세포 배양 기술,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장기 칩(Organ-on-a-chip)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추세다.

투구게 혈액 대체하는 ‘세포 배양’ 기술
개체 수 감소로 보호 필요성이 커진 해양 생물인 투구게를 보호하기 위한 대체 기술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투구게 혈액에서 추출되는 아메보사이트는 백신, 체내 이식 의료기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발열이나 쇼크를 유발할 수 있는 ‘내독소(엔도톡신)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백신 수요가 급증했고 바이오 및 미용·의료기기 산업 성장이 맞물리면서 생물의학 목적의 혈액 채취를 위해 매년 수십만 마리 규모의 투구게가 포획된다. 그런데 채혈 과정 이후 일부 개체가 폐사하거나 번식 능력 저하를 겪는 등 생태 영향이 보고되고 있다.
과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일부 투구게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투구게 대체 시험법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주에서는 올해부터 상업적 채집 할당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9년부터 투구게의 상업적 및 생물의학적 목적의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의 비오메리외와 스위스의 론자 등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rFC·rCR 기반 엔도톡신 검사법을 상용화했다. 투구게 희생 없이 검사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업 현장에 적용하려면 표준 엔도톡신 이외 물질에 대한 검증 데이터가 추가로 요구된다는 한계가 공존한다. 재조합 단백질 기반 엔도톡신 검사법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일부 인자만을 혼합 사용해 기존 투구게 혈액 기반 검사와 반응성 및 검사 방식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도입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품질관리(QC) 공정의 표준작업지침(SOP)을 새롭게 설계해야 해 기존 검사법 대비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의 약전(의약품 공정서)에 대체 시험법으로 등재되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셀위버스가 세포 배양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엔도톡신 검사 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셀위버스는 배양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투구게의 아메보사이트 면역세포를 24일 만에 1000배 이상 증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건식 셀위버스 대표는 “투구게 한 마리에서 채취한 혈액만으로 약 1000마리 분량의 엔도톡신 검사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민감한 아메보사이트 세포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생존율 95% 이상의 전용 동결보존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장기 배양 이후에도 엔도톡신 검사에 필요한 핵심 인자들의 발현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조 대표는 “투구게 혈액 내 핵심 면역세포를 직접 배양해 동일한 원료를 공급하므로 기존 방식의 검출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자체 배양한 원료로 시제품을 만들어 내부 테스트한 결과, 글로벌 시장 1, 2위 기업인 찰스리버나 론자 등의 제품과 비교해 민감도가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국가독성학연구소에서 본격적인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웅·신라젠·강스템바이오텍…‘오가노이드’ 기술로 R&D 속도전
오가노이드는 인체 줄기세포 등을 3차원으로 배양해 인체 장기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한 3차원 세포 모델이다. 기존 평면적인 2차원 세포 배양 방식과 달리 입체적인 구조를 가져 인체의 생리적 특성과 세포 간 상호작용을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전신 면역 반응이나 복잡한 혈류 네트워크를 완벽히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동물실험에서 나타나는 종간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신약 후보물질을 동물에 투여하기 전 인체 장기 수준에서의 약물 효능과 독성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초기 스크리닝 과정에서 사용되는 실험동물의 수를 유의미하게 감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웅제약도 오가노이드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으로부터 독성평가용 간 오가노이드 기술을 이전받았다. 대웅제약은 사람의 간 조직과 담즙 배출 구조를 구현한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비임상 단계에서 신약 후보물질의 간 독성을 보다 정밀하게 사전 평가해 R&D(연구개발)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 기술이 구체적인 민감도, 특이도 등의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세포 생존율 평가뿐 아니라 알부민 분비능, AST(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ALT(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등 주요 간 기능 및 손상 지표를 다각도로 검증할 수 있어, 실제 인체 환경에 근접한 예측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 활용 범위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독성평가용 기술을 확보했지만 다양한 질병 모델링 오가노이드 기술을 접목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 및 약효 평가까지 활용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외부의 우수 플랫폼 기술 도입 등 오픈 이노베이션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의 병용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했다. 회사는 동물실험 데이터 대신 오가노이드 기반 전임상 연구 데이터만을 제출해 병용요법의 임상적 타당성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오가노이드 기반 데이터만으로 FDA의 IND 변경 승인을 받은 드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피부 오가노이드 모델 등을 구축해 화장품 및 피부 질환 치료제의 효능 평가와 스크리닝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 인공 피부는 혈관이나 면역계가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약물 반응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줄기세포 기반의 강스템바이오텍 오가노이드 모델은 혈관과 면역계가 모두 포함돼 아토피나 주름 등 정상 피부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구현하고 이를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해관 강스템바이오텍 사업개발본부장 상무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출이 목표”라면서 “현재 글로벌 제약사 1곳,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2곳과 계약을 맺고 CRO 업무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인체 장기 환경 재현하는 ‘장기 칩’
장기 칩(Organ-on-a-chip)은 사람의 장기 구조와 기능을 미세유체 기술 기반의 칩 위에 구현한 차세대 동물대체시험법이다. 인간 세포 기반으로 약물 반응을 분석할 수 있어 초기 후보물질 선별과 독성 평가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다.
오가노이드가 줄기세포를 활용해 장기와 유사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면, 장기 칩은 세포에 혈류와 유사한 흐름, 기계적 자극, 약물 이동 환경 등을 구현해 실제 인체 내 반응을 더 정밀하게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뮬레이트와 씨엔바이오 등이 장기 칩 플랫폼을 상용화하며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뮬레이트는 사람의 장기 구조와 기능을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한 관으로 액체를 제어하는 미세유체 기반 플랫폼을 개발해 간·장·폐 등 다양한 장기 모델을 제공하고 있으며 씨엔바이오도 피지오미믹스(PhysioMimix) 플랫폼을 간 독성 평가와 약물 대사 연구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기 칩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조직 재현 및 장기 칩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바이오솔빅스는 인체 장기 환경을 모사한 생체모사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장기 칩은 아직 표준화와 규제 수용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업·연구기관마다 구현하는 장기 구조와 세포 구성, 유체 환경이 달라 시험 결과를 비교할 공통 기준이 마련돼다. 아울러 제약사의 대규모 후보물질 스크리닝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표준화와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비용 경쟁력 확보도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