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시설물 위험을 없애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현행법은 시설물 결함을 일정 기간 안에 보수·보강하도록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이나 의사결정 문제로 조치가 늦어진다. 전문가들은 보수·보강이 끝날 때까지 위험 상태를 관리하고, 실제 조치를 이끌어낼 지원과 강제수단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설물에서 중대한 결함 등이 확인돼 보수·보강 대상이 된 사례는 올해 6월 말 기준 7196건이다. 이 가운데 3377건이 아직 조치를 마치지 않았고 389건은 법정 이행기간까지 넘겼다. 지난해 12월부터는 D·E등급으로 지정된 시설에도 보수·보강 의무가 부과됐는데, 올해 6월 말까지 해당 시설 75곳 모두가 조치를 완료하지 못했다.

법정 조치기한 남았어도 위험은 그대로
시설물안전법은 안전 문제가 확인된 시설물 관리주체가 보수·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긴급안전점검 이후 행정기관 조치명령을 받은 경우와 안전점검·안전진단 과정에서 중대한 결함 등을 통보받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2024년 말 법 개정으로 지난해 12월부터는 정밀안전점검이나 정밀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은 시설도 보수·보강 의무 대상에 포함됐다.
시설물 보수·보강에는 일정한 이행기한이 주어진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조치명령, 중대한결함 등 통보, D·E등급 지정을 받은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2년 이내에 보수·보강에 착수해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착수일부터 3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 12월부터는 착수 기한이 1년 이내, 완료 기한이 착수일로부터 2년 이내로 단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정기한이 남아 있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즈한국이 찾은 서울 마포구 마포공덕시장과 경남 창원시 오피스텔, 경기 광명시 광명세무서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물임에도 D·E등급 판정이나 중대한결함 발견 이후 영업·거주·업무가 이어졌다. 시설마다 일부 안전관리 조치는 있었지만 등급 판정의 원인이 된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보수·보강 전까지 시설물 위험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찬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이 매번 가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기울기나 균열이 늘어나는지를 보는 센서를 설치해 손상이 더 심해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며 “사유재산을 고쳐주는 것과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부분에는 공공재를 투입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에 막힌 보수·보강…지원과 강제력 병행해야
민간시설은 보수·보강 단계에서 비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공사비뿐 아니라 공사 기간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고, 오피스텔이나 상가처럼 소유자가 여러 명인 집합건물은 비용 부담과 공사 여부를 두고 합의가 늦어질 수 있다. 비즈한국이 앞서 찾은 공덕시장과 창원 오피스텔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확인됐다.

하지만 위험이 큰 시설에는 강제수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설물안전법은 시설물 구조상 공중의 안전한 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긴급조치가 필요한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관리주체에 사용제한·사용금지·철거·주민대피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한다. 관리주체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지자체가 대신 안전조치를 하고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의 긴급안전조치 명령이 제때 작동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서울 마포공덕시장은 지난해 1월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E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건물 80실 중 절반가량이 영업과 거주를 이어가고 있다. 관리주체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중단하지 않았는데도 마포구는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사용금지를 위한 긴급안전조치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한 시설물에 대해서는 공공이 먼저 예산을 투입해 조치하고 관리주체에 비용을 물리도록 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시설 자체를 사용하지 않도록 강제집행하는 방법이 있다”며 “민간은 비용 문제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지자체가 강제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만으로 보수·보강을 끌어내기도 어렵다. 공사비와 영업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관리주체에는 일정한 지원과 유인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강행을 시켜 처벌로 가는 게 다 좋은 것도 아니다”며 “지자체가 보조금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관리주체가 부담하거나, 세금 혜택이나 융자 같은 유인책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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