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조와 안전에 문제가 확인된 시설물에는 그에 맞는 안전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심각한 상태라면 사용을 막고, 구조적 결함이 있다면 보수·보강해야 한다. 하지만 비즈한국이 서울 마포공덕시장과 경남 창원 오피스텔, 경기 광명세무서를 찾아 관리 실태를 확인한 결과 세 곳 모두 안전등급 판정에 따른 핵심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이나 거주,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설 핵심부 결함에도…조치 없이 계속 사용
서울 마포구 마포공덕시장 A동은 지난해 1월 시설물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마포구에 따르면 진단 과정에서는 시설물 균열과 발청·박락, 노후화 등 시설물 구조 안전 문제가 확인됐다. 법대로라면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하지만 전체 80호실 가운데 40호실가량이 여전히 전처럼 사용되고 있다. 사용 중인 호실은 음식점과 마트, 상점뿐만 아니라 고시원 등 주거 용도도 포함됐다.
마포구 구민안전과 관계자는 “소유자들이 스스로 사용을 금지하고 개보수가 끝날 때까지 쓰지 않거나 제한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며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구 차원의 사용금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진단 이후 잭서포트를 설치하는 등 임시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오는 9월 시설물 사용금지를 내용으로 한 긴급안전조치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오피스텔은 올해 3월 시설물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점검 결과 시설물 지하층 천장 보에서는 다수의 균열이 발견됐고 철근이 노출·부식되거나 절단된 곳도 확인됐다. 점검기관은 구조물 내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원인을 파악하고 보수·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오피스텔에서는 300호 이상이 이런 조치 없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관계자는 “지하층은 정밀안전진단 등을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을 해야 하는데, 언제 진단할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제출된 게 없다”며 “여러 명이 소유한 집합건물이라 의결을 거쳐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보수·보강 의무가 있다는 점은 계속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광명세무서는 2022년 10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광명세무서는 약 30년 전 현행 내진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로, 정밀안전진단에서 내진성능 취약점이 확인됐다. 이후 정기안전점검 횟수는 늘어났지만 D등급 원인이 된 내진성능 보강은 하지 않았다. 현재 광명세무서에는 직원 84명이 근무하고 있다. 민원인들도 평소처럼 청사를 이용한다.
김지훈 광명세무서장은 “내진 부분 D등급이 보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항목이 C등급 이상이어도 전체 등급을 올릴 수 없었다”며 “지진이 발생하면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장 붕괴 위험이 있는 상태로 보지는 않는다. 노후 청사를 보강하기보다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세무서 새 청사 착공 목표는 2030년이다.

안전 조치 가로막은 ‘비용’…보강비부터 생계까지
안전등급 판정 뒤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배경에는 결국 비용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시설물을 보수·보강하는 데 드는 직접적인 공사비뿐 아니라 사용을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영업손실과 생계 문제, 부동산 임대수익 감소까지 경제적 부담의 형태도 다양했다. 민간과 공공시설을 가리지 않고 안전조치를 미루게 하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마포공덕시장에서는 사용금지가 생계 문제로 이어진다. 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조영덕 마포공덕시장 재개발조합장은 “대책 없이 상인들에게 장사를 그만두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먹고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이주비나 보상금이 마련되면 나가겠다는 분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마포공덕시장은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한 이후 사업 추진이 더딘 상황이다.
창원 오피스텔 역시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정밀안전진단과 보수·보강을 추진하려면 집합건물 소유자들의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는데 일부는 안전조치가 임대 사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는 “오피스텔 대부분은 소형 면적으로 소유주 다수가 임대인이다. 조치를 하려고 하는데 일부 소유주가 임대 중단 우려로 반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공공시설인 광명세무서는 보강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김지훈 광명세무서장은 “내진성능을 전면적으로 보강하려면 비용이 상당히 들어 노후 청사를 보강하기보다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D등급이 나왔다고 바로 새 청사를 신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관계 부처의 예산 편성과 심의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평소처럼 문 열린 시설…시민들 “위험한지 몰라”
현장에서 만난 시민 다수는 시설물 위험을 알지 못했다. 마포공덕시장에서 만난 50대 방문객은 “건물이 많이 허름하다는 정도로 생각했을 뿐 안전 우려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30대 방문객도 “마트나 식당을 가끔 이용하는데 위험시설인 줄 알았다면 안쪽 상가는 조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덕시장에는 현재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현수막과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광명세무서를 찾은 민원인들도 D등급 판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 청사 외부에는 위험시설물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출입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한 민원인은 “청사가 위험시설물인지는 몰랐다. 직원들이 더 위험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민원인은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 모르지 않겠느냐”며 “오가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안내문이 있어야 한다. 알면 더 조심하고 대응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