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국 안전관리 대상 시설물 가운데 구조와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부분에 결함이 생긴 시설물이 500곳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해진 시기에 필요한 안전점검이나 진단을 받지 않아 안전등급이 없는 시설물도 4000곳이 넘었다. 결함이 확인된 시설뿐 아니라 안전 상태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 시설물이 적지 않은 셈이다.

시설 핵심부 결함 513곳…10곳 중 6곳 민간
비즈한국이 국토안전관리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시설물 안전등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한 시설물은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에 총 513곳이다. 긴급한 보수·보강과 함께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D(미흡)등급이 457곳,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E(불량)등급이 56곳이다.
시설물 안전등급은 상태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뉜다. A(우수)는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 B(양호)는 기능에 지장이 없지만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C(보통)는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전체적인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주요부재에 결함이 생겨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단계는 D등급부터다. E등급의 경우 주요부재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해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전국 안전관리 대상 시설물은 18만 7021곳에 달한다.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지속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한 시설물이 법정 안전관리 대상이다. 건축물뿐만 아니라 교량·터널·항만·댐 등도 포함된다. 시설물 관리주체는 정기적으로 안전점검과 진단을 실시하고, 안전등급 지정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위험한 시설물은 민간에서 더 많이 확인됐다. 공공이 관리하는 시설물 가운데 D등급은 182곳, E등급은 24곳으로 모두 206곳이었다. 반면 민간시설물은 D등급이 275곳, E등급이 32곳으로 총 307곳에 달했다. 전체 안전관리 대상은 공공 9만 306곳(48%), 민간 9만 6715곳(52%)으로 비슷했지만 D·E등급 시설물은 10곳 중 6곳가량이 민간에 속했다.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회장인 이강석 한양대 교수는 “전체 관리대상 시설물 18만 7021곳 중 D·E등급은 513곳으로 약 0.27%다. 전체 비율만 보면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구조안전 측면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라며 “숫자 자체보다 등급 판정 이후 사용제한이나 보수·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점검·진단 미실시 시설물 4167곳…안전등급도 없어
안전점검이나 진단을 실시하지 않아 안전등급이 지정되지 않은 시설물도 4167곳에 달했다. 전체 안전관리 대상의 2.2%로, 공공시설이 2834곳, 민간시설이 1333곳이었다. 이들 시설은 단순히 안전등급이 등록되지 않은 곳이 아니라, 법정 실시시기가 도래했는데도 필요한 점검·진단을 받지 않은 시설이다. 그만큼 현재 시설 안전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안전등급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시설물은 안전점검과 진단 결과에 따라 안전등급이 정해진다. 정밀안전점검 대상 시설물은 준공이나 사용승인 후 3년 이내(건축물은 4년 이내)에 첫 정밀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후 안전등급이 정해지면 상태가 나쁠수록 점검·진단 간격도 짧아진다. 정밀안전진단 대상 시설물은 준공·사용승인 후 10년이 지난 때부터 1년 이내에 최초 진단을 받도록 한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관리주체가 시설물이 관리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영세한 관리주체는 여력이 안 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미이행 건은 관리주체에 공문을 보내 누락된 점검·진단을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과태료 부과나 합동점검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석 교수는 “구조물의 안전은 ‘현재 문제가 있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능 저하를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적기에 개입하느냐의 문제”라며 “특히 관리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소규모·노후 시설물일수록 사후 대응보다 예방적 유지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