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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만으로 ‘내란 재발’ 막을 수 있을까

사관학교 및 타 교육기관 간 파벌 갈등 해소해야…예비역 정치적 간섭도 차단 필요

[비즈한국] 지난 7월 16일 이재명 정부의 당정협의회에서 ‘국군사관학교(가칭) 자운대 설립 기본계획’이 공식 발표됐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대전 유성구 자운대로 통합해 생도들이 4년 동안 단일 캠퍼스에서 교육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합동성은 강화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니라 체질화해야 한다”며 각 군의 칸막이를 허물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제는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전국 사관생도 1791명 가운데 91.3%가 통합에 반대했다. NBS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55%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각 사관학교 총동창회의 반발도 거세다.

군의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목표 자체는 정당하며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통합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세계에서 합동작전을 가장 능숙하게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는 미군조차 육군 웨스트포인트, 해군 아나폴리스, 공군 콜로라도스프링스의 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군보다 병력 규모가 작은 영국도 육군 샌드허스트, 해군 브리타니아 왕립해군대학, 공군 크랜웰로 교육기관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가 직접 AI로 만든 통합사관학교 상상도. 사진=국방부 제공

통합 반대론의 두 갈래

사관학교를 분리해 운영하는 현재의 교육과정이 군의 합동성을 저해한다는 명확한 증거나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통합 반대 측은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면서도 합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데,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통합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군 교육기관을 흔들고 있다는 논리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목적은 결국 12·3 내란을 겨냥한다. 내란을 주도한 핵심 군인들이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보복성 통합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 운동이 벌어지는 배경에도 이러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도 분명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외적보다 육군사관학교가 수도 서울을 더 많이 공격했다”는 밈은 풍자적 표현이지만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5·16부터 12·12, 12·3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인 군사작전과 병력 투입을 지시한 지휘관 대다수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다는 점은 우리 군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통합 반대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사관학교 통합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며, 현재 제시된 통합 방식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합동성 강화’를 앞세우면서도 ‘내란 청산’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정치적 상황에서는 통합을 통해 군의 전투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군대’라는 문제까지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12·3 내란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관학교 통합만으로 재발을 막기 어렵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을 판단하고 결정해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사관학교라는 제도 자체보다 ‘한국적 선후배 카르텔’이었다.

내란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육사 인연을 활용해 이른바 ‘충암파’로 불리는 충암고·육사 출신 장교들을 우대했다. 이들은 다시 인맥을 활용해 주요 지휘관을 임명하고 병력을 동원했다. 사관학교를 통합하더라도 통합 사관학교 출신들이 고교 인맥을 바탕으로 인사상 혜택을 받고, 그 관계를 매개로 정치인의 불법적인 병력 동원에 협조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둘째, 과거 사례를 보면 통합 사관학교가 ‘육군 쏠림 현상’을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주권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여섯 번째로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는 정부다. 이승만·장면·박정희·노태우·이명박 정부에서도 통합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운 장면 정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정부는 모두 ‘일체감 조성’과 ‘합동작전 강화’를 추진 이유로 제시했다. 그때마다 해군과 공군이 사실상 육군 중심 체계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미군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면서도 강한 합동성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각 군 간 경쟁 구조가 있다. 각 군은 조직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그 성과에 따라 예산과 작전 주도권을 배분받는다. 미 육군은 해병대의 상륙작전 노하우를 연구하고, 공군은 육군의 공격헬리콥터와 드론 운용 방식을 분석하며 더 효과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경쟁적으로 모색한다.

이 경쟁의 성패는 문민 관료와 국방부, 상·하원 의원들의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반면 한국의 국방부와 정치권은 어느 군이 더 효과적으로 전투력을 발전시키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결과 각 군이 전투력 향상을 놓고 경쟁할 유인이 약해지고, 합동성 역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셋째, 단순한 교육과정 개편만으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군인을 육성하기는 어렵다. 최근 이른바 ‘배재고 사태’에서 드러났듯 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극단적 주장에 편승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사관학교 입학생 가운데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학생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군 내부 극우 세력의 활동으로 상당한 내홍을 겪은 사례가 있다.

통합보다 시급한 것

이런 이유로 사관학교 통합보다 시급한 과제는 사관생도들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하는 일이다. 부당한 명령이 무엇인지, 군인이 왜 이를 거부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을 넘어 헌법과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장교를 길러내야 한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예비역 장교들이 학교의 이름을 앞세워 극단적인 정치활동을 벌이거나 군과 학교에 외압을 행사하고, 각종 비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현역 장교 교육만 손보면서 예비역 네트워크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대로 둔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도 헌법을 위반한 12·3 내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통합 반대가 내란에 대한 옹호나 묵인으로 오독되지 않도록 반대 활동의 원칙에 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사관학교 존치만 주장해서도 부족하다. 12·3 내란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사 카르텔을 차단하고,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 교육을 강화하며, 예비역의 정치적 개입을 제한할 구체적인 대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통합 추진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고, 사관학교를 분리해 유지해야 할 설득력 있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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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김민석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한국 특파원이자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방위산업·국방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란트 투자’, ‘신사임당’, ‘경제한방’, ‘증시각도기’, ‘와이스트릿’ 등 경제·시사 유튜브 채널과 KFN TV ‘리얼웨폰 K’, ‘디펜스 프라임’에 출연해 국제정치와 방위산업 현안을 진단해왔다. 저서로 방위산업 투자 안내서 ‘K-방산에 투자하라’가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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