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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AI
③ “시험 답안부터 데이트 몰카까지…⁠” AI 안경, 안전장치가 없다

보급 속도에 뒤처진 규제 공백, 촬영 표시등 뚫는 기술적 우회…제조사 책임과 법·제도 정비 시급

편집자 주
2012년 구글 글래스가 처음 등장한 지 10여 년, 스마트 안경이 다시 빅테크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로운 AI 접점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한때 실험적 기기로 남았던 스마트 글래스가 일상 속 기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플랫폼 경쟁과 부품·공급망 변화, 프라이버시 규제 공백을 차례로 짚어본다.

AI 안경이 시험 부정행위와 무단 촬영 등 오남용 수단으로 악용되며 일상 속 사생활 침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조사들이 발광다이오드(LED) 표시등 등 안전장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는 방법도 나타난다. 기기 보급이 빨라지는 가운데 법·제도 정비와 제조사 차원의 기술적 방어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안경이 시험 부정행위와 무단 촬영 등 오남용 수단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촬영 표시등마저 손쉽게 우회할 수 있어 제조사의 기술적 보완과 관련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생성형 AI

시험 부정행위 넘어 몰래 촬영…안전장치도 우회

최근 국내에서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지난 7월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시험에서는 카메라와 AI 답변 생성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라스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게 금융투자협회 주관 모든 자격시험 5년간 응시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앞서 5월에는 전기산업기사·소방설비기사 시험에서 3명, 토익 정기시험에서 2명이 적발됐다.

시험장 밖에서도 피해가 확인됐다. 지난 7월에는 촬영 표시등을 가린 채 데이트 상대 여성을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기업 내부 문서나 설계도를 촬영해 정보를 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영화관협회(UKCA)는 지난 8월 사생활 침해와 영화 불법복제 우려로 영국 내 많은 영화관이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글래스 착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안경 등 스마트 전자통신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JLPT 일본어능력시험 등 각족 어학 검정시험 주관사들은 시험장 내 사용금지 규제를 강화하고 엄격한 단속 방침을 안내했다. 사진=JLPT 홈페이지

제조사들은 나름의 방어 장치를 두고 있다. 레이밴 메타는 촬영할 때 안경테 앞면의 흰색 LED가 점멸하고, 2세대 제품부터는 LED가 가려지거나 훼손된 것으로 감지되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도 촬영 시 안팎의 LED가 켜지고 표시등을 가리거나 파손하면 카메라가 멈추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완벽한 방어책은 아니다. 아마존 등 해외 쇼핑 플랫폼에서는 LED를 가리는 스티커와 렌즈에 끼우는 버클형 커버가 판매되고 있다. 스티커형은 20개 1만 7000원대, 버클형은 2개 한 세트 8000원 수준이다. 일부 제품은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해외 직구 상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

버클형은 카메라와 LED 부분을 덮어 촬영 표시를 가리는 방식이다. LED 차단 스티커에는 표시등 부위에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어 기기 센서에는 빛이 전달되지만 바깥에서는 촬영 표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두 제품 다 표시등이 완전히 가려진 경우만 감지하는 안전장치의 허점을 파고든 셈이다.

아마존 등 쇼핑 플랫폼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액세서리 전문 사이트에서도 스마트 안경용 LED·카메라 차단 액세서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촬영 표시를 가리는 기능 자체를 주요 기능으로 내세워 판매하고 있다. 사진=엘브이보트 홈페이지

국내는 보호 원칙 마련 단계…제조사·법제도 책임 커져

국내는 아직 AI 안경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규정은 업무 목적 운영자로 대상이 한정돼 일반 소비자가 주변 사람을 촬영하는 경우까지 규율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표시등을 가리거나 제거하는 행위 역시 관련 법규가 없어 현재로선 불법이 아니다.

교육 현장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일부 대학이 반입 금지와 안경다리 확인 등의 지침을 마련했지만 최신 제품은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반기 수능과 수시 논술을 앞두고도 상당수 대학은 별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입 금지 물품에 AI 스마트 안경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7월 말 삼성전자와 만나 연내 출시 예정인 AI 글래스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카메라·마이크가 작동할 때 주변 사람이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촬영 알림 장치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올 하반기 산업계와 AI 글래스 등에 적용할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이 원칙은 강제 규정보다는 업계에 기준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성격이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특정 공간이나 상황을 겨냥한 대응이 먼저 나왔다. 미국 뉴욕주 통합법원시스템은 법원 시설 내 반입을 금지했고, 일리노이주는 AI 스마트글래스를 전자통신기기에 명시해 운전 중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했다. 중국에서는 6월 공업정보화부의 지도로 ‘AI 안경 자율규약’이 발표돼 10개 기업이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인사혁신처가 7월 5급 공개경쟁채용 2차 시험에서 안경 착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스마트글래스 여부를 처음 확인한 바 있다.

AI 안경의 확산 자체를 막기보다 제품이 일상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관리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삼성전자·메타와 AI 글래스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보호 원칙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제조사의 선제적 기술 보완과 제품 특성에 맞는 법·제도 정비가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아마존

여기에는 제조사의 선제적 책임이 강조된다. 독일 함부르크 개인정보보호·정보자유위원회는 기술 시험 결과 흰색 LED가 좁은 시야각과 가까운 거리, 적절한 조명 환경에서만 충분히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든 간에 1차적인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며 “설령 무언가를 끼워 넣거나 붙이더라도 효과가 없거나, 우회 시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도록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방 동의 없는 무단 촬영을 강력히 처벌할 법적 근거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LED 우회 제품 등의 사용을 정책 위반으로 보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는 한편, 표시등이 물리적으로 변조된 정황이 감지되면 카메라를 비활성화하는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후 대응 기술도 등장했다. 마에스트로포렌식은 스마트폰과 연결된 스마트글래스의 모델·일련번호·연결 시각과 촬영 시각·위치정보·AI 질의응답 등을 분석하는 포렌식 솔루션을 선보였다. 불법촬영이나 산업 기밀 유출 사건의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을 주요 공급 대상으로 삼았다.

김종광 마에스트로포렌식 대표는 “사용자가 촬영을 하고 있을 때 상대방과 주변 사람들이 육안으로 알 수 있어야 하는데, 표시등 장치가 쉽게 보이지 않고, 또 스티커 등으로 쉽게 가려질 수 있는 허점도 발견돼 지속적인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눈에 AI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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