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7월 나란히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운명이 1년여 만에 엇갈렸다. 초록마을은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친환경 농가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직접 인수에 나서며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모회사인 정육각은 회생절차가 폐지되며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이 살린 초록마을…53억 원 투입해 정상화 시동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기업 초록마을이 회생절차 종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8일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된 데 이어 법원도 같은 날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렸다. 서울회생법원은 “관리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됐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된다”며 초록마을의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7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M&A를 추진해왔다.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인가 전 M&A를 진행했으나 인수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친환경 농가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협의회가 직접 초록마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채권단협의회는 신규 법인을 통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을 회생계획안에 담았다. 회생계획안은 지난 28일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의 67.52%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가결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율(66.67%)을 충족한 것이다.
초록마을 인수대금은 총 53억 원이다. 이 가운데 약 10억 원은 회생채권 변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약 300억 원 규모의 회생채권 변제율은 3.25%다. 이와 별도로 약 120억 원 규모의 공익채권은 향후 영업을 통해 순차적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인수대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채권 변제보다 회사 운영에 남겨뒀다는 점이다. 전체 53억 원 중 25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인 만큼, 채권단이 당장의 채권 회수보다 초록마을의 영업 유지와 경영 정상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가맹점주에게 초록마을은 영업 기반이고, 납품업체와 친환경 농가에는 주요 거래처이자 판로인 만큼 회사의 정상화가 곧 이들의 사업 기반을 지키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초록마을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회생채권 변제와 출자전환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오는 9월 중 주요 이행 절차를 마무리한 뒤 법원에 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자립 가능한 경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초록마을 채권단협의회 관계자는 “기존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며, 경영이 안정되면 신규 출점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브랜드 리뉴얼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유기농 유통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래’ 품었던 정육각, 결국 회생절차 폐지
초록마을이 채권단 직접 인수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한 걸음 가까워진 반면, 정육각은 정반대의 결과를 맞았다. 정육각 측은 지난 11일 법원에 회생절차 폐지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더 이상 회생절차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열흘 뒤인 21일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정육각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정육각은 2016년 설립된 신선 축산물 유통업체다. 도축부터 배송까지 유통 단계를 줄이고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에는 ‘아기유니콘’에 선정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매출은 2016년 1억 원 수준에서 2021년 401억 원까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000만 원대에서 251억 원으로 확대됐다. 정육각은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정육각은 2022년 대상그룹으로부터 초록마을을 약 876억 원에 인수하며 외형 확장에 나섰다. 당시 정육각의 연 매출은 400억 원대에 불과했던 반면, 초록마을은 2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6년 차 스타트업이 매출 규모가 5배 큰 회사를 품으면서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초록마을 인수는 정육각의 재무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인수 이후 초록마을의 실적은 반등하지 못했고,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확대가 이어졌다. 매출은 2021년 2022억 원에서 2023년 1788억 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1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불어났다.
인수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인수대금 납입을 앞두고 금리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당초 계획했던 자금 유치에 차질이 생겼고, 정육각은 부족한 자금을 브릿지론과 보유 현금으로 메웠다. 이후 신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누적된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육각의 회생절차가 폐지됐다고 해서 곧바로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이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파산·청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육각은 회생 과정에서 브랜드 매각 등을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록마을은 온라인 판매와 가맹점 영업을 계속하면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정육각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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