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랜드리테일이 정육각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정육각 김포공장 매매예약금 30억 원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육각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반환채권이 회생채권으로 묶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법원은 이를 회생계획과 별도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공익채권으로 인정했다.

이랜드리테일, 공장 매매예약금 반환 놓고 법정 다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는 7월 23일 이랜드리테일이 정육각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육각은 이랜드리테일에 30억 원과 2025년 7월 12일부터 연 6%로 계산한 법정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금 30억 원을 모두 반환액수로 인정하되, 이랜드리테일이 요구한 연 12%의 지연손해금 대신 연 6%의 법정이자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24년 10월 정육각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매매대금 반환 소송은 매매계약이 해제되거나 무효·취소되는 등의 사유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매수인이 이미 지급한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24년 7월 12일 정육각이 보유한 김포공장과 부지를 약 330억 원에 매수하기 위한 매매예약을 체결했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이 공장은 연면적 약 1만 5700㎡(약 4750평), 지상 4층 규모의 스마트팩토리다. 이랜드리테일은 매매예약 체결과 함께 예약금 30억 원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했다.
예약완결권 행사기간은 1년으로 정했고, 그 기간 내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계약이 종료되도록 정했다. 계약서에는 예약금을 해약금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의 내부 투자심의가 부결되면서 실제 공장 매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랜드리테일은 2024년 8월 정육각에 공장을 매수하지 않겠다며 매매예약금 30억 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정육각이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자 이랜드리테일은 같은 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정육각이 재판 도중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이랜드리테일이 2024년 10월 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예약금 반환 여부가 핵심이었지만, 2025년 7월 정육각의 회생절차가 시작된 뒤부터는 반환채권을 회생채권으로 볼지, 공익채권으로 볼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회생채권으로 인정되면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게 된다. 이 경우 채권이 감액되거나 장기간에 걸쳐 분할 변제될 수 있어 전액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공익채권은 회생계획과 별도로 수시 변제 대상이 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높다.
정육각은 이랜드리테일이 2024년 8월 공장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시점에 매매예약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예약금 반환채권도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회생채권이라고 봤다.
반면 이랜드리테일은 계약서상 예약완결권 행사 기한이 2025년 7월 12일로 명시된 만큼, 계약의 종료일은 이날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정육각의 회생절차가 이보다 앞선 7월 4일 시작됐으므로, 예약금 반환채권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생긴 공익채권이라는 논리였다.

법원 ‘공익채권’ 인정, 정육각 회생 변수될까
법원은 이랜드리테일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랜드리테일이 공장을 사지 않겠다고 미리 통보했더라도, 그때 바로 매매예약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계약서에는 최종 매수 의사를 밝히는 서면 통지(예약완결권 행사통지)를 하지 않은 채 정해진 기간이 지나야 매매예약이 종료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회생절차 개시는 2025년 7월 4일 결정됐고, 매매예약은 그 이후인 2025년 7월 12일 예약완결권 행사기한이 지나 종료됐다”며 “예약금 반환청구권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정육각의 회생절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30억 원과 법정이자를 공익채권으로 인정하면서, 정육각은 이를 회생계획과 별도로 변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정육각의 회생절차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부담까지 발생한 셈이다. 정육각은 7월 20일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 연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제출 기한을 8월 21일로 연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30억 원과 법정이자 지급 명령에 가집행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정육각의 예금이나 매출채권 등 재산에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 앞서 이랜드리테일은 채권 보전을 위해 정육각 김포공장에 청구금액 30억 원의 부동산 가압류를 해둔 바 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당시 김포공장 매입은 사업 운영에 필요한 물류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진행한 건”이라며 “판결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채권 회수와 관련해서는 회사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