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7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초록마을이 인가 전 M&A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회생법원이 초록마을 채권단의 투자계약 체결을 허가하면서 협력업체와 가맹점, 친환경 농가 등이 직접 회사를 인수하는 회생 절차가 본격화됐다.

‘초록마을 살리자’ 채권단협의회가 나서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0일 초록마을이 제출한 인가 전 M&A 투자계약 체결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초록마을은 오는 27일까지 회생계획안 세부안을, 8월 5일까지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회생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다.
이번 인수 주체는 외부 기업이 아닌 초록마을채권단협의회다.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친환경 농가 등 주요 채권자로 구성된 협의회가 초록마을을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 회생절차를 졸업하게 되면 이원영 채권단협의회 대표가 향후 초록마을 경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협의회는 지난달 30일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뒤, 법원의 요청에 따라 투자계약을 먼저 체결했다. 통상 회생절차에서는 회생계획 인가 이후 투자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직접 인수에 나서는 방식 자체가 흔치 않은 사례인 만큼, 법원이 회생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투자계약 체결을 우선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7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같은 해 8월부터 인가 전 M&A를 추진했다.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투자자 유치에 나섰지만, 1년 가까이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유력 인수의향자와 협상을 이어갔으나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으며 회생절차도 고비를 맞았다. 법원은 지난 3월까지 회생계획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채권단협의회는 추가 자금을 투입해 초록마을의 영업망을 유지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채권단 주도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방안을 논의했으며, 모회사인 정육각 측도 이 같은 인수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권단협의회는 인수 자금 조달과 회생계획안 수립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채권단 주도의 인가 전 M&A 추진에 속도를 냈다.
초록마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를 우선할지, 영업망을 살릴지를 두고 고민이 컸다”며 “초록마을이 살아야 거래처와 가맹점, 친환경 농가도 함께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개별기업 생존 넘어 국내 유기농 생태계 전반에 영향
초록마을은 국내 대표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기업이다. 1999년 한겨레신문사 자회사로 출범한 뒤 2009년 대상그룹에 인수됐고, 2022년에는 온라인 축산물 플랫폼 정육각이 약 876억 원에 회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 이후 오프라인 유통망 운영 부담과 투자시장 위축 등이 겹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결국 지난해 7월 초록마을과 함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초록마을의 회생절차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경우 국내 기업회생 과정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친환경 농가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주요 채권자들이 직접 자금을 마련해 회생기업을 인수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서는 방식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채권단이 직접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초록마을의 존속이 개별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내 친환경 식품 유통 생태계 전반과 연결돼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록마을은 한살림, 자연드림 등과 함께 국내 친환경 식품 유통망의 한 축을 담당하며 친환경 농가와 유기농 식품 제조업체의 주요 판로 역할을 해왔다. 이에 초록마을이 무너질 경우 협력업체와 가맹점은 물론 친환경 농가의 생산 기반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초록마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유기농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 시장에서는 가치를 인정받고 제값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 유통망 의존도가 높다”며 “초록마을이라는 주요 판로가 사라지면 농가의 수익 기반뿐 아니라 유기농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초록마을의 회생절차가 오는 8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절차 종료 이후 공급망과 가맹사업을 안정시키고 수익성을 회복해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