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거기 가봤어?
미술관 바캉스와 복달임을 동시에 ‘양평 나들이’

예술적 영감 가득한 구하우스·이함캠퍼스 투어…보양식 누룽지백숙으로 원기 충전

[비즈한국] 두물머리 가서 핫도그나 먹고 올까? 동네 친구와 자주 하는 말이다. 서울 동쪽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기분전환을 위해 경기도 양평을 자주 찾을 것이다. 두물머리에서 바람을 쐬며 유명한 핫도그 한 입 먹는 것만큼 가성비 좋은 행복을 찾기 쉽지 않으니까. 뿐만 아니라 양평은 먹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보장한다. 컬렉션과 건축미가 모두 뛰어난 감도 높은 공간들이 많기 때문. 

우고 론디노네의 네온 조각이 강렬한 구하우스 외관. 구정순 대표가 평생 수집한 컬렉션들을, 마치 어느 예술가의 집에서 감상하듯 둘러볼 수 있다. 사진=구하우스 제공

먼저 소개할 공간은 2016년 7월 개관해 양평의 문화예술을 높이는 데 일조한 ‘구하우스’.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구정순 대표가 평생 수집한 500여 점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미언 허스트, 앤디 워홀, 제임스 터렐, 제프 쿤스, 피카소, 백남준, 서도호, 최정화 등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빼곡한데, ‘집 같은 미술관’을 콘셉트로 한 덕분일까, 어느 예술가의 집을 구경하는 듯 편안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특히 지난 6월 11일 작고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Picture at an Exhibition’은 한참 동안 감상하기 좋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작품으로, 미술관에 걸린 자신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독특한 원근법으로 담아내 시선을 끈다. 

곳곳에 보석 같은 작품들이 즐비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지난 달 작고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작품이 아닐까.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편안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정수진 제공

1, 2층으로 된 본관 외에 정원과 별관에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구하우스 외벽에 장식된 우고 론디노네의 무지갯빛 네온 조각 ‘Big Mind Sky’는 저절로 사진을 찍게 만들게 하고, 반대로 별관의 제임스 터렐의 ‘Atlantis, Medium Rectangle Glass’는 저절로 카메라를 내려 놓고 명상하게 만드니, 시간을 들여 감상해볼 것. 참고로 7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구하우스 10주년 특별 기획전으로 ‘조아나 바스콘셀로스-공존을 잇고 엮다’가 진행 중이다. 전통 수공예 기법을 압도적인 스케일의 설치 예술로 승화시킨 포르투갈 출신 거장의 작품을 만날 기회.

정원과 별관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특히 별관에서 시간을 들여볼 것.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명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사진=정수진 제공

양평군 강하면에 위치한 ‘이함캠퍼스’도 꼭 소개하고 싶은 곳. 전액 무료로 운영되는 청년 대상 교육기관 ‘건명원’을 오픈해 눈길을 끌었던 두양문화재단에서 2022년 7월 연 곳으로, 미술관과 정원, 카페와 다목적 홀로 이뤄진 1만 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 사이사이 중정을 거쳐 거닐고, 내부에서도 작품을 감상하면서 틈으로 난 창으로 밖을 관조하기 좋다.

현재 열리는 전시는 가에타노 페세의 가구전 ‘Different is Beautiful’. 국내에서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이함캠퍼스 제공

현재 열리는 전시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디자인계 이단아’로 불리는 가에타노 페세의 가구전. 국내에서 개인전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인 만큼 독창적인 가구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9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를 놓치지 말자. 전시 관람 후 베이커리 카페 콤마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즐기는 것도 필수.

이함캠퍼스를 찾으면 자연스레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나만 그런가?). 기사들을 찾아보니 단추 제조업으로 부를 쌓은 오황택 이사장이 사재 600억원을 털어 예술을 통한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재단과 건명원과 이함캠퍼스가 탄생한 것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아들한테는 “잘 들어라. 아버지가 번 돈, 아버지가 마음대로 쓴다”고 했다던데, 돈을 벌어서 이렇게 멋있게 쓸 수 있다니, 그 호쾌함이 무척 부러워졌다.

두양문화재단 산하의 이함캠퍼스. ‘이함’은 빈 상자라는 뜻으로, 그릇을 비워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듯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담아내고 비우기를 실천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정수진 제공

구하우스와 이함캠퍼스 외에도 양평엔 수준 높은 미술관과 갤러리, 갤러리 카페가 많아 구미에 당기는 곳 위주로 도장깨기 하기 좋다. RM이 찾은 곳으로도 유명한 이재효갤러리, 누적 관람객 160만 명을 기록한 작지만 강한 양평군립미술관 등등. 물론 이 도장깨기에는 맛 탐방도 함께해야 한다.

중복과 말복을 앞둔 지금 시기엔 누룽지백숙을 기가 막히게 하는 ‘예사랑’을 권하고 싶다. 양평군 옥천면에 위치한 이곳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백숙 맛집. 산속 산장 같은 예스러운 인테리어의 내부도 좋지만, 여름엔 계속 물소리 들으며 닭다리 뜯을 수 있는 야외 자리를 예약하자.

금강산도 식후경. 삼복더위가 뒤덮는 복날 시즌이니 닭누룽지백숙으로 복달임하고 시원한 남한강 풍광 바라보며 카페에서 입가심하는 게 어떨까. 사진=정수진 제공

메인 메뉴는 닭누룽지백숙, 오리누룽지백숙, 닭볶음탕. 그 외에 김치전, 표고버섯전, 도토리묵도 주문할 수 있다. 곱게 썬 당근과 부추 토핑이 뿌려진 누룽지로 뒤덮인 닭누룽지백숙은 이미 그 모양새로 식욕을 돋운다. 일반 누룽지보다 훨씬 쫀득한 식감과 구수한 풍미를 자랑하는 찹쌀누룽지와 푹 고은 닭고기를 먹다 보면 삼복더위로 허해진 몸에 기운이 깃드는 느낌. 이후 높은 지대에 위치해 남한강을 한눈에 굽어보는 ‘구벼울’처럼 풍광 좋은 카페에서 음료 한잔하고, 두물머리에서 핫도그로 마무리하면 만족스러운 복달임 나들이 완성이다.

거기 가봤어?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무비위크> <바앤다이닝> <KTX매거진> 등을 거치며 영화, 여행, 미식,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노후는 모르겠고, 오늘 이 순간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게 제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상대는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뽀로로.

writer@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