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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봤어?
장마와 무더위도 꺾을 수 없지, ‘그래픽’의 매력

어른들의 놀이터 vs 자녀들도 함께 즐기는 놀이터 ‘최고의 도심 피서지’

[비즈한국] 더워도 너무 덥다. 비가 쏟아져도 너무 쏟아진다. 폭염과 늦은 장마를 오가는 요즘 한국 날씨는 정말 최악이다. 이럴 땐 집돌이, 집순이처럼 에어컨 빵빵하게 켠 집에 처박혀 있는 게 좋지만, 또 마냥 집에만 있기엔 좀이 쑤시는 게 사실. 만화방은 이럴 때 탁월한 선택이다.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장서를 갖춘 데다 세련된 공간과 메뉴 라인업으로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인 ‘그래픽’이 오늘의 추천 스폿.

외관부터 궁금증을 일으키는 그래픽 이태원점. 외관만 봐서는 도무지 어떤 곳인지 정보를 유추할 수 없다. 사진=정수진 제공

그래픽은 만화, 그래픽 노블, 아트북 등을 다루는 서점 겸 카페.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본점과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그래픽 바이 대신’, 두 지점이 있다. 그래픽 바이 대신은 건물 내부에 위치해 있지만 이태원점은 외관부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층층으로 쌓은 케이크처럼, 원기둥 4개를 겹겹이 쌓아 1/4로 반듯하게 자른 듯한 모습에, 오돌토돌한 세라믹 질감이 독특하기 때문. 간판도 창문도 없어 궁금증을 유발하기 딱인데, 설계를 맡은 건축사무소 오온 김종유 소장이 오래된 사전의 단면을 떠올려 중국 도예가 문평과 협업한 결과물이란 설명을 들으면 무릎을 치게 된다.

내부로 들어서면 방대한 컬렉션과 감도 높은 공간들에 놀라게 된다. 곳곳에 조성된 책 읽는 공간들은 바 테이블, 암체어, 소파 등 다양한 콘셉트에 각기 다른 조도로 조성돼 있어 원하는 타입의 좌석을 쟁탈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기본 입장료 2만 원을 내면(오후 8시부터는 1만 원) 만화와 책들을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볼 수 있고, 3층 음료 라운지 바에선 다양한 음료와 사탕과 캐러멜 등 주전부리를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맥주, 와인, 칵테일, 위스키 등 주류와 간단한 안주도 유료로 주문 가능. 참고로 이태원점은 성인만 입장 가능하다. 여유로운 어른의 자세로 만화와 함께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란 말씀.

소장욕 불러 일으키는 만화책들이 가득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게 된다. 사진=정수진 제공

물론 중요한 건 음료나 주전부리가 아니라 이곳이 갖춘 컬렉션과 큐레이션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일 것이다. 그래픽은 층별로 주제와 장르별로 책들의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립출판물과 잡지 등 평소 잘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고, 직원들의 추천 도서와 코멘트도 많아 그냥 만화책 보러 왔다 취향이 좀 더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뜻 책을 고르기 어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직원의 추천을 청해보자.

성인만 입장 가능한 이태원점은 주류 주문이 가능하다. 위스키 한 잔과 함께 즐기는 만화책이 얼마나 달달하게요? 사진=정수진 제공

장지동 대신위례센터 지하에 위치한 ‘그래픽 바이 대신’은 이태원점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층고가 높은 계단식 구조인데, 지상 1층부터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공간이 나타난다. 벽난로 뷰와 정원 뷰, 부스형 좌석 등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특히 인기 있는 공간은 2인석 소파석이 오페라극장 박스석처럼 계단을 따라 층층이 배치된 메인홀. 창문이 없는 이태원점과 달리 넓은 창을 통해 낮과 밤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데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랩톱 룸도 마련돼 있다.

층고가 높아 환한 분위기가 일품인 그래픽 바이 대신. 계단식으로 2인 소파석이 배치된 메인홀이 특히 인기인 가운데, 불멍 가능한 좌석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돼 있다. 사진=정수진 제공

또한 음료와 주전부리 말고도 피자와 라면 등을 무제한 즐길 수 있고, 미성년자도 입장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화된 요소다. 때문에 방학을 맞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찾는 부모들도 많은데, 종일권이 4만 5000원, 미취학 아동의 종일권이 3만 7000원이라 장시간 체류하는 가족들이 많은 편(시간당 1만 5000원).

언뜻 가격이 비싼 것 같지만 무제한 제공되는 피자와 간식과 음료를 생각하면 가성비라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다만 종일권으로 장시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입장 경쟁 자체가 치열해, 캐치테이블 어플로 웨이팅 예약을 걸어두는 게 필수. 먹거리와 주전부리, 음료가 무제한인 만큼 자제력 약한 성인과 아이들은 조심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피자와 라면, 과자, 음료 등이 무제한 제공되어 장시간 데이트를 즐기기 일품인 그래픽 바이 대신. 방학 맞은 자녀와 부모들이 함께 찾기 좋다. 사진=그래픽 인스타그램

아직 그래픽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폭염과 장마를 피해 이번주엔 그래픽을 경험해보는 게 어떨까. 만화와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무척 마음에 들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그래픽 인스타그램에 ‘그래픽 한강점’의 바텐더 채용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면 한강점도 오픈 예정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공간은 또 얼마나 매력적일지 벌써부터 그래픽의 팬으로서 기대가 한껏 올라가는 중.

거기 가봤어?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무비위크> <바앤다이닝> <KTX매거진> 등을 거치며 영화, 여행, 미식,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노후는 모르겠고, 오늘 이 순간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게 제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상대는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뽀로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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