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국세행정 AI 대전환’이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세행정 전반의 AI 청사진을 그리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대응에 착수했다. 납세 서비스부터 세무조사, 내부 업무까지 국세행정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ISP 마치고 예타로…AI 국세행정 현실화하나
국세청은 국세행정 AI 전환의 밑그림을 마련하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지난해 마무리 짓고 올해 3월 이를 바탕으로 ‘국세행정 AI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납세서비스 혁신 △공정과세 강화 △세정효율화 3대 분야에서 65개 과제를 확정하고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개통한다는 로드맵이다. AI 인프라와 업무 체계, 단계별 추진 로드맵을 설계하는 중장기 계획에 해당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전부터 ‘AI 선도부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탈루 자동 분석, 자동화를 통한 무료 세무 컨설팅 등의 비전을 제시하며 “AI 예산에 1300억 원 규모가 소요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지난해 하반기 약 5억 원을 투입한 ISP에는 국세청 전용 AI 인프라 구축, 국세행정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과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체계 마련, AI 활용·보안 가이드라인 수립, 설명 가능한 AI(XAI) 도입 방안 등이 폭넓게 담겼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 국민 세무컨설팅 서비스 제공, 체납정리·추적조사 징수역량 제고, AI 전담조직 및 전문인력 확보 방안 마련 등 65개 AI 핵심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로드맵을 뒷받침할 핵심 관문이 현재 추진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다. 국세청은 최근 2억 6500만 원 규모의 ‘국세청 AI 시스템 구축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응 지원’ 사업을 발주했다. 내년 AI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예비타당성조사에 필요한 기술성·정책성·경제성 검토와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등을 수행하기 위한 절차로 ISP에서 마련한 전략을 실제 국가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연결 단계다.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업무 처리 시간을 줄이고 국민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커 예타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올해 4월 착수했고 사업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타가 통과되면 내년까지 구체적인 개발 실행계획인 정보시스템마스터플랜(ISMP) 수립이 뒤따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세행정지원시스템에 ‘에이전틱 AI’를 접목하는 4억 원 규모 ISP 수립 사업도 함께 추진되며 국민 접점 서비스 고도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맞춤형 납세 지원과 AI 업무협업 플랫폼, 현장조사 지원체계, 비정형 문서의 AI 학습 데이터 자산화 등을 검토하며 국세행정 전반의 서비스 고도화를 꾀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최근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세행정 AI 추진 전략과 안전한 AI 운영체계, AI 개발역량 강화 교육 등에서도 협력을 시작했다.
AI 전화상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자동응답(IVR) 인터페이스 라이선스 증설 사업을 통해 상담 수요가 집중되는 신고기간의 응대율과 대기시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4년부터 AI가 상담 업무에 적용되고 있는데 단순 문의는 AI가 처리하고 복잡한 상담은 직원이 맡는 체계를 확대해 상담 품질과 업무 효율을 함께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민감한 과세정보…활용 기준도 손본다
국세청의 AI 전환은 정보화관리관실이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그간 임시조직으로 운영해온 ‘AI 혁신추진 태스크포스(TF)’를 정규 직제화해 ‘인공지능혁신담당관실’을 출범시켰다. 총 7개 팀 31명 규모로, AI 서비스 기획·개발·검증과 데이터 품질관리 등을 수행한다. 관련 사업 전반은 정보화관리실이 총괄하는 구조다. 정보화관리실 산하 정보화기획담당관과 빅데이터센터, 정보화운영담당관, 홈택스1·2담당관, 정보보호담당관, 인공지능혁신담당관 등이 이를 맡고 있다.

과세정보를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시작됐다. 국세청이 다루는 과세정보는 납세자 개개인의 소득·재산 내역을 담은 대표적 민감정보인 만큼, AI 활용 확대에 앞서 안전장치 마련이 관건으로 꼽힌다.
국세청은 지난달 ‘안전성 확보 기반 과세정보의 활용 확대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공공·민간의 과세정보 수요를 조사하는 동시에 활용 확대 시 예상되는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해외 관리체계 사례를 참고해 안전장치를 모색하는 게 골자다. 아직 사업자 선정 전 초기 단계다. 국세청 빅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경영시스템(ISO 42001) 인증을 획득한 바 있지만 이는 빅데이터 영역에 한정된 것으로, AI 사업이 본격화되면 별도 인증 확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도 있다. AI 챗봇 안내를 따랐다가 오류로 가산세 등 불이익을 받을 경우 책임 소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등의 문제다.
이 같은 경우에도 세법 체계상 신고·납부가 궁극적으로 납세자 책임인 만큼 오류로 인한 불이익 역시 납세자가 확인해야 한다. 양철호 국세청 정보화관리관은 지난 4월 관련 브리핑에서 “환각 등의 문제, 또 최신 반영이 안 되는 문제는 계속 모니터링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범 서비스가 세법·예규 개정 안내 수준에 머물러 있어, 경비 인정 여부나 증빙자료 누락 시 대처법 등 납세자들이 실제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는 아직 충분히 답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AI 전환의 속도만큼이나 안전성 확보 방안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울대학교와 협력하여 과세정보를 효과적으로 연계·분석·안내할 수 있는 첨단 AI 기술과 함께,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등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AI에 대한 역량 배양 역시 중요한 사안으로, 카이스트와 연계하여 작년에는 2000명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금년에도 실습 중심의 교육을 통해 AI대전환을 주도할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