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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남자의 공간, 바버샵

2016.09.05(Mon) 10:18:38

특급호텔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는 바버샵이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클럽모나코라는 패션 브랜드 공간에 바버샵이 있다. 패션에 눈뜬 남자에게 헤어스타일링도 파는 콘셉트로, 남자가 머리 하러 백화점에 가는 셈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바버샵이 있다. 특급호텔과 백화점에 바버샵이 속속 들어서는데, 시작은 로드샵이었다. 독립적인 바버샵들이 서울에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부산을 비롯해 전국 대도시로 확산되었다.

바버샵은 동네 이발소보다 비싸고, 미용실보다도 비싸다. 하지만 여자들이 가는 청담동 미용실에 비해선 싸다. 멋쟁이 여자들이 가는 미용실보단 멋쟁이 남자들이 가는 바버샵이 비싸진 않다는 얘기다. 그동안 남자들도 비싼 미용실에 많이 갔었는데 적어도 이런 사람들이 바버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남자의 첫인상 좌우하는 몇 가지 요소 중 하나로 헤어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헤어스타일은 인상을 바꾸기도 하고, 나이를 몇 살쯤 더하거나 뺄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남자가 바버샵에 관심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남자의 스타일에 좀 더 특화된, 멋쟁이 남자를 남성적 시각에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버샵(Barber Shop)은 말 그대로 이발소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동네에 있는 그런 이발소는 아니다. 싸고 허름하던 이발소 이미지가 아니라 남자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원래 이발소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식 이발소 문화가 전 세계로 나갔고, 그걸 일본도 받아들였다. 한국의 이발소는 일본이 영국에서 받아들인 후 일본식 해석이 덧붙여진 경우다. 일본어로 아는 이들이 많은 ‘바리깡’은 사실 프랑스 이발기계 브랜드 ‘바리캉 마르(Bariquand et Mare)’에서 왔다. 1905년 전후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일제시대이고 일본화된 서구문화처럼 받아들였다. 그래서 바리깡이란 어감을 프랑스어가 아닌 일본어로 오해한 이들이 많았다.

이발소와 바버샵은 단지 우리말이냐 영어냐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식 혹은 한국식이냐 영국식이냐의 차이이면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곳인지 헤어스타일링을 하는 곳인지의 차이이자, 남자의 공간인지 멋쟁이 신사의 공간인지의 차이기도 하다. 물론 여전히 과거의 이발소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런 이발소에도 멋과 문화가 있다. 하지만 요즘의 멋쟁이 남자들을 사로잡기엔 한계가 있다.

미용실은 여자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녀 모두의 공간이 되었다. 남자들이 남자의 공간이던 이발소를 버리고 미용실에 갔기 때문이다. 이발소가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아서였다. 반면 미용실은 계속 진화하면서 더 멋지고 세련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결국 남자가 이발소를 버린 건 기존 이발소가 멋진 남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채워주지 못해서다.

다시 부활한 바버샵은 남자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영국식 면도를 해주고, 구두를 닦아주기도 한다. 위스키를 마시거나 시가를 필 수도 있다. 미용실에선 불가능한 것들이다. 바버샵은 얼굴과 체형에 맞는 헤어스타일링을 제안해주고, 다양한 펌은 물론이고 포마드 발라서 멋스럽게 넘긴, 느끼한 듯 멋진 스타일도 할 수 있다. 남자에게 다시 남자만의 공간을 되살려준 것이 바버샵 부활의 큰 의미기도 하다.

여자의 공간인 미용실에서 펌을 하겠다고 머리 말고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주변에 온통 여자들뿐인 상황이라면? 남자의 공간을 잃어버리고 여자의 공간에 빌붙어서 머리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을 자주 겪는 게 요즘 남자다. 그런데 바버샵은 남자들에게 남자만의 공간을 되찾아준다. 이건 남자가 바버샵에 가야 할 두 번째 이유다.

   
 

요즘 40대 남자 중에는 펌도 하고 염색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과거엔 드물었는데 지금 4050들은 좀 더 젊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커졌다. 우리나라 평균연령이 40세를 넘어섰고, 기대수명도 80세를 넘어섰기 때문에 요즘 40대는 아직 인생에서 한창이다. 반면에 4050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가장 민감한 때이다. 회사에서 좀 더 오래 버티려면 늙은 이미지가 아닌 젊은 이미지가 필요하다. 자의반 타의반 외모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게 요즘 남자다. 펌뿐 아니라 흰머리도 검게 염색하고,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찾거나, 옷을 잘 입으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년남자가 멋을 부리는 건 한편으로 좋아 보이지만, 한편으론 좀 안쓰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랴. 어떤 상황이건, 이왕 받아들여야 한다면 주도적으로 받아들이자. 일할 때나 놀 때나, 멋 부릴 때나 모든 상황에서 더 멋지게, 더 당당하게. 바버샵에 관심 가질 세 번째 이유다. 이게 요즘 남자가 사는 법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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