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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닌 향기

2016.07.26(Tue) 08:54:00

멋쟁이는 한여름에도 제대로 갖춰 입는다. 셔츠는 긴팔. 재킷도 걸쳐야 한다. 때론 타이도 매야 한다. 물론 덥다. 땀도 난다. 그렇다고 정체불명의 촌스런 반팔셔츠를 입는 ‘만행’을 저지를 순 없다. 반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다닐 순 있어도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에선 금물이다. 바쁘고 잘나가는 남자일수록 제대로 갖춰 입고 다닐 일이 많다.

그래서 남자에게 여름은 향기의 계절이다. 냄새와의 싸움이 벌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데오드란트는 필수. 향수도 빼놓을 수 없다. 장마철 덜 마른 옷에서 나는 쉰 냄새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잘 말리지 않은 옷은 더러운 옷보다 더 치명적이다. 입냄새도 여름엔 더더욱 치명적이기에 미팅 전엔 양치하거나 리스테린으로 가글해야 한다. 멋쟁이들이 맨발로 신는 로퍼, 하지만 땀과 발냄새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발바닥만 살짝 가린 양말을 신자. 맨발처럼 보이면서도 냄새로부터 당당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시각, 청각, 후각은 사람을 기억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특히 향기의 잔상은 오래간다. 그 사람을 떠올리는 기억의 매개가 되고, 좋은 향기는 그 사람의 외모나 목소리, 심지어 인품까지도 더 낫게 기억되도록 만든다.

   
마릴린 먼로가 사용한 샤넬 넘버5는 이젠 너무 유명해서 취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가장 좋은 향기는 잘 씻고 나온 후 은은히 나는 비누향이기도 하다. 이걸 하루 종일 유지할 수 없다보니 향수를 적절히 써야 한다. 하지만 땀과 향수가 섞여 향기의 왜곡이 일어나기 쉬우니, 여름철에는 가급적 향수를 은은하게 뿌려야 한다. 또 남자의 스킨로션에도 향이 섞여 있다. 이왕이면 화장품의 향과 향수의 향이 부딪치지 말아야 한다. 좋은 향도 이것저것 섞이다 보면 고약해질 수 있다.

당신은 어떤 향수를 쓰는가? 브랜드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쓰는 향수의 브랜드는 알아도 막상 그게 어떤 향인지는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있다. 짙고 무거운 아저씨 향수는 곤란하다. 한국인의 체취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서양 남자처럼 강한 향기로 무장할 필요가 없고, 은근히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더 매력적이다. 특히 여름엔 레몬이나 라임 같은 시트러스 계열이 상큼해서 좋다. 청량감이 있는 민트 계열도 좋고, 시원한 아쿠아향도 좋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향기를 찾는 거다. 뿌렸을 때 바로 나는 향기가 전부가 아니다. 1∼2시간 은은히 이어지는 잔향도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체취와 잘 어울리는지, 자신이 그 향기로 인해 계속 기분이 좋아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사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알기 위해선 향수를 많이 써봐야 한다. 취향과 안목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의 산물이니까.

향수를 2030 여성이 주로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은 4050 남자들의 향수 소비가 꽤 늘었다. 하지만 비싸고 유명한 향수라고 맹목적으로 뿌리는 것만큼 촌스러운 것도 없다. 개인적으론 아쿠아 디 파르마, 딥티크, 조말론 등 향수 전문 브랜드를 선호한다. 보편적 유명 브랜드보단 전문 브랜드가 더 세심한 향기를 줄 때가 많다. 에르메스, 톰포드 등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향수 라인업도 좋다.

‘샤넬 넘버5’는 마릴린 먼로가 잠자리에 들 때 아무것도 입지 않고 뿌렸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이며, 여전히 여자에게 향수를 선물하려는 남자들이 찾는 대표 향수다. 광고에서 많이 본 쟈도르도 마찬가지다. 여자에게 향수 선물을 하고자 하는 남자라면 절대 샤넬 넘버5나 디올 쟈도르는 피하자. 분명 좋은 향수 제품이지만 너무 흔하고, 뻔하다. 취향 없고 안목 없는 남자란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만약 비싸고 유명한 걸 선물하고 싶다면 에르메스가 좋다.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도 비싸고 유명한 향수를 선물하고 싶다면 에르메스도 괜찮은 선택이다.

에르메스는 향수 컬렉션을 라이브러리라고 부른다. 그들이 만든 향수를 문학작품에 빗대서, 향의 깊이에 따라 장편소설, 단편소설, 시 등으로 분류하는데, 심지어 향수를 비누, 샤워젤 등으로도 확장시킨다. 아침에 일어나 에르메스 비누로 세수하고, 출근길 집을 나설 때 같은 향의 에르메스 향수를 뿌린다고 생각해보라. 그만큼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도 없을 거다. 향수와 비누를 같은 향으로 맞춰서 선물하는 건 꽤 좋은 센스다. 물론 선물은 남에게만 하는 게 아니다. 뜨거운 여름, 자신에게도 이보다 좋은 선물은 없을 거다.

이제 남자에게 향수는 중요해졌다. 이성에게 선물할 때도 그 남자의 센스를 드러내는 기준이 되고, 자신이 뿌릴 때도 자신의 이미지와 매력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된다. 남자에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향기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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