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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넥타이는 가고 ‘양말의 시대’

2016.06.13(Mon) 17:38:57

   
▲ 출처=georgehahn.com

“Socks are the new ties.”

미국 패션계에 등장한 말이다. 넥타이가 남성 패션의 아이콘이었는데 이제 양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의 패션에선 조연, 아니 엑스트라급이었던 양말이 과거와 달리 이젠 아주 비중이 큰 주연급 조연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양말이 바로 폴 스미스의 스트라이프 양말이다.

영국의 대표적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화려한 스트라이프로 유명한데, 그걸 양말에 적용한 것이 세계적으로도 남성들의 호감을 샀다. 남자들이 받기 선호하는 선물 중 하나가 폴 스미스 양말이다. 갖고는 싶은데 제 돈으로 사긴 좀 비싼, 그렇다고 엄청 비싸진 않은 몇만 원 정도의 물건이 선물로 주고받기는 제격이다. 대개 30달러 정도로 국내에선 4만∼5만 원 정도 한다.

폴 스미스 양말 중엔 짝짝이 양말도 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스트라이프의 배열이 조금 다르다. 양말이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이젠 짝짝이를 일부러 만들어 팔기도 한다. 짝짝이가 아닌 양말을 사서 서로 교차해서 일부러 짝짝이로 만들어 신는 이들도 있다.

이젠 양말을 신는 게 아니라 ‘입는다’는 표현까지도 쓴다. 양말이 신발 신는 데 필요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전체 패션의 중요 요소가 되었으니 옷 입는 것처럼 양말도 입는다는 표현을 쓰는 거다. 그래선지 양말 하나를 신더라도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명품 브랜드의 양말을 신겠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명품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점점 양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에선 패션양말 스타트업이 IT스타트업에나 투자하던 벤처캐피털로부터 막대한 돈을 투자받기도 했다.

넥타이는 남자 패션의 포인트이자, 정장을 입었을 때 스타일링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창조와 혁신을 강조되고, 성공한 남자들의 패션에서 노타이가 점점 늘어났다. 특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IT기업 리더들의 자유로운 복장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한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들도 복장규정을 자율로 바꾸고, 경영자나 정치인도 넥타이 없는 차림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넥타이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 감소세다.

   
▲ 출처=paulsmith.co.uk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2004년에는 출근시간대에 정장을 입은 사람이 68%이고 캐주얼 비중이 32%였는데, 2014년에는 정장이 30%, 캐주얼이 70%였다. 정장을 입는 이들이 크게 줄면서 넥타이가 퇴조하고, 대신 양말을 새로운 포인트로 선택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양말의 부상은 바지의 폭과 길이의 변화가 영향을 줬다. 바지를 구두를 덮을 정도로 길게 입는 건 이제 촌스럽다. 양말이 드러날 정도로 남자의 바지가 짧아졌고, 바지폭도 좁아졌다. 남자의 정장도 슬림하고 타이트해지면서 구두를 신었을 때 양말이 보일 기회가 더 늘었다. 스타일링의 완성이 양말이라 할 정도로, 그동안 간과했던 양말이 중요해진 건 옷과 구두, 액세서리에 이미 다 신경 썼고 그다음 순서로 그동안 외면했던 양말까지 신경 쓰게 된 것이다. 즉 양말을 잘 신는다는 건 양말조차도 잘 신는다는 의미니까 전체적인 패션과 스타일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의미다.

한국 남자들에게 양말이 중요해진 건 한국 남자들이 패션에 더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이다. 2030이 시작해서 40대로 이어졌고, 이젠 50대까지도 받아들이는 중이다. 주변의 남자들을 둘러보라. 바지도 신발도 아닌 양말을 먼저 보라. 그가 어떤 양말을 신었는지가 그의 패션을, 그리고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해준다. 백화점에서도 양말 전문 편집숍이 남성패션 코너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매장이 되었다.

여자들에게도 양말이 중요해졌다. 무릎까지 오는 니식스나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오버 니식스를 신고 치마를 입으면 다리가 날씬하고 길어보인다. 샌들에 양말을 신거나, 하이힐에 양말을 신는 것도 이젠 패션테러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적 유명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샌들에 양말을 신었고, 소위 아저씨 패션이자 패션테러로 불리던 샌들에 양말 차림이 편하면서 섹시한 아이템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심지어 흰 양말도 멋진 아이템으로 소화되는 시대다.

물론 그렇다고 정장에 흰 양말을 신거나, 샌들에 흰 양말을 신는 건 안 된다. 그런 게 소화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잘생기고 멋쟁이인 사람들이나 그런 도발적 스타일도 멋으로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양말이 엑스트라다 보니 양말이 튀는 게 부담스러웠다면 이젠 스타일링의 완성이 양말이라 할 정도여서 양말이 튀어도 그걸 패션센스로 봐준다. 양말만 봐도 패션 트렌드가 바뀌는 걸 확실히 실감한다. 확실히 이젠 양말 잘 선택하는 남자가 멋쟁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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