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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메카’ 노량진 놀이문화 따라잡기 ③

공시생 커플들의 ‘핫 플레이스’ 사육신 공원

2016.05.19(Thu) 18:08:28

   
▲ 저녁시간이 되자 사육신 공원에 몰려드는 연인들.

공시생들은 ‘혼자놀기의 달인’이지만, 청춘남녀가 모인 만큼 노량진에는 커플들도 적잖다. 이들의 ‘핫 플레이스’는 따로 있다. 노량진역 1번 출구에서 나와 9호선 노들역 방면으로 500m 정도 걸어가면 사육신 공원이 나온다.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은 충신들의 묘가 있는 공원은 각종 가게와 고시텔, 독서실이 빽빽하게 들어찬 노량진에서 유일하게 공시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 많은 공시생들로부터 시간이 나면 사육신 공원을 자주 방문한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오후엔 소수의 주민들만이 거닐던 공원에 저녁시간이 되자 공시생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남녀 커플이었다.

실제 노량진에서 만난 많은 공시생들이 현재 연애를 하고 있거나 연애를 했었다고 했다. 공시생 생활을 하기 이전에 시작된 연애가 계속된 경우도 있고, 노량진에서 같은 공시생끼리 연애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공부를 하며 아르바이트로 독서실 총무 일을 겸하던 권 아무개 씨(남·28)는 자신이 일하던 독서실에 다니는 문 아무개 씨(여·26)를 사귀고 있다. 그들은 벤치에 앉아 야경을 즐기며 저녁식사로 사온 피자를 먹고 있었다.

권 씨는 “독서실, 학원, 고시식당 등 공시생들이 가는 동선이 제한적이다”라며 “계획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자꾸만 같은 사람을 마주치게 되고 연애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인 문 씨도 “요즘은 밥을 같이 먹는 ‘밥터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체크하는 ‘출첵스터디’ 등 새로운 스터디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외로움을 타기 쉬운 성격의 공시생이 스터디를 찾게 되고, 스터디를 하다가 연애로 발전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함께 학원·독서실에 다니거나 스터디를 하며 연인 사이가 된 공시생들은 데이트 장소로 사육신 공원을 첫손에 꼽는다. 거리가 가까운 데다 잘 정돈된 조경과 아름다운 야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사육신 공원은 오후 수업이 끝나는 6시가 넘어가면서부터 공시생 커플들의 ‘핫 플레이스’가 된다.

공시를 준비하기 전부터 사귀던 스물한 살 동갑내기 커플은 “공부하느라 다들 예민해서 독서실 같은 장소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가방에 달린 지퍼를 여는 소리도 싫어한다. 하지만 여기 공원에서는 마음껏 웃을 수도 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며 공원 예찬론을 펼쳤다.

   
▲ 사육신 공원에서 보이는 낙조.

이들 외에도 공시생 커플들은 피자, 샌드위치 등 저녁식사거리를 싸와서 먹거나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등 각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공원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있었다. 원효대교와 여의도 위로 쏟아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그들은 서로의 합격을 빌어주고 있었다.

김상래 인턴기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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