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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메카’ 노량진 놀이문화 따라잡기 ②

PC방·오락실서 게임, 드라마 보며 ‘나 혼자 논다’

2016.05.19(Thu) 18:08:19

   
▲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는 노량진 공시생들.

“공부를 하려고 오지만,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다른 동네보다 더 잘 놀 수 있는 곳이 노량진이다.”

자신이 ‘잡기에 능하다’고 소개한 공시생 3년차 권 아무개 씨(29)의 설명이다. 종종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PC방을 찾는다는 그는 “다른 지역에 비해 PC방 분포율이 높지만 장사가 안 되는 가게가 없는 것 같다. 주말에는 빈자리가 없어 두세 군데 PC방을 돌아다니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실제 100석 규모의 PC방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30명 정도의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대다수가 ‘공시생 패션’이라 불리는 삼선 슬리퍼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이 ‘슬리퍼 부대’는 대부분이 각각 혼자서 게임에 열중해 있었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여·27)는 “분명 공시생으로 보이지만 매일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도 많다”며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오전 9시부터 끝나는 오후 3시까지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권 씨는 “우스갯소리로 노량진이 PC방 분포율로 따지면 전국에서 3위라는 말이 있다. 매일 게임을 하니까 노량진 지역의 평균 ‘롤 티어(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내에서의 계급)’가 가장 높다는 말도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오면 식사를 하러 가거나 다른 놀거리를 찾아 나갈 수도 있겠지만, 혼자 오게 되면 게임에만 열중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티어가 올라가는 게 아닐까”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PC방 이외에도 젊은 남성이 시간을 보내기 좋은 놀이터로는 노래방, 오락실, 만화방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곳들 또한 노량진만의 특색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전 개업을 했다는 광고 전단을 받아들고 찾아간 노래방은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이 한산했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업주는,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학생 손님은 많지 않고 직장인들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반면 한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에 노래방 기계가 놓여 있는 ‘코인 노래방’에서는 노랫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홀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진 공시생들은 가격이나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일반 노래방 대신 200원이면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을 찾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코인 노래방이 더 자주 골목 사이사이에 눈에 띄었다.

오락실 안에 설치된 코인 노래방도 있었다. 컴퓨터 게임의 인기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오락실이 줄고 있는 추세지만 노량진에서만큼은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 가까운 거리에서 두 개의 오락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 노량진에 위치한 오락실과 만화방.

만화방 또한 노래방과 같이 공시생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가구로 꾸며져 있었으나 중년 남성들만이 대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터넷 강의를 위해 대부분이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공시생들의 특성상 그들은 인터넷으로 만화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여성 공시생들 또한 혼자 노는 것에 익숙했다. 이 아무개 씨(여·24)는 “날씨가 좋으면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많이 든다”며 “화창한 날에는 혼자서 동네나 주위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멀리 한강공원까지 나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성들 또한 노트북을 활용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이 씨는 “학원이나 스터디 일정 등으로 드라마 본방을 챙겨볼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개인적으로 정해놓은 쉬는 날에는 노트북에 드라마를 다운받아서 몰아 보는 편이다. <태양의 후예>도 최근에 다 봤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생활하는 공시생 중 다수는 이미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한 듯 보였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대부분 혼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취미 생활도 고시텔이나 PC방, 노래방 등에서 혼자 즐기고 있었다. 공시생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내 생활을 방해 받고 싶지 않다”며 “각자 자신만의 계획이 있고 바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보다 혼자가 편하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서울 각지에 연락하면 닿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에도 “SNS를 보면 친구들은 학교·직장생활로 활기찬 모습이다. 그들과 만나 근황을 전하다 보면 내 기분만 우울해지는 느낌이라 시간이 있어도 혼자서 보내는 편”이라며 ‘혼자의 편안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김상래 인턴기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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