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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메카’ 노량진 놀이문화 따라잡기 ①

당구장, 플스방에 미모의 여성 직원 ‘가터벨트’까지 착용?

2016.05.20(Fri) 16:12:24

   
▲ ‘노량진 명물’ 컵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의미하는 ‘공시생’. 단군 이래 최대 취업난이라는 지금, 공시생은 끊임없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모집한 9급 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다인 22만 2650명이 지원했을 정도다. 전체 인원의 90% 이상, 20만 명이 넘는 인원이 20∼30대. 이들 중 상당수는 ‘공시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노량진에서 미래를 위해 책장을 넘기고 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줄여가며 공부에 열중하는 공시생들이지만, 혈기왕성한 청년들인 만큼 매일 매시간을 공부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 그만큼 독특한 놀이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그 현장을 가봤다.

노량진은 고시텔, 고시식당, 독서실 등 그들만을 위한 문화·산업이 발달해 독특한 지역색을 띠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시생들의 편의를 돕는 복사·인쇄 전문점, 그들의 얇은 지갑을 겨냥한 저렴한 가격의 분식집, 마트 등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기에’ 노량진에는 점점 더 많은 공시생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노량진은 공부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가장 놀기 좋은 곳’이라는 이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서실 지하에는 PC방이 있고 분식집 옆에는 오락실이 있는 등 공부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가까이 해야 할 시설’과 ‘멀리 해야 할 시설’이 혼재돼 있다.

먼저 성인 남성들의 놀이 문화에 당구가 빠질 수 없다. 특히나 노량진 공시생에게 당구는 더욱 특별한 놀이다. 공시생은 아니었지만 방송인 정준하가 “노량진에서 재수 생활을 할 때 1년 반 만에 500을 치게 됐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량진과 당구는 전통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노량진 공시생인 고향 친구를 여럿 두고 있는 지방 출신 직장인 김 아무개 씨(29)는 “공부를 위해 노량진에 간 친구들이 당구만 늘었다. 노량진에 가기 전에는 당구를 치지 않던 친구들도 실력자가 돼서 돌아왔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공부가 힘들다보니 전에 흥미가 없던 일에도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에는 길거리 어디서든지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만큼이나 당구장도 많이 있다. 그런데 점포 수가 많다는 것 외에도 노량진 당구장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포인트는 게임비를 받고 음료수 등을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에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세 곳의 당구장 중 두 곳은 키 크고 늘씬한 여성들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몸에 달라붙는 짧은 치마와 블라우스를 유니폼으로 입고 친절한 미소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 플스방 입구에 있는 사진 촬영 금지 경고문.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스방’ 또한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공시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플스방에서는 천장 곳곳에 달린 대형 모니터에서 인기 걸그룹들의 무대영상인 ‘직캠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일반 방송에 비해 걸그룹 멤버 한 명에게 더욱 근접해서 촬영한 직캠 영상의 특성상 혈기왕성한 남성 공시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다.

노량진 플스방의 또 한 가지 특이점은 입구에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업소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른다”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엔 다소 짧은 의상을 입은 여성이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경고문을 붙여 놓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 플스방은 다소 자극적인 의상인 가터벨트까지 착용한 여성이 일을 한다는 방문 후기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김상래 인턴기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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