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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본만으론 안 통해" 이통3사, 화물중개앱 '지지부진' 속사정

SKT '티맵 화물' KT '브로캐리' LG유플러스 '화물잇고' 물류대전 예고했지만…유인책 확보·가격 체계화 부족

2024.02.29(Thu) 16:49:01

[비즈한국] ‘마지막 아날로그 물류의 땅’으로 불리는 화물 중개 시장은 지난 1년간 통신3사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시장 규모가 37조 원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해 디지털 불모지로 남아 있던 영역이다. SKT​가 지난해 2월 티맵 모빌리티를 통해 ‘티맵 화물’을 정식 출시한 데 이어 KT가 기존 중개 운송 플랫폼에 인공지능(AI)을 새로 덧붙인 ‘브로캐리 2.0’를 내놨고, LG유플러스는 별도 앱 ‘화물잇고’로 시장에 진입했다. 

 

통신 대기업들이 동시에 뛰어들면서 37조 시장의 주도권을 건 ‘물류대전’이 점쳐졌지만 아직까지 반응은 미미하다. 오랫동안 터를 잡아온 전통 강자나 업계 관행 등을 넘어서기 어려워 외형 확장은 물론 사업을 안착시키는 것조차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3사가 화물 중개 시장에 뛰어든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성과기 미미하다. SKT ‘티맵 화물’​, KT ‘​브로캐리’,​ LG유플러스 ‘​화물잇고’ 앱 화면(왼쪽부터)​. 사진=각 사

 

#독점 앱 대체재 기다리는 현장, 플랫폼 활성화는 아직

 

통신3사와 카카오 등 신규 사업자들이 관련 서비스 출시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장에서도 큰 변화가 읽히지 않는다. 브로캐리와 화물잇고를 사용해봤다는 3.5톤 일반화물 기사 40대 김 아무개 씨는 “앱을 설치하고 한 달 넘게 지켜봤는데 마땅한 일감이 없다. 일감 없는 중개 어플을 누가 쓰겠나”고 반문했다.

 

​분명 ​기대감은 있다. 기존 업체들의 독점 구조 속에서 낮은 단가, 과적 등을 겪은 기사들은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으로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될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9년째 개인 용달 일을 하는 류 아무개 씨는 “그래도 경쟁사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독점이 계속되면 갑질을 멈출 방법이 없다. 합당한 운송료를 주는 곳이면 어디든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주가 10만 원으로 구하는 일감이 7만 원에 올라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깜깜이 오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벌어지는 배차 제한 등은 소수의 화물 중개 앱에 일감이 몰리면서 고착된 문제점이다. 

 

화물 중개 서비스는 화물을 운송하는 차주(기사)와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 둘의 중개는 주선 업자가 담당한다. 화주로부터 의뢰를 받은 주선 업자는 운임 견적을 내고 화물을 접수·배차해 최종 정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는 화물 기사 상당수가 전국24시콜, 화물맨 등 주요 업체가 점유한 앱에 월 이용료를 납부하고 일감을 구한다. 과거에는 기사가 주선 업자로부터 화주를 소개받았다면 앱 등장 이후에는 주선 업자가 앱에 게시한 주문을 잡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기업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 

 

‘비통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통신3사는 화물 중개 플랫폼을 통해 물류 디지털전환(DX)에 참전했다. 현재 B2B(기업 간 거래) 운송 시장은 △원자재 공급자와 제조사를 연결하는 ‘퍼스트 마일’ △제조사에서 물류센터까지 운송하는 ‘미들마일’ △택배업체와 이커머스가 잡고 있는 고객 배송 단계 ‘라스트 마일’ 시장으로 분류된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들마일 시장은 37조 원 규모로 라스트마일 시장보다 약 5배 크다. 시장은 큰데 디지털화는 더디고, 불합리한 업계 관행을 뒤집을 새 서비스에 대한 수요까지 있으니 정보통신기술(ICT)을 다루는 기업들이 너나없이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앱을 뛰어넘을 경쟁력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서비스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한솔로지스틱스, SK플래닛, CJ대한통운 등 굵직한 기업의 계열사들도 진입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화물을 선적 중인 운송 차량들. 사진=박정훈 기자


​운송 일감이 있어야 앱 이용자(기사)를 확보해 플랫폼을 활성화할 수 있는데 화주 확보가 난관이다. 운송업체 관계자는 “관건은 ‘얼마나 많은 화주가 쓰느냐’다. 2010년경 앱이 생겨나면서 생태계가 변화했고, 현재는 주선사 90%가 기존 앱을 쓰고 있다. 가격 혜택 같은 큰 유인책이 없다면 화주들이 굳이 새로운 앱으로 옮겨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텃세’ 외에 시스템의 약점도 있다. 현장에서는 새 플랫폼들이 복잡한 운송 가격을 정확하게 체계화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화물 운송료는 물건 크기나 거리만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 거리가 가까워도 물건이 크면 비용이 오르고, 물건을 건물 위층까지 직접 나르는 조건이 포함될 경우 추가 가격이 매겨진다. 서울용달협회 관계자는 “화물 크기와 무게 대비 거리, 운송시간과 지역 등 다양한 세부 조건을 모두 따져야 하기에 요금 체계도 복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기준 가격을 어느 정도 설정해놓고 거기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체계화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가장 많이 사용된 화물 운송 플랫폼 ‘전국24콜화물’ 앱 화면. 사진=전국24시콜화물 제공

 

이는 기업들이 공유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품목 등 기초 정보와 더불어 날씨, 유가까지도 고려하고 화주와 차주 모두가 만족할만한 최적 운임을 산출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확정된 운임이 아니라 최소~최대 운임 정도만 확인 가능한 경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들에게는 카카오택시 사례와 관련한 부정적인 인식이 새 플랫폼 이용의 장벽이 되고 있다. 대기업 플랫폼이 택시 시장을 장악한 이후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와 수수료 체계로 진통을 겪었던 것처럼 수수료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과 서비스 상황 변동에 따라 선도 주체가 달라질 것이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 운영 방향을 수정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3사가 화물 운송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시장에 진출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거래를 매칭하는 형태가 비교적 단순한 택시나 일반 배달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 서울 개인(개별)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관계자는 “택시와 달리 ​화물은 ​​운송 대상이 ​물건이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많다. 주로 개인이 맡기는 작은 규모의 짐과 업체가 의뢰하는 장거리 큰 짐은 홍보 방법부터 다르다”며 “이 시장을 이해하고 기반부터 다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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