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반발에도 고…'네카오'가 AI 웹툰 기술 개발 나선 속내

[비즈한국] 웹툰 시장에도 생성형 AI(인공지능)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AI 조직 규모를 키우고 제작 도구 개발 등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지난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웹툰이 시장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았지만 AI 기술 고도화에 대한 플랫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양 사는 웹툰 제작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수익성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 침해 문제나 독자들의 거부 반응은 풀어야 할 과제다. 생성형 AI는 플랫폼의 청사진대로 작가를 돕는 ‘조수’가 될 수 있을까.

#맞춤형 추천 서비스 띄우기, 본격 AI 경쟁 나선다 

올 한 해 웹툰 생태계는 AI 서비스가 한층 강화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 이용자에게 맞춤형 웹툰을 추천하는 ‘AI 큐레이터’ 시스템을 글로벌 서비스에 적용했고 올해까지 네이버웹툰에 완전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미를 포함해 시범 운영 중인 6개국에서 추천 작품 클릭수가 대폭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자 서비스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카카오의 경우 최근 AI 관련 인력을 충원해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보다는 다소 늦지만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7월 ​웹툰과 웹소설 등 지식재산권(IP) 전반에 적용되는 자체 AI 브랜드 ‘헬릭스’와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 작품을 추천하는 ‘헬릭스 푸시’를 선보였다. 아직까지 출시가 예정된 서비스는 없다. 다만 헬릭스라는 브랜드에서 새 기술이 계속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는 이용자 기반 추천 기술인 헬릭스 푸시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향후 도입될 AI 기술과 관련해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독자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지만 웹툰에 적용할 수 있는 국내 AI 기술은 상당히 진보해 있다. 기술은 어느 정도 현실화했고 이미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자동 채색 툴 ‘AI 페인터’, 불법 유통 복제물을 감시하는 ‘툰레이더’, 실사 이미지를 웹툰 화풍으로 바꿀 수 있는 ‘툰필터’ 등 AI 기술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배경을 제외하고 캐릭터 이미지를 따내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웹툰 AI 에디터’와 유해 콘텐츠를 자동으로 거르는 기술 등은 현재 내부 개발 중이다. 2022년 2월 기술 조직에서 분리한 AI 조직은 현재 60여 명 규모로, 최대 100명 이상으로 구축하는 게 목표다. 

#‘AI 조수가 작가 밀어낸다?’​ 작가 중심 생태계-AI 같이 갈 수 있나

AI 상용화의 관건은 시장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 일단은 무단 학습한 데이터 기반의 생성형 AI가 명령어와 클릭을 통해 제작한 웹툰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

그간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AI가 작가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주로 초점을 맞춰졌다. 하지만 지난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네이버웹툰 신작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에 ‘별점테러’가 이어지면서 AI에 대한 독자의 거부감 역시 상당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웹툰 업계에서 AI의 기세가 잠시 주춤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웹툰 AI 기술 투자에 적극적일까. 네이버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카카오도 조만간 창작자용 AI 기술을 내놓을 계획으로, 양 사 모두 AI 기술을 성장 발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직전 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에서도 AI 추천 강화 등 플랫폼 고도화와 출시 당일 역대 매출 1위를 기록한 현지 오리지널 작품의 흥행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더 개인화된 콘텐츠가 정확하게 추천돼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네이버 생태계 내에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 향상과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플랫폼이 말하는 웹툰 AI의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BM)은 추천 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이용자 유입 증가’ 정도다. 더 정교한 추천 기술로 이용자와 작품을 매칭해 작품 소비와 결제까지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직접 창작 과정에 끼어드는 보조 기술의 수익 모델을 규정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본다.​ 업계에선 창작 보조 도구는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구 단계라 수익화와 관련해서는 구체화된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플랫폼이 만든 AI 도구가 범용된다면 서비스에 값이 매겨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웹툰 작가 A 씨는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주체가 작가가 아닌 플랫폼이다. AI​가 작가의 일손을 덜어주는 획기적인  도구로 떠오르더라도 나중에는 사용료가 발생기거나 내 작품에서 수수료를 떼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다수 작가가 AI 기반 보조 도구를 사용할 경우 작업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연재 분량 등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플랫폼, 생태계에 책임감 보여야”

유사한 흐름은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웹툰 제작에 3D 배경을 활용하는 기술이 정착하면서 배경 작가 직무는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채색 도구가 보편화될수록 미색 작가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플랫폼에서는 캐릭터 인체 등을 그리는 선화 작업마저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엔 콘티만 남게 된다”며 “상용화 시 웹툰 생태계가 기존과 완전히 달라지는데도 플랫폼들은 80개가 넘는 전국 만화학과 학생들과 작가들의 일자리 문제, 저작권 침해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창작자 단체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규정에 반발하고 있다. TDM은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이나 구조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지난해 말 공동 입장문을 내고 “TDM 면책 규정이 무분별하게 도입될 경우, 웹툰 작품이 AI에 의해 저작권자도 모르는 새 무단으로 학습돼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상업적 인공지능 사용에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창작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법적으로 복잡한 저작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광철 이사는 “예전에는 작가들의 일자리였던 영역이 사라지고 플랫폼이 웹툰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다. 플랫폼이 시장 성장을 말하기에 앞서 생태계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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