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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다단계판매업체의 온라인 재판매 금지가 완화된다고?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구속조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상 위법… 최근 공정위 유권해석에 다단계업계 주목

2024.02.20(Tue) 15:55:06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온라인 재판매를 금지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위법하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온라인 할인판매를 금지하거나 단속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위반 행위인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또는 ‘구속조건부거래’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란 상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사업자가 그 상품을 재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거래 단계별 가격을 미리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거나,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도·소매 가격을 미리 정하고 그 가격대로 판매하게끔 강제하는 식이다.

 

공정거래법 제46조는 원칙적으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효율성 증대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 △저작권법상 저작물을 판매하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를 △거래 단계별 사업자는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것이 원칙 △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고 유통단계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판매업자 간의 가격담합과 동일한 효과를 초래해 유통조직의 효율성 저해 △제조업체 간의 경쟁 제한 △소비자 선택 제한 등이라고 설명한다.

 

구속조건부거래란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상품이나 용역을 공급할 때, 거래지역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거래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7호는 구속조건부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를 상대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의 판매를 금지하면 전형적인 구속조건부거래에 해당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

 

이러한 내용은 다단계판매업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단계판매업체가 거래상대방의 온라인 할인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상대방의 다단계판매업체 회원 여부는 상관없다.

 

다단계판매업체를 다른 분야의 제조·공급업체와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결론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후원수당을 지급해 판매조직을 유지·관리하는 영업방식을 가진 다단계판매업의 특성상, 다단계판매업체는 온라인 할인판매를 방치하기 쉽지 않다.

 

다단계판매는 전통적으로 대면 영업이 기본이다. 다단계판매업체는 제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마진을 재원으로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하고, 후원수당이 판매조직을 유지·관리하는 근간이 된다. 그런데 다단계판매업체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할인판매하면 대면 영업이 무너지고, 판매 과정에서 중간마진을 수취하고 이를 이용해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어려워져 판매조직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다단계판매업체는 회원이 제품 구매로 실적을 쌓은 후 제품을 온라인에 재판매하는 행위를 자체적으로 금지시켜왔다.


이렇다 보니 다단계판매업계에선 과거부터 지금까지 온라인 할인판매를 합법적으로 단속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강구해왔다. 특히 다단계판매업체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실적을 챙긴 후, 제품을 다시 온라인 판매업자에게 넘기는 회원을 단속해 왔다.

 

앞서 언급했듯 거래상대방의 다단계 회원 여부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회원을 상대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나 구속조건부거래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

 

공정위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등을 이유로 업계 1위의 외국계 다단계판매업체에 대해 시정명령 등을 부과한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 시정명령이 적법하다는 판결(확정)을 선고한 이후, 다단계판매업계에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은 법리적으로 정리됐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의 유권해석 사례에서 공정위가 사안의 특성과 영업 내용 등을 감안해 융통성 있게 법을 집행하는 태도가 감지돼, 다단계 업계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와 함께 제품을 판매한 회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위법한지 묻는 질의에 “‘다단계판매업자가 소속 판매원이 온라인 등을 통해 물품을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행위는 경쟁제한성이 없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통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다’라는 사유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심결례가 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질의에서도 공정위는 “판매원들이 동의하면 내부규정으로 온라인 판매를 제한할 수 있으나, 과도하게 판매원 활동을 제한하면 있으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저촉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정리하면, 다단계판매업체가 합리적인 절차와 수위를 전제로 온라인 판매에 가담한 회원에 대해 불이익을 주도록 내부규정을 만드는 것은 법에 따라 허용될 여지가 있다. 온라인 재판매업자와 결탁한 회원은 온라인 시장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단계업체 입장에선 해당 회원을 제재하면 온라인 판매 단속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처분은 앞서 언급한 유권해석의 내용에 기속(재량을 인정하지 않음)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권해석을 보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조건으로 경쟁제한성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안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 단속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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