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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휴직③ "그런게 있었어?" 가족돌봄휴가, 똑똑하게 쓰는 법

최장 10일 또는 연 90일 무급 휴가·휴직 법으로 보장…업무 공백 상호간 배려 있어야

2024.01.29(Mon) 15:19:35

[비즈한국]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두 아이가 소속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수시로 문을 열고 닫는 예측불허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나에게 가장 단비 같은 제도는 바로 가족돌봄휴가였다. 연차 휴가를 비롯한 각종 휴가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도 끝까지 경력을 이어가며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아마 꽤 많은 수의 직장인들이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되어 있는 가족돌봄휴가의 존재를 그 때 처음 알았거나 사용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돌봄휴가는 말 그대로 질병이나 사고, 노령 혹은 연령이 어려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족을 위해 연간 최대 10일간 사용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한 휴가이다. 연차휴가와 마찬가지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보통은 무급으로 운영하나, 회사마다 취업규칙이나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10일 중 일부 기간에 한해해 유급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돌봄휴가는 최장 10일, 가족돌봄휴직은 연간 90일 간 무급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별다른 사유 없이 회사가 거부할 수 없다. 사진=생성형 AI

 

가족돌봄휴직은 가족돌봄휴가와 운영 목적과 취지는 같다.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1년간 최대 90일이며, 한번 사용할 때 최소 30일 이상을 신청해야 한다. 연간 90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년 반복하여 다시 90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휴일은 포함한다). 그래서 간혹 연말 즈음에 휴직을 개시하여 이듬해까지 이어서 사용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가능하다. 다만 6개월의 장기간 인력부재에 대해서 사전에 소속 부서는 물론 회사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빈 자리가 언제부터 얼마 동안 생길지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육아휴직과는 달리, 가족돌봄휴직은 사용기간도 짧고 돌봄사유의 종료(사망 혹은 질병의 치유 등)또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보니 대체인력을 구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때문에 휴직자가 돌아올 때까지 채용 노력만 반복하다가 끝내 공석으로 남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업무가 과중한 부서의 경우 부서장이 휴직 신청에 앞서 암암리에 동료들에게 사전 동의를 얻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법령에 따른 신청 절차에는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다. 따라서 회사의 취업규칙에서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다면 상급자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사항, 즉 갑질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30대 후반의 비혼여성 A는 위에서 언급한 예시처럼 2년에 걸쳐 연달아 180일을 사용하겠다며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직원이었다. A의 전략적 휴직이 별다른 잡음 없이 한 번에 용인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A는 평소 부서 내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소속 부서가 여성 비율이 높다 보니 육아휴직이나 자녀돌봄 등의 사유로 긴급하게 자리를 비우는 동료 직원들에게 항상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곤 했다. 또한 말기 췌장암으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투병생활에 대해 기회가 될 때마다 공유하고 있었기에 부서는 물론 사내에서도 A를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도 했다.

 

A는 휴직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어머니의 진단서는 물론 휴직이 거절될 여지가 아예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추가로 요구하기 전에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각자 생계 유지나 어린 자녀 양육, 원거리 거주 등의 사유로 돌봄이 어려운 사실을 입증하는 각종 서류(형제 자매의 재직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를 함께 제출했으며, 자신의 휴직 필요성에 대해 신청 서식 외 별지로 휴직 사유와 휴직 기간의 계획에 대해 자세히 작성했다. 그 신청서를 보며 몇 번이고 울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안타깝게도 A는 휴직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는 ‘그래도 덕분에 어머니와 몇 달 간 많이 행복했고, 시간의 여유가 생긴 만큼 생각하고 준비한 대로 잘 보내드릴 수 있어서 참 좋다’며 웃어 보였다. A는 가족돌봄휴직 사용의 좋은 사례로서 이후 여러 직원들의 휴직신청과 심의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A 같은 비혼여성이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며 결혼으로 인한 가족부양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돌봄에서는 ‘딸’로서의 역할, 그리고 직장에서도 인력공백을 메우는 상시 자원으로서의 역할이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자녀양육하는데 모부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아픈 가족을 돌보는 데에 있어서도 성별의 구분과 성역할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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