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전 렌털 업계 부동의 1위 코웨이가 지국장 인력 감축과 함께 전국의 지국 수를 줄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일부 지국장들은 회사로부터 직급을 강등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퇴사를 유도 받았는데 현재 모두 퇴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전국 24개 지국도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일방적인 권고사직’이라는 내부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통폐합 조치나 방문점검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등 혹은 퇴사” 직급 전환 대상자 모두 떠났다
업계 및 노조에 따르면 코웨이는 최근 전국에 있는 지국 중 24개소를 폐쇄하고 인근 지국에 기능을 통합했다. 1월을 기점으로 폐쇄가 결정된 지점은 서울불광·인천논현·수원영통·용인북부·시화·대전복수·대구진천·포항동해·통영남부·광주문흥·광주신창·부산다대 지국 등 전국 24개소다.
이에 앞서 지국장에 대한 인사 조치가 단행됐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평가하위자에 대해 일대일 면담을 갖고 ‘직무 재배치’라는 취지로 하위 직급 전환을 권고했다. 조직장에서 팀장으로 강등하는 조치라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 26명의 지국장이 직급 전환 대상에 올랐는데 현재 이들 모두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국장이 관리하던 곳 중 2개소만 유지돼 신규 발령이 난 상태다.
인사규정에는 전년도 하위 5%에 해당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3~6개월의 재교육을 진행하고 개선이 없으면 퇴출하는 안이 있지만, 이번 인사 대상자들의 경우 경영평가 하위 30% 내외인 경우도 있다. 지국장은 본사 정직원으로, 지국 방문점검원(코디·코닥)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계정(제품 점검 수요)을 관리한다.
전국가전통신노조 코웨이CL지부 관계자는 “직책 변경을 유일한 선택지로 두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사해야 한다는 통보였다”며 “면담 후 3일 안에 결정을 내리도록 했고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 집까지 방문해 동의를 받아갔다. 약 일주일 동안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 사안이라 직원들은 떠밀리다시피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조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인사와 맞물린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10월 18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직원 대상 리더스포럼에서 처음 거론됐다. 전국의 조직장이 모인 포럼에서 역량평가 시행 등 관련 안내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본사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돼 왔던 다면 평가가 2022년부터 지부장 평가 방식으로 확대된 데 이어 이 시점부터 역량평가가 적용됐다. 당시 역량 평가 결과가 승진이나 보상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PPT 화면 등에 공지됐다.
코웨이는 구조조정 논란을 일축했다. 영업관리직 포함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사실이 없고 이번 인사도 일반적인 직무 재배치라는 설명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전 직군에 적용되는 성과 및 리더 역량 평가를 기반으로 대상자들을 더 적합한 직무에 배치한 인사 조치”라며 “이 과정에서 일체의 강압적인 행위는 없었고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퇴사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점검원도 구조조정 우려 ‘술렁’
최근 가전 렌털 업계에서는 사업 축소나 점포 통폐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안마의자, 의료기기 업계 1위 세라젬은 방문점검서비스 기간과 횟수를 대폭 줄이고 자가점검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 이 여파로 방문점검 부서(HC)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고되자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SK매직의 경우 가전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코웨이 내부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이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오프라인 영업소를 감축하고 직원들의 자연 퇴사를 유도하는 구조조정 수순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퇴사 결정으로 공석이 된 지국장 자리를 새로 채우지 않고 대부분 폐쇄 후 통합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지국 축소를 타깃한 우회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1년간 경영평가 점수나 5년 치 경영평가 점수, 역량평가 등급 등 인사 대상자들에게 근거로 내세운 직책 전환 발령의 근거도 제각각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에 있는 지국 수는 400여 개로 통폐합 조치를 통해 약 5%가 축소됐다.
지국장이 소속된 코웨이CL지부와 함께 특수고용직 방문점검원 노조까지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관계자는 “경기권 계정이 강원도로 편입된 경우도 있다. 점검부품 수급, 미팅, 교육 등으로 주 2회 이상 지국을 방문해야 하는데 이동시간이나 유류비 등 비용 부담이 늘었다”며 “통합 지국에 소속된 방문점검원 인력도 추후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웨이는 지난해 2·3분기 연속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내 렌털료 인상과 원가율 개선으로 수익성도 개선됐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953억 원이다.
안중현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정책국장은 “코웨이 지국에 대한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전례가 없다. 영업관리가 주 업무인 만큼 지국장의 성과는 곧 매출 실적에 비춰볼 수 있다. 퇴사 권고를 받은 지국장들이 저성과자가 아닌 경우도 많아 객관적인 실적 기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사측에서는 정확한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지국 통폐합은 사업적 전략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이 아니다. 통합 지국으로 옮겨가도 방문점검원의 업무나 평균 소득은 변동이 없다”며 “오히려 영업 지역 확장과 업무 환경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고객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점검원 규모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채권단 96% 동의'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남은 변수는?
·
홍콩 ELS 불완전판매 막을 수 있었다? 금감원 '위험측정지표' 작동 안 했다
·
이재현 CJ 회장 방치한 서초동 금싸라기 땅, 개발사업 '수혜' 입나
·
27년 운영 서초구립 노인복지센터, 갑자기 문 닫는 이유
·
[단독] "카드결제 오류에도 환불 불가" 미국대사관 비자 수수료 논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