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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 떼면 '원영식' 그림자 사라질까

상폐 위기에 이름 바꾸고 사업 전략도 변화 "상장폐지 이의 신청할 것"

2023.11.24(Fri) 12:07:19

[비즈한국] 초록뱀그룹이 원영식 전 회장 구속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일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초록뱀미디어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상장폐지 사유는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다. 원 전 회장은 지난 7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의 ‘돈줄’ 역할을 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오너 리스크가 그룹사 전체로 번지자 계열사들은 ‘초록뱀’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회장의 배임 외에도 계열사 간 부당 거래와 탈세 의혹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 재정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명과 정관을 변경한 데 이어 사업 비중 변화 등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면서 초록뱀그룹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월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초록뱀 ‘상장폐지’ 의결, 경영권·지분 매각 없이 번복 가능할까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20일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 이후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이내 이의신청 기간을 부여받은 초록뱀미디어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3분기 실적을 근거로 기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앞으로의 성장 계획을 신청서에 담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 전 일가가 여전히 최대주주로 있는 한 결과를 뒤집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록뱀그룹의 지배구조는 오션인더블유→초록뱀컴퍼니→초록뱀미디어→초록뱀이앤엠으로 연결된다. 오션인더블유는 오너의 가족회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심사위원회와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에서 모두 상폐 판단이 나왔다. 오너로부터 시작된 문제인 만큼 경영 계획이 아닌 경영권, 지분 매각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안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뱀미디어는 드라마 ‘7인의 탈출’​, ‘나의 해방일지’ 등을 제작했다. 사진=초록뱀미디어 제공


1998년부터 25년의 업력을 다진 초록뱀미디어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펜트하우스’ 등을 제작한 국내 콘텐츠 기업이다. 막대한 현금 조달력으로 코스닥 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던 원 전 회장이 2015년 경영권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초록뱀그룹으로 재편됐다.   

원 전 회장은 무자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20여 년 전 코스닥 상장사 무자본 M&A 과정에서 사채업자로 출발해 상장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 등으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JYP, YG 등 연예기획사에 투자한 이후 초록뱀미디어를 인수하며 연예계의 대부로도 거듭났다. 

하지만 이 같은 원 전 회장의 유명세가 이제는 악재가 됐다. 원 전 회장이 빗썸 관계사 강종현 씨에게 자금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원 전 회장은 2021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CB 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해 회사에 약 587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주가 상승으로 24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특경법상 배임·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초록뱀’ 떼고 투자 원칙도 손봤지만…

혹독한 위기 상황 속 그룹사는 초록뱀 지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는 5개월 가까이 주식 거래가 중지된 상태고 지난 9월 그룹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도 진행됐다. 상장폐지까지는 반신반의했던 업계도 그 여파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이나 약정으로 돈을 끌고 왔을 경우에는 상장폐지 시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같이 강등되는 등 그룹사 전반에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초록뱀그룹이 ‘재발방지 및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본업으로만 보면 초록뱀미디어는 여전히 건재하다.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5% 증가한 1665억 원, 영업이익은 146% 늘어 58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초록뱀그룹은 7월 긴급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쇄신책을 하나씩 실현해가는 모습이다. 원 전 회장은 당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고 8월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CB 등 메자닌 투자 금지’ 관련 원칙도 정관에 명시했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주요 계열사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을 끈다. 우선 유리 사업 등을 담당하는 초록뱀컴퍼니와 매니지먼트 주력 초록뱀이앤엠은 ‘초록뱀’ 브랜드부터 떼어냈다. 지난 8월 초록뱀컴퍼니가 씨티프라퍼티로 사명을 변경한 것을 시작으로 초록뱀이앤엠도 티엔엔터테인먼트로 탈바꿈했다. 

티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F&B 비중이 크게 늘어 사업 전략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그 중심에는 ‘후라이드 참 잘 하는 집(후참)’ 치킨 프랜차이즈의 성장이 있다.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전신 초록뱀이앤엠은 지난해 6월 ‘초록뱀푸드팜’과 합병을 통해 본격적으로 외식사업부를 편입, 치킨 프랜차이즈와 외식 브랜드 ‘세상의모든아침’, ‘사대부집곳간’ 등으로 푸드 시장에 나섰다.

‘후라이드 참 잘 하는 집’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초록뱀이앤엠은 얼마 전 티엔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꿨다. 사진=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제공


공시에 따르면 올 3분기 후참 치킨(가맹점 약 270개)의 매출은 약 515억 원으로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제작사, 방송국, 광고주 등 엔터테인먼트 매출(438억 원)보다 높다. 매출 비중도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어 엔터와 가맹 부문이 각 40%대를 차지한다. 초록뱀그룹과 이미지 연관성도 낮고 캐시카우로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티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주요 스포츠 경기 개최 등 업황 영향이 컸다”면서도 “정관에 기재된 매니지먼트와 F&B사업 모두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고전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록뱀미디어의 지배기업인 씨티프라퍼티 주가는 현재 액면가(500)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15년 8000원대를 호가하던 주가가 300원대까지 추락했다. 3분기 실적발표 다음날인 11월 15일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971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3년 전 가격의 5분의 1 수준이다. 

초록뱀미디어가 이번 기회에 개선기간을 부여받는 게 그룹사 경영 정상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원 전 회장 소유 가족회사가 지분 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다른 계열사로 파장이 미칠 위험도 있다. 앞서 사측이 내놓은 쇄신책 중 ‘그룹사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정관상 목적 사업 중심의 영업활동 전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더 이상의 이의신청은 불가능하다. 

초록뱀미디어는 이번 이의신청서에는 회사의 안정적 재무구조와 기업 연속성, 경영 투명성 등을 더 강력히 피력해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연쇄 상장폐지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업 경영계획을 개선하는 정도를 넘어서 지배구조를 바꿔 오너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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