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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푼다더니 한옥마을 짓는다고? 도봉구 주민들 반대 나선 까닭

공영개발로 땅 수용 방식에 토지주들 반대서명 움직임…첫걸음 뗀 '서울한옥 4.0' 시작부터 삐걱

2023.10.31(Tue) 17:46:33

[비즈한국]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간 한옥마을 10곳을 조성하겠다며 꺼내든 ‘서울한옥 4.0 재창조’ 사업의 밑그림이 나왔다.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한옥을 접목한 새로운 정비 대안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첫 공모 결과 강동구, 동대문구 등 동남·동북권이 중심이 됐다. 자치구 제안으로 선정된 대상지 6곳 중에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인 도봉구 부지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상지가 한옥이 필요하거나 어울리는 공간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개발제한구역 기준 적용에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사업 추진에 앞서 공감대 확보가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옥마을 조성 사업의 밑그림이 공개된 가운데 일부 대상지의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방학동 아파트 단지 뒤 한옥마을 들어서나

 

북한산국립공원과 인접한 도봉구 방학동 543-2번지 일대는 9월 5일 서울시 한옥마을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개발제한구역, 자연녹지지역 등으로 구성된 구역을 인근의 문화유산과 연계해 한옥 택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와 도봉구청은 구역 전면에 있는 원당샘마을과 원당마을한옥도서관을 거점 삼아 이 같은 구상을 그리고 있다.

 

도봉산을 병풍처럼 두른 신식 한옥마을의 풍경은 2014년 은평구 진관동에 조성된 한옥마을을 연상케 한다. 규모(2만 4146㎡)는 은평한옥마을(6만 5500㎡)의 절반도 안 되지만 도봉구의 새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업고 있다.

 

하지만 선정 결과가 발표된 직후 토지주들의 반대가 확대되면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책정한 값대로 받고 나가야 하면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도 있는데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한다”고 말했다.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A 씨의 말처럼 일단은 토지 수용 방식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산권은 법에 따라 공익에 근거해 제한될 수 있지만 강제수용에 대한 거부감은 매번 평행선을 달린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서울주택공사(SH) 등을 통한 공영개발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SH가 자치구와 협의를 통해 땅을 수용하고 이후 한옥택지를 공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지 일대 시설물 곳곳에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한옥 한 채 없는 동네에 한옥마을?

 

한옥 한 채 없는 동네에 갑자기 한옥택지를 조성하겠다는 사업 구상 역시 주민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일대는 넓은 주말농장 부지와 도로 옆으로 줄지어 있는 주택 등으로 이뤄져 있다. 건물은 10개 안팎으로, 넓은 부지에 비해 거주민은 적은 편이다. 도로변에 사찰이 한 채 있지만 한옥 형태의 주택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구역 초입에 있는 한옥도서관도 인근의 연산군묘를 중심으로 방학3동 역사 문화 거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5월 새로 지어진 시설이다. 구역 앞으로는 15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개발 소식을 반기는 인근 거주민들도 왜 한옥마을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 일대에는 원당마을한옥도서관(위) 등 원당샘 관련 시설과 주말 농장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전무했다는 게 토지주들의 주장이다. 토지주 B 씨는 9월 26일 구청으로부터 사업 계획을 알리는 제안서를 받고 나서야 대상지로 선정된 것을 알게 됐다. B 씨는 “이곳에서 대대로 300년 넘게 살아왔는데 그린벨트로 묶이고 나서는 집을 다시 짓고 싶어도 리모델링이나 증축 정도만 가능했다. 얼마 전 집 앞 도로가 정비될 때 구청에 용도 변경을 신청했는데 반려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제한을 풀고 한옥마을을 짓겠다는 공문이 오니 황당하다”며 “그마저도 추석 연휴를 끼고 의견수렴 기간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고령의 B 씨는 벌써부터 집을 떠나면 어디로 이주할지를 우려했다.

 

현재 토지주들은 서울시와 구청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건물 수가 적은 만큼 타 정비구역에 비해 토지주 규모도 적지만 대부분 직접 거주하는 데다 일대가 파평 윤 씨 집성촌인 탓에 반대 의견이 충분히 확보되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과거 재임 시절인 2008년 ‘서울한옥선언’을 통해 은평뉴타운 내 은평한옥마을을 조성했다. 지난 2월 사업 계획 발표 당시 은평한옥마을에 대해 “자부심으로 남는다”고 밝힌 오 시장의 의지는 남다르다. 오 시장은 “​서울 곳곳에 훼손된 개발제한구역이 있는데 전수조사를 해보니 면적이 넓지는 않다”​며 “​선형으로 돼 있어 대규모 택지로는 한계가 있고, 소규모 한옥 마을로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는 2640~3300㎡(800~1000평) 규모의 자투리 훼손 그린벨트, 공원해제지역을 대상으로 10채 이상의 소규모 한옥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등록지원 중인 한옥 1033동을 2032년 3000동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10년간 10개소 이상의 한옥마을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권역별 한옥마을 확대조성 계획. 사진=서울시

 

아직까지는 원당샘, 한옥도서관, 서울시 1호 보호수 은행나무 등 주변 자연·문화 요소와 연계한 한옥 택지를 만들겠다는 큰 틀의 청사진만 공개돼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주택단지와 근린생활시설, 공공시설 가운데 어디에 방점이 찍힐지, 어떻게 구성될지는 백지 상태에 가깝다. 은평한옥마을의 경우 교차로에서 진관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근린형 단지를 조성해 공용 시설을 두고 진관대로 기준 북쪽은 한 가구 단위의 작은 필지로, 남쪽은 두 가구까지 지을 수 있는 큰 필지로 구획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역사적인 자원과 북한산국립공원 주변이라는 자연 자원을 조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연초에 서울시에서 대상지에 대한 용역을 시행하면 세부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며 “주민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고 앞으로 주민들과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한옥마을을 조성할 수 있을지 용역을 통해 먼저 파악하고 주민들의 의견도 청취할 계획”이라며 “토지 수용 여부는 용역이 끝난 후 SH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공공주택 공급 등 공익성이 강한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 한해 정당성을 확보했다. 반면 한옥마을은 공공 임대나 산업 기능이 아니고 관광 기능에 가까운 사업인데, 이를 위해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방향”이라며 “주민들이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나 주택 개량에 어려움을 감수한 것을 고려했을 때도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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