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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경 회장 '애견사랑'이 발단? 모나미 관계사 '펫숍' 운영 논란

훈련소 '모나미랜드'서 혈통견 분양·판매…운영사 "비중 크지 않다", 모나미 "관계사 주관 사업"

2023.01.10(Tue) 17:29:15

[비즈한국] 문구기업 모나미가 품종견을 교배, 분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훈련과 분양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는 애견훈련소 ‘모나미랜드’를 운영하는 관계사 티펙스다. 모나미는 본사가 아닌 관계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티펙스가 송하경 모나미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로 추정되는 만큼 ‘모나미 펫숍’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나미펫 SNS에 인기 품종견 꼬똥 드 툴레아 분양글이 올라오면서 모나미가 사실상 펫숍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두 모견의 새끼 강아지를 분양하는 게시글. 사진=모나미펫 SNS 캡처


#‘모나미펫’ 계정에서 ‘혈통견’ 판매

 

최근 모나미펫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꼬똥 드 툴레아 등 새끼 강아지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비판을 샀다. “두 번이나 임신 실패하면서 거의 포기 모드였지만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도전했더니 예쁜 아이들을 낳아줬다”, “오래 기다리셨다. 이번에는 암컷 두 마리가 열흘 간격으로 출산을 했다” 등의 표현이 ‘펫숍’ 논란을 불렀다. 또 “저희가 키우는 꼬똥들 중 가장 좋은 혈통을 가진 아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꼬똥들 중에도 가장 뛰어난 아이 중 하나로 다른 자견들보다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말에 품종견 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려견 판매가 기존 사업 분야와 연관성이 없는 데다 역사가 오래된 중견 기업이 품종견 생산 및 분양 사업을 한다는 점 때문에 사실 확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과거 동물 단체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30대 조 아무개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들 처음에는 정말 모나미가 맞냐며 의아해했다. ‘모나미펫’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모나미 로고도 붙어 있으니 누군가 도용을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모나미에 문의한 조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고객센터로부터 “모나미펫 계정을 모나미가 운영하는 게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1월 4일까지 이어진 세 차례의 추가 통화에서 사측은 “법인이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다”며 기존 설명을 번복했다.

 

모나미 측은 이 밖에도 “개들은 송 회장의 소유이며 훈련장 운영과 강아지 분양은 관계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법인에서는 직접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나 일정 부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모나미 측은 비즈한국의 문의에도 “분양의 경우 모나미 법인에서 운영하지 않기에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관계사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한 일이지만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비슷한 설명을 했다.

 

사진=모나미몰 홍보물, 모나미펫 SNS 캡처

모나미는 꾸준히 송하경 회장의 애견 사랑을 홍보했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나미랜드 훈련소를 송 회장이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모나미몰 홍보물, 모나미펫 SNS 캡처


#송하경 회장은 한국애견연맹 총재, 부인과 아들이 티펙스 사내이사​

 

하지만 모나미 법인과 무관한 사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모나미 펫 사업 중 브리딩·훈련 분야의 축인 모나미랜드가 반려견에 대한 송하경 회장의 애정을 토대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공식 홈페이지 모나미몰에 게시된 홍보글에서는 송 회장을 가리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충성스러운 사역견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시다”고 표현하며 “한국에서도 훌륭한 사역견을 양성하자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브리딩, 훈련을 위한 모나미랜드 훈련소를 경기도 안성에 설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송 회장은 애견의 순수 혈통 유지 및 관리, 국제 규모의 각종 도그쇼 등을 주최하는 사단법인 한국애견연맹의 총재를 역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티펙스는 단순 협력사가 아니다. 물류·운송업체인 티펙스는 모나미나 그 계열사와 지배구조로 엮여 있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긴밀한 특수관계를 유지해왔다. 티펙스는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재무 상태나 지분구조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모나미 사업보고서 상 유일한 기타 특수관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티펙스의 전신인 익스프레스라인의 주주 구성이 1999년 말 기준 송 회장(42%), 아이포(39.8%), 모나미(18%)였고, 현재는 부인 홍의숙 씨와 아들이자 오너 3세인 송재화 상무가 사내이사에 등재된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가 오너 일가와 깊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티펙스와 모나미의 거래액은 꾸준히 연간 40억~70억 원대를 기록했고, 티펙스는 모나미와의 거래를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1억~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관계자는 “회장님 지분은 없다. 특정해 밝히기는 어려우나 특수관계자가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나미는 모나미랜드 운영사가 모나미 법인이 아니라며 관계사의 독립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모나미 본사. 사진=비즈한국DB


#기업의 품종견 생산·판매 적절한가

 

모나미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모나미펫 계정 팔로우를 취소했고, 모나미펫 계정도 프로필에 걸어뒀던 모나미몰 링크를 삭제했다. 문제가 된 주요 게시글도 내려간 상태다.

 

이를 두고 프리미엄 전략, 콘셉트 스토어 확대, 신사업 진출 등으로 수익원 창출을 모색하던 모나미가 자충수를 뒀다는 시각이 나온다. 불매까지 대두되는 만큼 이번 논란이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진출한 펫 상품(모나미펫) 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앞서의 조 아무개 씨는 “일반 소비자 누가 봐도 모나미가 운영하는 사업”이라며 “동물 판매와 이로 인한 유기동물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때에 기업이 나서서 품종견을 생산하고 키우고 판매하는 행태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브리딩은 유전병 등 질병 발생 위험까지 계산해 품종견을 번식시키는 계획적인 임신과 출산 형태”라며 교배부터 판매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대표는 “여러 기준이 마련된 해외와 달리 충분한 전문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브리딩은 우수한 수준의 반려동물을 얻기 위해 실시하는 선택적인 번식을 뜻한다. 모나미펫 게시글을 살펴보면 ‘토야’라는 이름의 꼬똥 드 툴레아는 2021년 2월 출산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두 마리의 강아지를 또 다시 출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티펙스는 동물생산업과 위탁관리업에 등록돼 있지만 판매업은 별도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현행 동물보호법 상 생산업 허가를 받으면 소비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판매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 판매를 위해선 생산업자도 판매업자에게 요구되는 사항들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티펙스 관계자는 “모나미랜드에서 대형견 훈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매출액이 크지 않다. 1년에 한 번 정도 분양을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모나미 측은 “최근 펫숍 분양 논란과 관련해 많은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관계사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한 일이지만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숙한 반려 문화에 대해 더욱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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