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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안정화됐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산업은행으로

한전 적자의 33%, 산은 손실로 반영…시장 안정 위해 채권 발행도 어려워

2022.11.22(Tue) 09:25:17

[비즈한국] 정책금융의 맏형 격인 산업은행(산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내외 복합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이 많아 산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채권시장 안정화와 한국전력 최대주주의 역할을 다 하려다 보니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DB 산업은행 본점. 한전의 적자가 커지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재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한국전력 적자 고스란히 산은 손실로 잡혀 

 

산업은행이 가장 신경 쓰는 지표 중 하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다. BIS 비율은 은행 재무구조 건전성의 핵심 지표다. 은행 자기자본액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거나 분자인 자기자본이 줄면 수치가 악화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산은의 BIS는 14.85%였다. 권고 비율은 13%.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장 최악의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전력이 산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은이 한전의 지분 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문제는 한전이 올해 3분기에만 7조 53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점이다. 1~3분기 누적으로는 21조 8342억 원.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해 31조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지분법(자회사의 순손익을 보유지분만큼 모회사의 경영실적에 반영하는 제도)에 따라 한전의 손실은 고스란히 산업은행의 손실로 잡히게 된다. 한전 적자의 33%를 산은에 반영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값싼 원전을 줄이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많이 쓰면서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아 생긴 결과다.

 

산은의 BIS 비율이 떨어지는 주 요인으로 한전이 거론되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이 0.0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산은 대출 여력이 2500억 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본다. 산은의 기업지원 여력이 40조 원 가까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는 근거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분법상 한전의 1조 원 손실은 산은의 BIS 비율을 약 0.06%P 낮춘다”며 “올해 말 한전의 손실액이 21조 원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산은의 BIS 비율은 1.37%P 떨어져 (산은의 기업 지원 능력은) 연간 33조원 정도 줄어든다”고 말한 바 있다. 한전 손실이 늘어나면 날수록 산은의 자금줄이 막히는 구조인 셈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4일 내부 회의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3%를 방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국내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0.5%를 넘어야 한다. 아주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BIS이 낮아지면 국채 시장에서 채권 이자가 올라가는 등 산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쓸 돈은 많은데 채권 발행도 부담스럽고 

 

산은 측은 “BIS 비율이 낮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기업지원 여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다. 한때 채권시장의 자금이 은행채와 한전채에만 쏠려 위기설이 대두되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과 한전 등에 ‘채권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가장 앞장서서 수행하고 있다. 또 산은은 정부의 시장안정화대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구조의 20%를 맡고 있다.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자금을 가져올 곳은 제한적인데, 쓸 곳은 많다 보니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년 정부프로그램 상품으로 현금출자를 받아 자본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산은의 BIS가 12.9%로 추락하자 정부로부터 1조 4000억 원의 현물 출자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정부가 소유한 공기업 주식을 출자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자본이 확충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은 정책금융의 맏형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면서도 “공기업 주식과 같은 무부리 자산(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자산)은 산은의 자본이 커지게 하지만 정작 자금력에는 크게 보탬이 되지 못한다, 현물 출자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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