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낮엔 불법 투자상담, 밤엔 노출사진' 지금 토스 채팅에선…

[비즈한국] 전국이 혼란에 빠졌던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금융 플랫폼 토스의 채팅 기능이 ​주목 받았다. 토스는 채팅방 운영자에게 ‘방장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그런데 익명성에 기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채팅방이 활개를 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가 지면 등장하는 수상한 채팅방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보던 영어 강사 A 씨(31)​는 깜짝 놀랐다. 토스 앱에서 해외 주식을 살피다 우연히 채팅 기능을 발견했는데, 채팅방이 너무 자극적이었기 때문. ‘남자만 들어오라’는 제목의 채팅방 상단에는 앳된 여성의 얼굴 사진이 걸려있었고, 방장은 16세 여성으로 나와 있었다. ‘19살 여자인데 재워줄 사람을 찾는다’는 제목의 채팅방도 있었다.

A 씨는 “중·고등학생 제자들이 토스를 많이 쓴다. 며칠 지켜보니 밤에 이런 채팅방이 나타나더라. 10대만 입장할 수 있는 방도 제법 있었다. 정말 미성년자가 만든 채팅방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워달라’거나 ‘만나서 얘기하자’며 유도하는 문구가 있는 걸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우려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금융 앱 토스는 은행, 주식, 대출, 투자, 송금, 결제 등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이다. 지난해 9월에는 채팅 기능을 도입했다. 토스 채팅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 10월 15일 SK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장시간 먹통이 되면서 새삼 주목 받았다. 당시 토스도 앱에 ‘채팅 기능이 있다’라고 광고를 했다. 현재 토스 채팅의 월 이용자 수는 20만 명 정도다.

토스의 채팅 기능은 주요 서비스가 아니지만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토스는 지난 5월부터 방장지원금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활성화에 나섰다. 방장지원금은 당일 방문한 사람 1명당 2원으로 계산해 다음 날 오전 방장에게 토스 포인트로 지급한다. 채팅방 1개당 하루 지급 한도는 1500원으로, 방장 1명이 최대 10개의 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방장은 최대 하루 1만 5000원까지 포인트를 수령할 수 있다. 지원금은 방장이 규정에 맞게 채팅방을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개인 간 대화가 주요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달리 토스는 ‘주제별 채팅’이라는 이름의 단체 대화방이 중심이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과 유사한 형태로, 익명의 다수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물론 개인 간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휴대폰의 연락처와 동기화돼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과 토스 앱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돈을 보낼 수 있다. 

지난 9~10일 토스의 주제별 채팅을 직접 이용해봤다. 건강·MBTI·잡담·반려동물 등 일상적인 주제부터 국내 주식·해외 주식·코인·재테크·부동산·앱테크 등 투자 관련 주제까지 세세하게 나눠져 관심사에 맞는 방을 찾을 수 있었다. 사용법도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다. 

카카오톡과 눈에 띄는 차이점은 △신규 참가자가 채팅방 입장 이전의 대화를 볼 수 있다는 점 △참가자의 나이와 성별을 공개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스에서 금융 거래할 때 쓰는 계정을 기반으로 하므로 이름은 익명으로 설정할 수 있으나 나이와 성별은 바꿀 수 없었다. 

낮에는 직장인 잡담방이나 주식 투자방에서 활발히 대화가 오갔다. 그 중 투자 정보 제공과 종목 상담을 한다는 채팅방 두 곳에 들어갔다. 오전에 뉴스와 함께 관련 주식을 소개하고, 장 마감 전후로 시장 분석 글을 공유하는 것은 여느 정보방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정보를 공유하는 중간에 종목 상담에 관한 대화가 오갔는데, 방장들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토스 규제가 심해 길게 상담할 수 없다”라며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토스의 채팅 운영 정책에는 ‘이용자의 금전적인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동은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1대1 맞춤형 투자자문이나 투자금 위탁, 금전 요구 등이 금지된다. 법적으로 투자자문업자·유사 투자자문업자에게 금지된 행위도 할 수 없다. 운영 정책을 위반한 경우 신고는 24시간 365일 가능하며, 신고로 조치가 내려진 회원은 채팅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기자가 들어간 ‘VIP 정보방’에서는 상담을 위해 아예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옮길 것을 추천했다. 신고를 우려한 것인지, 채팅 참가자 중 한 명이 ‘방장 안내’로 이름을 바꾼 뒤 카카오톡 링크를 올리고 채팅방을 나가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링크는 일반적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 링크와 달랐다. 피싱 사이트일 가능성이 컸다.

정보방을 나와 개별 투자를 상담해준다는 채팅방에 접속했다. 방장에게 “정말 투자 상담해주나”라고 묻자 “종목에 관해 질문을 남기면 답변해주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장은 “무료가 확실하다”라며 안심시켰는데, “투자자문업자냐”라고 묻는 말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토스 “영상 공유 금지, 14세 미만 주제별 채팅 불가능 등 선제적 조치”

자정 무렵 다시 주제별 채팅을 켰다. 채팅방 목록을 훑어보다 여성의 상반신 노출 사진을 걸어놓은 곳을 찾았다. A 씨 말처럼 방장이 16세 여성이었다. 대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참가자가 있어 입장이 불가능했다. 일반 주제별 채팅방과 달리 최대 인원을 2명으로 한정했기 때문. 2시간가량 기다렸지만 기존 참가자는 채팅방을 나오지 않았다. 이 밖에도 ‘용돈 좀 달라’거나 ‘학생인데 돈이 없다. 지원금 받고 싶다’며 얼굴이나 신체 사진을 걸어 놓은 채팅방도 보였다.

토스는 채팅 운영정책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활동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밝힌다. 특히 아동·청소년 보호 규정을 마련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체를 촬영하거나 성적인 사진과 합성한 내용의 정보를 게시’ ‘성적 욕망 및 수치심,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의 정보 게시’ ‘청소년에게 유해한 상품 및 내용의 정보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한 번 적발되면 계정을 영구 정지하는 수준의 제재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채팅방을 정책으로 제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익명 채팅방의 특성상 사후 신고제로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화 당사자의 신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투자 상담을 하는 채팅방의 방장이 투자자문업자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조금씩 규정을 어기며 운영하거나, 미성년자가 직접 신체 사진을 걸고 채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제재가 어렵다. 

다만 토스 측은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스 관계자는 “다양한 금칙어를 정해 주제별 채팅방을 관리한다. 금칙어가 포함된 방은 개설이 불가능하고 프로필 설정이나 메시지 전송이 불가능하게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있다. 모호한 메시지라면 비공개 후 판단한다. 고객센터는 24시간 상시 대응이 가능하다. 전화로도 신고 접수를 받는다”라고 답했다. 

청소년 위해 채팅방에 관해서는 “14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주제별 채팅 메뉴가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사용을 원천 차단해 선제적으로 범죄를 막는 것”이라며 “특히 동영상 공유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 불법 촬영물이 유통될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낮췄다. 문제가 생기면 거의 즉시 조치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익명 채팅방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막으려면 플랫폼이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라며 “청소년 이용자에겐 가정에서의 미디어 에티켓 교육도 필요하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돼 높은 자극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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