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소식을 깜짝 발표한 뒤, 지난주 초부터 지라시가 하나 돌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한화가 당초 대우조선해양 전체 사업부가 아니라 특수선(잠수함) 사업부만 인수하고 싶어했지만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통매각을 권유했고, 이에 한화 측이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KAI)를 인수할 수 있게 해주면 통매각에 응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꽤나 그럴 듯한 내용으로 28일 관련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KAI 취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지분율 26.41%)과 KAI 모두 이를 부인했다. 증권가 등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되레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KAI의 거래 주체가 달라 쉽지 않은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의 ‘오랜 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시작?
한화그룹이 KAI 인수를 원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AI까지 품에 안을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확보한 잠수함 등 특수선 사업 부문부터 전차와 로켓까지 육·해·공을 아우르게 된다.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는 것.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현재 80조 4000억 원 수준. 대우조선해양(12조 원), KAI(6조2000억 원)의 자산가치를 합산하면 그룹 자산 규모가 100조 원에 달하게 돼 재계 6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SBS가 28일 “한화 측이 이달 들어 수출입은행·KAI 측과 수차례 접촉하며 KAI의 사업 현황과 미래 먹거리, 민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에도 한화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되레 수출입은행(수은)과 KAI가 강하게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수은과 KAI 모두 “KAI와 관련해 한화 측과 접촉 및 논의를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KAI는 윤석열 정부 들어 민영화 대상으로 꾸준히 꼽혔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고 대우조선해양, HMM과 함께 주요 민영화 대상으로 올랐다. 한화의 KAI 인수설을 놓고 산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도 원치 않았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과연 아무 조건이 없었겠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KAI까지 함께 인수토록 승낙한다면 한화가 충분히 받아들일 만했을 것 같더라”고 풀이했다.
#금융당국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 부담”
하지만 금융당국 분위기는 재계·산업계와 사뭇 다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을 잘 아는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KAI 매각 여부는 옵션으로 거론된 적도 없다”며 “대우조선해양과 KAI는 매각 주체가 다른데 어떻게 이를 옵션으로 제안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KAI의 최대주주는 수출입은행,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산은)이다. 두 은행을 관할하는 부처도 다르다. 산은은 금융위원회가, 수은은 기획재정부가 관할한다. 산은의 골칫거리였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수은이 KAI 매각 시 한화에게 유리하게끔 조건을 제안한다는 것은 더 윗선의 개입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서 강하게 사실을 부인하는 까닭이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한화로서는 그렇게 희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을, KAI는 수은을 각각 인수 대화 카운터 파트너로 상대해야 하는데 두 회사는 보고 상대가 다르고, 금융위와 기재부 모두 경영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관련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된 민영화 분위기 속에 ‘KAI의 높은 가치’를 보여주는 한편, 한화의 높은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정도로 풀이하면 될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우주산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KAI의 미래가치는 높다”며 “한화 외에도 방산 관련 산업군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라면 KAI 인수를 희망하지 않겠나. 그런 상황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부터 KAI 인수설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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