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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공정위 조사를 받는 자세에 '정답은 없다'

변호인 동참, 수집 문서 범위 체크, 조사 과정 기록 등 원칙 존재…조사 방해로 몰리는 행위는 피해야

2022.01.17(Mon) 13:54:07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공정위 조사 대응 방법은 민감한 문제다. 상황에 따라서 마치 증거인멸·위조의 방법으로 사건을 은폐하도록 교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문서로 정리하거나 남에게 조언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옛날 일이지만 현직 검사가 일간지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연재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너무 화제가 되어 연재를 다 끝마치지 못했다.

 

조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조사의 흐름이 사례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사를 받을 때 지켜야할 몇 가지 원칙은 존재한다.


수사기관, 행정기관 등이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조사에 나선다면 응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진술거부권, 변호인 참여권 등 법전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조차 비협조로 간주하기도 한다.

 

‘깨끗하게 살았다면 걱정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너무 깨끗해서 조사해봐야 아무것도 안 나오는 상태, 그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로 오해를 받거나 조사의 범위가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 담당자가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중 경쟁업체와 담합을 메모하여 업무용 PC에 저장했다고 치자. 현장 조사에서 그 파일이 입수된 경우 그 즉시 파일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향후 진행되는 절차에서 해당 파일은 담합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현장 조사 시 의욕이 넘치는 직원 한 명이 나서서 담당 임원이 올 때까지 회사에 진입할 수 없다며 공무원의 진로를 막아섰다고 치자. 이 경우 해당 직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조사방해로 간주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다음은 국세청, 공정위 등 행정기관의 행정조사, 그중에서 현장 조사에 관한 내용이다. 행정조사는 체포·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가능한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차이가 있다. 주된 차이점은 수사는 피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행정조사는 원칙적으로 피조사자의 동의와 협조하에 진행되는 절차이다. 

 

행정조사의 경우 체포·구속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다소 덜하나, 동의를 받았다는 미명 하에 조사의 범위가 확대되거나 차후 조사의 내용을 부인하기가 어려워 더 불리한 절차가 될 수도 있다(즉, 형식적으로나마 동의하에 제출한 자료이므로, 제출자가 사후 그 자료의 내용을 부인하기가 어렵다).

 

강제수사가 가능한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다르게 행정조사의 경우 피조사자의 동의와 협조가 원칙이다. 따라서 피조사자는 변호인 동참, 조사 전 과정 기록 등 몇 가지 사항을 기억해두면 좋다.


조사를 잘 받는 방법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사안의 실체를 은폐하는 것이라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사후 발각 시 정상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명한 처사로도 볼 수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항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먼저 가급적 변호인, 대리인의 참여하에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피조사자의 지위에 있으면 분위기에 눌려 의견을 개진하기가 어렵게 된다. 변호인은 피조사자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기는 하나 인격적으로 분리된 제3자이므로, 상황에 따라 변호인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또한 피조사자는 상황 자체가 당황스럽고 대응에 바빠서 조사의 진행 경과를 기록하고 사후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조사 과정에 참여한 변호인이 이 작업을 대신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조사대상,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문서가 공문상 조사범위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체로 공문상 조사범위는 상당히 넓게 기재되어 있어 어지간한 조사는 모두 조사범위에 포함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즉석에서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개인의 사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료, 회사의 영업비밀, 변호사와 나눈 의사 교신에 대해서는 관련성 여부를 다시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조사의 모든 과정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자료를 제출했는지, 누가 어떠한 내용을 진술했는지 등은 사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료 제출에 앞서 사본을 편철하기도 하고, 임직원이 진술할 때에는 변호인이 동석하기도 한다. 

 

행정기관이 현장 조사에 임할 때 피조사자가 조사를 방해했다는 ‘조사방해’가 종종 이슈가 된다. 어떻게든 조사를 모면해보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기는 하나, 조사방해로 입건되거나 조사방해가 보도된다면 차후 조사를 받거나 제재를 받을 때 두고두고 부담된다. 따라서 앞에서 본 내용보다 조사방해로 오인될 상황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사방해로 판단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공무원이 현장 조사 진입 전 회사의 직원이 외장하드를 사옥 외부 화단에 은닉했다가 발각된 사례가 있다. 행정기관은 이를 조사방해로 판단하여 회사에 대해서는 억 단위의, 직원에 대해서는 수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회사의 직원이 현장 조사 진행 중 외장하드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고 파일의 위치를 바꾸는 방법 등으로 은닉했다.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자 회사는 차후 해당 자료를 제출했으나, 행정기관은 해당 자료가 자진하여 제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무원이 현장에 임하자, 회사의 직원이 실무 책임자, 담당 임원이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50여 분 간 진입을 지연시켰다. 회사는 말단 직원의 실수에 불과하고 조사방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행정기관은 이를 이례적인 행동으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조사를 받는 방법, 조사에 임하는 자세에 정답은 없다. 조사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른바 ‘케바케’로 경우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사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는 것,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이 있다는 것 정도는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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