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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으로 뱅크시·워홀 작품 산다'는 미술품 공동구매 실제 수익률은?

수익률 격차 크고 보장 안 돼…매각 기한 없는 데다 운용사 문제 생기면 투자금 못 받을 수도 있어

2021.09.13(Mon) 11:50:47

[비즈한국]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이 대중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미술품을 조각 내 소유하는 ‘조각 투자’가 활발해지면서다. 실제로 캔버스를 잘라 갖는 것은 아니다. 구매한 그림을 자신의 집 거실에 걸어놓을 수도 없다. 투자자들이 수백 개로 나눠진 그림의 소유권을 구매하면, 기업이 그림의 원본을 보관하다가 판매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미술품 공동구매’, ‘소수점 거래’, ‘분할 소유권 투자’ 등으로 불리며 아트테크(예술과 재테크의 합성어)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조각의 가격은 약 1만 원. 투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최소 단위를 1000원으로 책정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액으로도 진입이 가능해 주식, 가상화폐 이외의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2040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술품 조각 투자가 아트테크의 주요 축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테사가 공모를 진행한 뱅크시의 ‘Choose Your Weapon'(위)과 'Banksquiat (Grey)'. 사진=테사 제공

미술품 조각 투자가 아트테크의 주요 축으로 떠올랐다. 테사가 공모를 진행한 뱅크시의 ‘Choose Your Weapon’(위)과 ‘​Banksquiat (Grey)’​. 사진=테사 제공 

 

“제가 구매한 미술품이 전시장에 걸리면 전시 수익도 들어옵니다. 신작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30대 회사원 정규빈 씨는 최근 미술품 조각 투자에 발을 들였다. 집에 걸어둘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작품을 알아보던 것이 계기가 됐다. 고가의 작품을 직접 소장하기는 어려웠지만 유명한 작가의 작품 지분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뱅크시의 ‘Choose Your Weapon(Bright Purple) and Banksquiat(Grey)’와 앤디 워홀의 ‘Dollar Sign’에 30만 원씩 투자해 수익률을 지켜보고 있다. 13만 원을 투자한 앤디 워홀의 ‘Nola’로는 은행 이자 두 배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정 씨는 “현재 전체 투자금액 중 미술품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4% 정도다. 일부분이더라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유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있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서 “남은 두 작품이 앞으로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록할지에 따라 미술품 공동구매를 계속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미술 경험’도 제공…​40대 진입 늘어


정 씨가 뱅크시의 작품 소유권을 구매한 플랫폼은 ‘테사(옛 아트블록)’다. 2020년 4월 앱을 출시한 테사는 2021년 9월 기준 약 3만 2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1000원으로 데이비드 호크니, 키스 해링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현재까지 21건의 공모를 마치고 이 중 3개 작품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했다. 2020년 4월 공모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은 1년 만에 17.9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같은 해 8월 공모한 키스 해링의 작품은 1년 1개월 만에 수익률 22.5%를 올렸다.

 

회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40이 단연 눈에 띈다. 테사 측은 전체 회원 중 30대가 30%, 40대가 22%, 20대가 1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초반에는 2030의 비중이 컸지만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40대의 진입이 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최초 아트테크 갤러리를 열어 투자자들이 공모작의 실물을 감상하고 아트테크를 체험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테사 관계자는 “1000원 투자는 많은 사람들이 블루칩 미술품을 감상하고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앞으로도 '1000원 투자’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은 가격과 인지도, 미술사적 의의를 모두 인정받은 작품들을 의미한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기업들 중 실적 면에서 앞선 곳도 있다. 2018년 하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술품 조각 투자를 시작한 ‘아트앤가이드’는 국내 거장들의 작품을 주로 취급한다. 작품 분할 단위는 10만 원, 100만 원으로 다른 업체보다 크다. 이중섭, 이우환, 김환기 등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투자자에게 선보이며 현재까지 총 93회의 공동 구매를 진행했다. 이 중 51개의 작품을 매각해 총 매각 금액은 40억 4045만 원에 달한다. 평균 수익률은 26%, 보유기간은 278일이다. 미술품의 대중화 실현을 내세운 아트투게더는 현재까지 작품 총 87점을 판매했고 그중 17점을 매각했다. 평균 보유 기간은 319일, 평균 수익률은 52.35%다.

 

미술품 조각 투자을 두고 수익률이 격차가 크고 투자자 보호 문제가 뒤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은 아트앤가이드의 공모 현황(위)과 테사의 마르크 샤갈 작품 공모 홍보물 사진=각 사 홈페이지

미술품 조각 투자는 수익률이 격차가 크고 투자자 보호 문제가 뒤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아트앤가이드의 공모 현황(위)과 테사의 마르크 샤갈 작품 공모 홍보물. 사진=각 사 홈페이지

 

#“작품 보는 눈 길러야 수익률 올릴 수 있어”

 

하지만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고, 기업 도산 시 투자자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자들은 지분을 거래하는 마켓 내 거래가 아직까지 활발하지 않고, 미술품이 매각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는다. 정 씨도 “과거 매각 실적을 토대로 작품 매각까지 1년 반 정도 걸리겠다고 추정할 뿐, 언제까지 매각하겠다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트앤가이드가 진행한 문형태의 ‘Bark’는 공동구매 당시 450만 원에 매입됐지만 78일 만에 1300만 원에 매각되면서 수익률 188.9%를 기록했다. 반면 이대원의 ‘강변’, 박수근의 ‘노상’은 각각 수익률 4.6%, 9%를 기록했다. 아트앤가이드를 비롯해 여타 플랫폼에서도 공모 완료 후 1, 2년까지 판매되지 않고 매각 예정으로 남은 경우가 다수다.​

 

업계 관계자들도 ‘미술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오르고, 감가상각률이 낮다’는 믿음만 앞선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트테크도 주식, 펀드 등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다. 그림은 회화 종류, 창작 시기, 크기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시세가 결정된다. ​모든 작품이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두고 ​작품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발행한 ‘미술시장 리포트 시리즈’에서 미술품 공동구매에 참여할 때 회사에서 제시한 작품 가격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구매 약정이 회사가 수익률을 보장해 매입하는 형태로 체결돼 있다면, 약정 행사 시 회사의 재무 상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이 리포트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가의 작품에 재구매 약정이 체결돼 있는지, 실제로 약정이 이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소수의 작품이나, 소수의 지분만 높은 수익률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태라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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