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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온라인 쇼핑몰에게는 과태료보다 무서운 '공표명령'

공정위 시정조치에도 피해 양상에 따라 부과 …허위·과장 광고 자체 단속해야

2020.08.18(Tue) 10:37:1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인터넷 쇼핑몰에 방문하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라는 제목의 팝업창을 보는 경우가 있다. 팝업창에는 대체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내용과 이에 관한 법 위반 사실이 간단히 기재돼 있다.

 

공정위가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도록 하는 것을 실무에서는 간단히 ‘공표명령’이라고 부른다. 헌법재판소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내용 및 형태에 따라서는 일반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이 그 위반 여부에 대한 정보와 인식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공정위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법사실의 효과가 지속하고 피해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조속히 법 위반에 관한 중요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공중 등에게 널리 경고함으로써 공공의 손해를 종식하고 위법행위 재발을 방지하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001헌바43). ​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사안에 따라 공표명령은 온라인 쇼핑몰 등 통신판매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제재수단이 된다. 공정위 제재 사실은 공정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다. 다만 그 기사는 1~2일 정도 게재되는 단신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소비자들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공표명령은 일정기간(최소 일주일) 동안 홈페이지 접속 시 팝업창에 게재된다. 홈페이지 방문자가 거의 필수적으로 법 위반 사실을 인지할 수 있으므로 해당 홈페이지(쇼핑몰)의 신뢰성 실추를 피할 수 없다.

 

또 공표명령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다시 기사화될 수 있다. 경쟁사업자가 마케팅 과정에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판매업자는 공표명령을 받기보다 차라리 거액의 과징금을 받는 방안이 낫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공표명령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법령의 개정을 통해 그나마 내용이 많이 완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사과의 뜻을 표시하는 ‘사죄광고’나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해 이를 공표한다는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 등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죄광고와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져 현재는 ‘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명령’만이 이용되고 있다.

 

사죄광고란 사안의 진상을 설명하고 진지한 사과의 뜻을 표시하는 광고를 말한다. 과거에는 사죄광고가 민법 제764조에서 규정한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됐으나 사죄광고는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1991년 4월 1일 자 89헌마160 결정이 있은 후 사죄광고가 부과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사죄광고와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져 현재는 ‘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명령’만이 이용된다.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소원 심사를 하는 모습. 사진=비즈한국 DB


공정위가 대한병원협회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이를 공표’하라는 명령(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을 부과한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2002년 2월 1일 자 2001헌바43 결정에서 ‘재판 후 발생 가능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이유로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법위반사실의 공표는 해석상 ‘행위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공표’하라는 의미인데, 이는 법위반사실을 행위자가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공표한다는 점에서 행위자에게 법위반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하는 꼴이 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법 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와는 개념상 구분된다는 것이다.

 

위 결정을 반대로 해석하면, 법위반사실의 인정을 공표하는 게 아니라 ‘시정명령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된다. 실제로 현재의 실무는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명령’을 부과하는 것으로 운영된다. 특별한 설명이 없다면 공표명령이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명령’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떨 때 공표명령이 부과되는가. 공정위 고시는 공정위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법사실의 효과가 지속하고 피해가 계속성이 명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 더해 △직접 피해를 본 자가 불특정 다수인 경우 △공표를 함으로써 피해자가 자신의 권익구제를 위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허위·​과장 등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남아있는 오인·​기만적 효과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정위 고시는 공정위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법사실의 효과가 지속하고 피해가 계속성이 명백하면 공표명령을 부과한다고 명시한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이 중 특히 부당한 표시·​광고로 소비자에게 남아있는 오인·​기만 효과의 제거 필요성이 자주 문제시된다.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허위·과장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공표명령이 주로 부과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공표명령을 피할 수 있을까. 공표명령의 취소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 2009누27642 판결(확정)은 공정위가 허위광고를 이유로 온라인 쇼핑몰 A사에 공표명령을 부과한 사안에서 △A사는 자진하여 광고를 중단했고 △허위광고의 대상이 된 프로모션 이벤트는 모두 종료됐으며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고 △A사는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공표명령을 취소한 바 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허위·​과장 광고를 인식한 즉시 자진시정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하며 평소에 내부적으로 허위·​과장 광고를 단속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면, 공표명령의 요건 충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표명령이 부과될 경우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공표명령의 부과·​취소 사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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