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누른 일본 최고 '사자커피'의 성공 비결

[비즈한국] 일본의 카페 수는 7만여 곳에 이른다. 흔히 일본을 ‘편의점 왕국’이라 부르는데, 편의점 수(5만 5320개)보다도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처럼 생존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현재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는 어딜까. 

경제 저널리스트 다카이 나오유키는 스타벅스도, 도토루도 아닌 ‘사자커피’를 꼽았다. 올해로 창업 50년을 맞은 사자커피는 전국에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본점은 드물게도 일본의 시골 마을 이바라키현에 있다. 7평으로 시작한 커피전문점이 어떻게 최강 카페로 거듭났는지 그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1969년 작은 시골 마을 이바라키현에 7평짜리 카페가 문을 열었다. 차를 더 좋아하는 주민들에게 커피를 팔기란 쉽지 않았다. 커피의 매력을 알리고자 신문함에 원두를 넣기도 하고, 지역 마라톤 행사에 커피를 무료로 증정하기도 했다. 창업자 스즈키 요시오는 “사람들이 사자커피를 좋아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역과 연계한 메뉴 개발에도 열심이었다. 사자커피에서 판매되는 케이크는 이바라키현에서 나는 특산물과 식재료를 활용한다. 커피잔도 그 지역 전통공예품인 가사마야키 그릇을 쓰고, 화장실 세면대도 역시 가사마야키다. 이러한 진정성은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서서히 사로잡아갔다.

사자커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독특한 이름을 지녔다. 바로 ‘도쿠가와 장군 원두’다. 이름 그대로 이바라키현 출신이자 에도막부 시대 마지막 장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와 관련된 스토리를 담은 커피다. 1998년 일본에서 대하드라마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크게 인기를 얻자, 이에 착안한 원두를 개발한 것. 때마침 이바라키현도 드라마 세트장을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지역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이른바 ‘지역밀착형’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사자커피는 이바라키현을 대표하는 카페이자 명소로 거듭났다. 기념품 원두를 사기 위해 멀리서도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왔다. 착실히 주민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동네에서도 탄탄한 고정팬이 생겼다. 근처에 대기업 체인점이 진출했지만 사자커피를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점포 수가 많은 카페 체인은 스타벅스다. 점포 수는 1363개로, 2위 도토루(1122개)와 200개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경제 저널리스트 다카이 나오유키는 “그럼에도 사자커피가 스타벅스를 제치고 일본 ‘최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세 가지”라고 분석했다. 

첫째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일본 바리스타대회 결승에 오른 6명 중 3명이 사자커피 직원이라는 점. 둘째는 매년 국제 커피경매에 참여해 세계 최고급 생두를 낙찰받는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은 소형 카페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콜롬비아에 직영농장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세 가지의 결론은 ‘커피 맛이 뛰어나다’로 귀착된다. 특히 원두는 사자커피의 최대 특징이다. 스즈키 회장은 “좋은 원두를 얻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자커피는 국제 커피경매(2017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서 ‘파나마 게이샤’라는 커피 생두를 1파운드당 601달러(약 68만 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으로 낙찰받기도 했다. 

“비싸도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스토리가 있으면 팔린다.” 스즈키 회장 말대로였다. 사자커피 본점에서는 ‘파나마 게이샤’ 시리즈를 한 잔에 1000엔(1만 원), 2000엔, 3000엔 3종류로 제공한다. 과연 잘 팔릴까 싶지만, 매번 물량이 소진될 정도로 인기다. 오히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 맛이 궁금해 사자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물론 사자커피의 메뉴가 모두 비싼 건 아니다. 일반 커피는 4000원부터다. 

사자커피는 1998년부터 콜롬비아에 직접 커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꾸준한 노력이 차곡차곡 결실을 맺어가는 중이다. 2017년 사자커피 농장은 콜롬비아 생산자 협회가 주최한 커피품평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18년에도 다른 품평회에서 6위에 입상했다. 스타벅스나 도토루 같은 대형체인점도 자사 농장을 경영하며 원두를 판매하고 있지만, 최근 실적은 사자커피 쪽에 손이 올라간다. 즉 원두 생산부터 조달, 카페에서의 추출·접객 등이 모두 강한 것이다.

일본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스즈키 회장에게 사자커피가 50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사자커피의 모토가 기본, 인연, 진정성”이라고 밝혔다. 질 좋은 원두로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커피전문점의 기본. 무분별하게 매장 수를 확대하기보다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걸 중요시 해왔다는 얘기다. 또 손님뿐 아니라 종업원, 나아가 지역사회까지 포함한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스즈키 회장은 마지막으로 “생업을 걸고 진심을 다해 고객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하는 가게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긴, 창업자는 지금도 남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매장을 찾아 직접 설거지를 한다. 조금이라도 직원들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사자커피는 진정한 ‘커피 장인’을 꿈꾸는 직원들에게도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한 직원은 이렇게 전했다. “무엇보다 일할 때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다. 회사도, 나도 큰 꿈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세계 제일의 커피전문점이 되겠다는 꿈이, 나는 세계 제일의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장대한 꿈이 있다.”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가게. 이 역시 사자커피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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