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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아니면 이직”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2030 ‘엑소더스’ 오나

금감원 노조 ‘이전 시 이직 고려’ 90% 이상 응답…“맞벌이 배우자와 자녀는 수도권에 남아야”

[비즈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공기업에 근무하는 30대 후반 여성 A 씨. A 씨는 최근 회사의 지방 이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 고민이 많다. 이제 막 세 살이 된 아이와 남편 근무지를 고려하면 ‘지방’으로 가기가 쉽지 않아서다. 친정이 있는 대전 인근으로 가게 될 경우 아이를 데리고 내려가 친정 신세를 지는 ‘주말 부부’를 고민하고 있지만, 그 외 지역으로 가게 될 경우는 서울에서 출퇴근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 유치에 나선 지역이 충청남도(내포)와 전라남도(나주)이다 보니 출퇴근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게 회사 내 분위기다. 결국 A 씨는 “대전으로 이전하게 되면 더 다니고, 그 외 지역이면 그만두고 이직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겠다”고 선언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앞두고 2030 직원들의 고민이 깊다. 정부세종청사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 사진=박정훈 기자

산업은행에 근무하는 40대 초반 B 씨도 고심이 깊다. 윤석열 정부 당시 ‘부산 이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다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유력 기관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 이번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핵심 정책·금융 기관들의 이름이 모두 등장한 탓에 “막기 힘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자녀가 있는 B 씨는 아내와 아이는 서울에서 키우겠다고 이미 결정한 상황. B 씨는 “스타트업 분위기가 좋을 때 회사를 떠났던 친구들이 다 힘들다고 한다”며 “그만두고 나갈 수는 없으니 어딜 가더라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 가급적 서울이나 수도권 지사로 발령받기를 희망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약 350곳을 지방 이전 검토 대상으로 분류하고, 관련 대상 기관 목록을 작성 중인데, 이르면 25일 이전 기관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있던 주요 공공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필두로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농협중앙회 등 핵심 정책·금융 기관들 이름이 대상 리스트에 오르내린다. 대부분 ‘이전 가능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고, 지자체들도 ‘유치’를 위한 물밑 접촉이 한창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확실하지 않은 내용’이 담긴 지라시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토부 과장 발언 요약’이라는 제목을 단 문건이 금융권과 공공기관에 확산됐는데,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세종, 한국투자공사(KIC)와 주요 공제회는 전주, 농협 계열사는 부산과 나주로 간다는 식으로 기관별 행선지까지 구체적으로 적혔다.

금융감독원 노조에서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세 미만 직원의 90% 이상이 지방 이전 시 이직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실무를 맡은 이들이 뒤숭숭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단 사표’와 ‘이직 러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 노동조합이 구성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방이전 시 이직을 ‘적극 고려한다’고 답한 직원은 69.7%였는데, 만 40세 미만에서는 82.5%로 전체 평균보다 12.8%포인트 높았다. “이직을 어느 정도 고려한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40세 미만 직원의 92.5%가 이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답했다.

대규모 ‘투쟁’도 예상된다. 정부는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대해 부동산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지만, 금융권 공공기관 노조는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와 금융감독원 노조는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예보기구 및 감독기구의 일방적 지방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한국노총은 총파업도 예고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다음 달 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쟁의 행위에는 재적 조합원 8만 7287명 가운데 96%(6만 8878명)가 찬성했다.

앞선 B 씨는 “30대 후반에 맞벌이를 하는 집은 회사가 이전하더라도 배우자 일터나 교육 여건을 고려해 수도권에 아이와 배우자가 남겠다고 하나같이 이야기한다”며 “지역에 본사를 보낸다고 해서 온 가족이 다 내려가는 경우가 10~20% 내외일 텐데 균형발전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부산이나 대전처럼 ‘인프라’가 어느 정도 있는 대도시에 한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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