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현장
신세계·LG유플러스·휠라가 ‘프리즈 서울’에 달려간 까닭

미술시장 회복 더디지만 기업 참여 확대…고소득층 소비자 모이는 아트페어를 마케팅 무대로

[비즈한국]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 수억 원대의 작품이 걸린 갤러리들을 따라 걷다 보면 신세계, 휠라, LG유플러스 등 익숙한 이름이 잇따라 보인다. 오는 5일까지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서 작품만큼이나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졌다.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C홀에 마련된 ‘휠라 꼴로레’ 오프라인 전시를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지난 3월 발표된 ‘아트 바젤·UBS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596억 달러(약 80조 원)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 2년 연속 감소했던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아직 2022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아트페어 시장은 스위스의 ‘아트 바젤’과 영국에서 시작한 ‘프리즈’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 바젤에는 43개 국가·지역의 290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9만 명이 찾았다. 하우저 앤 워스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3500만 달러(475억 원)에 판매했고,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도 2000만 달러(271억 원)에 거래됐다.

이에 비하면 프리즈 서울의 규모는 작다. 올해에는 30개국 13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둔 데다 한국 갤러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키아프와의 차별성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 마케팅 측면에서 프리즈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 ‘프리즈’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구매력 높은 국내외 소비자가 한 공간에 모이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세계그룹이 헤드라인 파트너로 합류했고 LG유플러스도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파트너가 됐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 역시 공식 파트너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미술시장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업 참여가 이어지는 것은 아트페어가 더 이상 작품을 사고파는 장터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원하는 고객층을 직접 만나고 브랜드 이미지를 문화적 경험으로 전달하는 마케팅 무대에 가깝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 마련된 신세계·프리즈 서울 특별전. 지난 3일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이곳에서 공연했다. 사진=윤채현 기자

백화점과 고객층 겹쳐…신세계, 5년 장기계약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기업 가운데 하나는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헤드라인 파트너가 됐다. 단발성 행사 후원이 아니라 2030년까지 5년간 파트너십을 이어간다. 그동안 주요 파트너로 참여해온 LG전자에 이어 장기 파트너 자리를 맡은 셈이다.

신세계가 아트페어에 장기간 투자하는 배경에는 고객층의 접점이 있다. 프리즈를 찾는 컬렉터와 VIP는 미술품뿐 아니라 명품·패션·주얼리·호텔 등 고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층이다. 백화점과 호텔을 주요 사업으로 둔 신세계로서는 기존 VIP 고객과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액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신세계는 프리즈 참여 이전부터 미술과 문화 콘텐츠를 오프라인 사업에 활용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야외 조각공원 ‘트리니티 가든’을 비롯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열린아트공모전’,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아트 투어’ 등을 운영했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행사장에 별도로 ‘신세계 라운지’를 마련해 프랑스 작가 폴 콕스의 작품을 전시했다.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는 프리즈와 연계한 특별전을 열었고, 3일 오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의 특별 공연을 열었다. 행사장 안에 로고를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세계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프리즈 관련 경험을 확장한 것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국내외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 문화예술 기관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 미술이 세계 시장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라며 “한국을 ‘아시아 문화예술 허브’로 성장시키는 것이 파트너십의 장기 목표”라고 밝혔다.

프리즈 서울 C·D홀 사이에 신세계 라운지가 별도로 마련됐다. 사진=윤채현 기자

통신사·스포츠 브랜드도 ‘문화 경험’

LG유플러스와 휠라처럼 미술품 판매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도 프리즈에 들어왔다. 다만 미술을 활용해 얻으려는 효과는 기업마다 다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프리즈 서울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통신기업의 기술 역량을 문화예술 경험과 결합해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코엑스에 ‘U+라운지’를 마련하고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에릭 오와 협업해 대표작 ‘오페라’와 서울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작을 선보였다. 오는 16일 재개관하는 문화공간 ‘U+일상비일상의틈’의 방향도 이곳에서 먼저 공개했다. 통신 서비스의 기능을 알리기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문화와 콘텐츠 영역으로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휠라는 상반기에 선보인 연간 문화 마케팅 프로젝트 ‘휠라 꼴로레’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프리즈 서울 공식 파트너가 됐다. 매년 한 가지 색상을 선정한 뒤 이를 활용한 작가들의 협업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행사장에서는 사샤 노드마이어, 지근욱, 김기웅 작가와 협업한 오브제를 공간 곳곳에 배치하고 브랜드 로고와 함께 구성했다. 운동화나 의류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색과 이미지를 시각예술의 형태로 풀어냈다. 스포츠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익숙한 인상에 문화적 이미지를 덧입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BMW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이강소 작가와 협업한 전시를 선보이면서 고성능 모델 ‘BMW XM 레이블’을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이나 판매 제품이 아니라 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터키항공도 카자흐스탄 출신 작가 귈누르 무카자노바와 협업한 삼면화 작품을 선보이고 방문객에게 간식을 제공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올해 프리즈 서울의 공식 파트너로 처음 참여했다. 사진=윤채현 기자

고소득 소비자 한자리에…광고보다 정교한 고객 접점

기업들이 아트페어를 활용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광고와 달리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고 소비 여력이 있는 고객층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입장권 가격이 높고 컬렉터와 VIP의 방문 비중이 큰 프리즈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고객층에 상대적으로 집중해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작품 전시와 작가 협업, 라운지 운영, 한정 굿즈는 브랜드 노출을 관람객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장치다. 실제로 지난 3일 휠라는 회원 가입자에게 대표 제품 ‘에샤페 실버문’에서 착안한 미니 달항아리 오브제를 선착순으로 제공했다. 굿즈를 받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신세계도 현장에서 한정 에코백을 선착순으로 제공했는데 오후 4시쯤 준비한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다만 굿즈 소진과 회원 가입이 실제 구매나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트 마케팅은 가격이나 기능을 앞세운 광고와 달리 기업의 철학과 이미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인 만큼 단기간에 효과를 수치화하기도 어렵다. 브랜드와 작품 사이의 연결이 충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 문화예술에 기업 로고만 얹은 행사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시장이 늘 어렵기는 하지만 이번 프리즈에서는 작품 구매를 문의하거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력이 있는 컬렉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기업들도 이런 고객층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즈를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술은 제품의 기능을 직접 홍보하기보다 문화적 가치와 감성, 기업의 철학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며 “특히 프리즈 서울처럼 고소득층과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모이는 글로벌 아트페어는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미래 고객층을 확보하는 장기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채현 기자

중소·벤처기업과 플랫폼, 콘텐츠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coguszz@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