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30% 가까이 흔들렸다.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 불안,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빅테크 수익성 우려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하루 7~9%대 급락을 두 차례 겪은 시장이다. 이런 장에서 주식 계좌를 들여다보는 일은 매일이 시험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 조용히 제 몫을 하기 시작한 자산은 따로 있다. 통장에 넣어둔 현금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현금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돈’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은행들의 자금 유치 경쟁까지 겹치면서 예금금리는 이미 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주식이 하루에 5%씩 빠지는 시장에서 확정 이자를 주는 예금의 존재감은 그만큼 커진다. 문제는 ‘예금을 드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돈을, 어디에 두느냐’다.

핵심은 목적에 따라 돈을 나누는 것이다. 당장 한두 달 안에 쓸 돈이나 급락장에서 언제든 꺼내 쓸 대기 자금은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고 수시로 넣고 빼는 파킹통장에 두는 편이 낫다. 일부 파킹통장은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연 3% 안팎의 금리를 준다. 반면 1년 넘게 묵혀둘 여유 자금이라면 정기예금이 유리하다. 일부 은행 정기예금은 최고 연 3%대 후반, 저축은행에서는 연 4%를 웃도는 상품도 나와 있다. 쓸 돈과 굴릴 돈을 한 통장에 섞어두면 급하게 예금을 깨느라 약정금리 대신 훨씬 낮은 중도해지이율을 적용받기 쉽다. 통장을 목적별로 쪼개 이름을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급할 때 엉뚱한 돈에 손대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예금 이자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붙는다. 연 4% 예금이라도 세금을 떼면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3.4% 안팎으로 줄어든다. ‘연 7%’처럼 눈에 띄는 파킹통장 금리도 대개 수십만~수백만 원의 소액 구간에만 적용되고, 일정 금액을 넘으면 금리가 크게 낮아진다. 광고에 적힌 최고 금리가 아니라 내 돈에 실제로 적용되는 세후 금리를 따지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같은 예금이라도 어디서 가입하느냐에 따라 금리는 달라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이나 저축은행중앙회의 금리 비교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품별 금리를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비대면·모바일 가입에 우대금리를 주거나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특판 상품도 있다. 다만 가입 전에는 금리뿐 아니라 중도해지이율과 부분 인출 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세금을 아끼는 것도 금리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ISA를 활용하면 예금 이자에 붙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납입 한도는 연 2000만 원, 총 1억 원이며, 계좌에서 생긴 이자·배당 수익 가운데 일반형은 200만 원, 서민·농어민형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된다. 그 이상 수익에는 15.4%가 아닌 9.9%의 낮은 세율만 적용된다. 예금을 담으려면 신탁형 ISA 등을 이용해야 하고,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계좌를 3년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쓸 돈이 아니라 여유 자금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축은행의 높은 금리를 활용할 때 챙겨야 할 원칙도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지난해 9월부터 금융회사 한 곳당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랐다. 여기서 1억 원은 지점이 아니라 금융회사별 한도이며, 원금뿐 아니라 소정의 이자까지 합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원금을 정확히 1억 원으로 채우면 이자 일부가 보호 한도를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전액을 보호받으려면 예상 이자만큼 원금을 낮춰 여러 곳에 나눠 담아야 한다.
파킹통장 말고도 증권 계좌의 CMA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어 주식 매수를 기다리는 대기 자금을 두기에 적당하다. 다만 증권사 CMA와 MMF는 원칙적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종금형 CMA 등 일부 예외가 있기 때문에 가입 전 보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기를 어떻게 짜느냐도 신경 써야 한다.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지금, 목돈을 장기 예금 하나에 통째로 묶으면 금리가 더 올랐을 때 옮기기 위해 낮은 중도해지이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럴 때는 자금을 3개월·6개월·1년처럼 만기가 다른 예금에 나눠 담는 것이 좋다. 짧은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그 시점의 금리를 확인해 다시 예치하면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응하면서 현금 흐름도 확보할 수 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후 예금 수익률은 물가 상승분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다. 예금만으로 자산을 크게 불릴 수는 없다. 그래도 생활비와 투자 대기 자금을 따로 떼어 확정 이자를 받게 해두면 급락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주식을 팔거나 서둘러 저가 매수에 뛰어드는 일은 줄일 수 있다. 시장이 출렁이는 지금 현금에 필요한 역할도 높은 수익보다 그쪽에 가깝다.

